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기타그룹 >  수필공모
  샛별이네 사는 이야기(2)    
글쓴이 : 정상묵    19-01-25 23:19    조회 : 5,580
 삭풍 불어오는 한겨울 밤입니다. 뒤뜰 대숲에서 싸락눈 내리는 소리가 밤새 들립니다. 텅 빈 영혼 잠못들고 귀 기울여 들어요. 볼일보러 마당에 서니 수묵 대숲으로 섣달 보름달이 아쉽게 집니다. 이제 산중 절골은 그야말로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앞 동산 위로 낮에 마실 나갔던 샛별과 목성이 새벽에 여름별 데리고 오느라 부산스럽습니다. 이제 새벽 밤하늘은 여름별로 하마 가득합니다. 
겨울 날씨 푸근하여 영덕 오십천가 밭뚝에 홍매 백매 피어 향기 가득합니다. 어느 분들은 지금 한겨울에 이런 얘기 하면 넋 나갔냐 웬 헷소리냐, 여름별은 뭐고 홍매 백매는 뭐다냐, 정신 나간 소리 작작하고 꿈깨라, 야단 치실 것입니다.
 허지만 이건 시린 하늘 아래 엄연한 현실 입니다. 시절인연이 되어 향기나는 납매가 피고 하루에 지구를 한바퀴 도는 별자리의 밤하늘 마실 풍경입니다. 그런 얘기따라 오늘도 샛별이네 사는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개천절날에 처음 이사짐 부리고 옹기종기 다섯식구 꿀잠을 잤습니다.
 보석 아침해 동산에 떠올라 안녕이라 인사합니다. 늦은 아침을 들고 다시 천리길 강행군 입니다. 남은 이사짐 실러 강원도 되돌아 갑니다. 

 아!
 동해안 7번국도! 
 죽어서도 잊지못할 동해안 7번국도 입니다.

 영덕 우리집에서 옛날 살던 화천 파로호 용호리까지는 그야말로 허위 천리길 입니다. 경북 영덕 울진을 지나 강원도 삼척 동해 강릉
양양까지 동해를 끼고 북으로 달려가다 한계령 넘어 인제, 소양강따라 꾸불꾸불 양구 화천에 이르는 국토대장정 입니다.
 이 길을 타고 세번 왕복하여 이사짐을 날랐습니다. 지금은 삼척에서 양양까지 동해안 고속도로가 뚫리고, 양구에서 화천 간척까지의 꼬불꼬불 한 소양강길이 터널로 직선화 되어 다니기 훨씬 수월해 졌습니다. 이십여년 전 얘기니 그때는 그랬습니다.
 내 창자 속에는 그 때 그 길이 그대로 내장대 가위라도 눌린 밤에는 그대로 꿈에 나타나곤 합니다.  

  이사짐을 다 나르고 아궁이 가마솥을 겁니다.
 경상도식은 솥 하나에 아궁이 하나 입니다. 솥이 둘이면 아궁이가 둘이어 불을 따로 따로 땝니다.
 허지만 강원도식은 아궁이 하나에 솥을 두개 세개 겁니다. 그래 강원도식으로 가져온 큰 가마솥 하나, 부엌에 걸려있던 옛 주인집 작은 가마솥 하나, 둘을 한 아궁이로 겁니다. 그러면 한 아궁이로 불을 지펴 두 솥을 데우고 데운 물을 풍부히 쓰고 땔나무도 아끼는 일석이조 입니다.
 아궁이를 걸고 나니 이제 두발 쭉 뻗고 대자로 자도 되겠습니다. 
 틈틈이 땔나무도 합니다. 솔바람소리 가득 나뭇꾼 본업에 세상 시름을 잊습니다. 큰 아이 둘은 나무타고 놀며 지 세상입니다.

 그 다음은 삼칸 집 손보는 일입니다. 이사 전에 가운데 큰방은 대충 수리해 이사해 쓰지만 작은방은 대나무가 바람벽을 침투해 구들까지 뿌리뻗은 야생입니다. 커다란 말벌집이 천장에 달려있어 한철을 잘 났습니다.
 집사람 선녀님과 상의해 우선 꺼진 구들부터 손보고 굴뚝부터 다시 새웁니다. 군불때 연기새는 곳을 황토로 막고 목초액 받을 구멍도 굴뚝에 냅니다. 농사와 생태화장실에 유용히 쓰기 위함입니다. 
 창문도 하나 내기로 하고 읍내 목공소에 부탁합니다. 허물어진 바람벽은 흙벽돌로 쌓기로 하고 지인들께 흙벽돌 찍는 농가를 수소문 합니다. 마침 멀리 함양에 흙벽돌찍는 농가를 소개받고 벽돌 사러 새벽밥 먹고 나섭니다.
 함양까지 가는 길은 포항 대구 지나 88고속도로 타고 갑니다. 국도보다 못한 88타고 합천고개 넘어갑니다. 지금은  달빛고속도로 이름도 바꾸고 시원스레 다시 뚫렸습니다. 함양에 도착하자 점심무렵입니다. 영덕 멀리서 왔다 하여 사장님 헐하게 벽돌값 쳐줍니다. 흙벽돌 실고 다시 달려 집에 오니 깜깜한 밤중입니다. 대충 내려 쌓고 비가 올것 같아 비닐로 덮어 갈무리해 둡니다. 천근만근 몸을 대충 씻고 늦은 저녁 듭니다. 강원도에서 농사한 현미밥이 꿀맛 같습니다. 

 아~~~
 이제 댓자로 뻗어 잡니다. 누가 떼며가도 모릅니다. 
 수런수런 댓바람 소리가 자장가 소리 입니다.
 멀리서 
 우우우우~~~~
 올매미소리가 아득히 꿈속에 들립니다.

 담날 집사람과 흙벽돌 놓으며 두런두런 행복도 쌓습니다. 읍내 가서 창틀도 찾아와 걸고 마무리 합니다. 한지 문짝도 망가져 수리해 겁니다. 흰 문종이 바르니 새 집 같습니다. 초배지로 벽지를 바르고 천장도 도배 합니다.
 새로 신혼집이 장만 된것 같아 가슴 뿌뜻합니다.

 선녀님 나뭇꾼 만만세 입니다!
 ㅎㅎㅎㅎ

 이웃 어르신들 모시고 조촐한 집들이 합니다.
 다 해서 우리 식구 다섯에 이웃 두집 어른신 셋, 여덟이 절골 마을 전부입니다. 
 지금은 다 돌아가셔 고이 영원한 잠자리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수호신 되셨습니다.
 당제 지낼 부탁까지 하시고 제기까지 물려주고 가셨습니다.
 그래 정월 보름날 전야에 산듯이 다시 만나 구시렁 구시렁 옛날 얘기 나누며 당제 지냅니다.  수령 칠백년도 더 된 수호목 당나무 고목 꿀밤나무가 보석별을 거느리고 찬연히 빛나는 대보름날에요.

 아
 어른신들과 함께 한 세월이 조국이 분단 세월인걸 잊게 했습니다.
아이들 강원도 화천에서 나아 자라며 삭풍불어 살을 에이는 한겨울에도 웃통 홀라당 벗고 아침 구보하는 군인 형아들 따라 자기들도 벗고

 하나 둘 
 하나 둘

 달리던 세월이었습니다.

 이 모습 산중 절골에서 아니보니 노느니 마당에서 자전거 타기요, 숲 산타기 였습니다. 
가을밤 풀벌레 소리에 잠들고 딱새 우짖는 소리에 잠깨었습니다.
 북녘에선 가뭄과 대기근으로 수 많은 동포들이 굶어죽어가는 고난의 세월이었습니다.
 농사 여름짓이로 다시 농사준비 허는 겨울내 애닯아 했습니다.
 끼니 목숨값으로 푼돈 성금을 내며 간난한 농부의 빈손이 이렇게 빈약한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다섯 식구 목숨줄 살아있으메 감사하며 황량한 한겨울을 보냈습니다. 나뭇꾼 땔나무하며 비지땀 흘리는 세월이기도 합니다. 큰 놈 한솔이가 새해들어 삼학년 둘째 한빛이가 유치원에 입학하여 새 학기 시작입니다. 한샘이는 아직도 젖먹는 네살배기 입니다.
2001년도 얘기 입니다.

 그렀게 절골 삶을 시작 하였습니다.
 여섯째 샛별이 아직 꿈에도 없는 고려적 새천년 시작이었습니다.
 
 대나무 새대 묵은대 딱딱 부딪치며 영혼을 일깨웁니다.
 늦은 겨울밤 솔바람소리가 숲을 뒤흔듭니다.
 산중에 밤 물결치는 소리입니다.
 벗님들 안녕을 기원합니다.
편안히 쉬십시요!
 
  
 
  




노정애   19-01-28 10:09
    
정상묵님
반갑습니다.
은근히 다음 글이 기다려지던 차 였습니다.
역시
이글도 아름답습니다.
수필의 형식을 떠나
관조하는 삶을 잘 쓰셨습니다.
산골에서의 가족들과 삶이 그리 녹녹치 않았을 텐데
글에서만은 그런것들을 다 횡간에 담으셨군요.
잘 쓰셨습니다.
누군가에게 말을 하듯 쓰신것도 좋았습니다.
자유롭게 지금처럼 정상묵님의 이야기를 쓰시는게 좋겠습니다.
자칫 형식에 묶이면 지금의 이 글 흐름이 흐트러질것 같아서 입니다.
쓰신다고 수고 하셨습니다.
다음은 또 어떤 글이 올라올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상묵   19-01-28 20:49
    
노정애 선생님

 감사합니다

 생태화장실 오줌과 똥을 삭혀 향기나는 거름으로 산 세월이었습니다.
땅은 거짓없어 해마다 향기난 과일과 곡식으로 우리 배고픔에 몇배의 감사로 보답했습니다.
 삼라만상이 보배라
귀한 선생님 훈훈한 격려는 고래만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 뭇 생명에 대한 격려라는 생각이 들어 이 매서운 삭풍에도 매화꽃 함성으로 피어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우물안 개구리인 촌부를 밖같으로 이끄는 따스한 손길을 느낍니다.
 많은 질정과 호미질을 부탁드립니다.

 여름 겨울
 샛별이네 밤하늘 마당위로
 은하수 하얗게 흘러갑니다.
 
   

정상묵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5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수필 응모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6) 웹지기 05-15 76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