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이 있는 사람이 아름답다]
신영애
우리는 늘 무언가를 채우려고 하고 완벽해지려고 노력한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부족하면 어떻게든 노력해서 이루어 내려고 한다. 때론 그런 마음이 지나쳐 과장된 체스쳐와 말을 하기도 하여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한 친구가 있었다. 늘 긍정적인 말로 모든 친구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어서 친구들이 모두 그와 가깝게 지내길 원했다. 그 친구는 기끔 내게 “인생 뭐 별거냐? 그냥 웃고 즐기며 사는거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라. 사는 게 다 그런 거지”하며 대인배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친구가 내게 관심을 보이고 좀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왔다. 나는 감개무량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넓은 마음의 소유자인 친구에게 마치 합격점을 받은 듯하여 기쁘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그 친구와는 친구들 모임으로 만나기도 하고 가끔은 둘이 만나서 세상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부족함이 많은 내 자신에 대하여 생각이 많았던 터라 그 친구를 만나면 이런저런 일들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그 친구는 친구로써 인생의 대선배처럼 좋은 말들로 위로도 해주고 조언이나 충고도 해 주기도 하였다. 세상에 대하여 한없이 너그럽고 따스하여 삶에 대해 불만이 없는 듯 진정한 긍정맨 이었다. 그 친구를 만날 때면 기분이 참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는 세상의 불만을 얘기하고 건강에 대해, 가족에 대해, 인생에 대해 못마땅한 부분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하여 오랫동안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마니아라고 자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기만 하면 아프다, 피곤하다, 직장생활이 너무 피곤하다고 했다. 처음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는 이 친구도 사람인지라 늘 좋을 수만은 없었을 테고 그런 마음을 나에게 보여준 것에 대해 인간적이 면도 느꼈다. 또한 나를 믿어 주었다는 생각에 고맙기도 하였다. 그래도 나는 조금씩 혼돈이 오기 시작했다. 친구들 앞에서 밝고 쾌할하게 웃어주는 모습과 내게 불만을 얘기하는 모습 중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직장 생활에 지쳐있었다. 때로는 아직은 남의 얘기 같은 노후준비에 대하여 나름 계획도 세우며 마음의 여유도 찾지 못한 채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나이 오십이 넘도록 세상에 대하여 불만이 없이 행복하게만 살수 있다는 게 내 경험상 ‘가능할까?’였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었을 때다.
한때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아주 작고 소소한 일에도 까르르 웃고 만날 때 마다 반갑게 달려와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마음의 스트레스도 저절로 풀어지는 듯 했다.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아이들에게 좋은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그 아이들도 그들만의 무게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그 무게의 경중은 누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세상의 이 모든 일들은 나는 그저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나만 힘들고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친구가 내게 보여준 불평과 불만은 그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괜히 엄살 부리고 그동안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그들이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그저 개개인으로써 나와 다를 뿐이라는 것을. 어느 모습도 인간 삶의 희노애락 속에서 모두 그 친구의 진짜 모습이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보여준 모습과 나와 만났을 때 보여준 모습도 모두 그 친구의 모습인 것 이며 어느 순간도 가식적인 것이 아니며 혹은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빈틈이 없고 매사에 완벽하며 늘 완전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어딘가 모르게 부족함이 있고 여백이 있는듯하여 서로가 잘 스며들 듯 하였다. 결국은 내 마음속의 여백이 부족 하였던 것이다. 그 친구를 통해서 본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세상보다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예의가 없다거나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하는 것이 아닌 인간적인 멋스러움을 간직하면 된다.늦은 밤길을 걷다가 우연히 고개 들어 보았던 하늘에서 무수한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 어느 광고의 대사처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비워두고 누군가의 마음이 잘 흡수되도록 마음을 비워두고 산다는 건 진정 멋진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