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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희를 넘어    
글쓴이 : 정종원    19-02-15 05:35    조회 : 5,986

古稀를 넘어

                              고담/ 정 종 원

   이제 70세이 넘었으니 이제 안심이 되었냐?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유료화 해야 한다는 데서 일단 그 시비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퇴직한지도 오래되고 지하철 공짜로 탄 것도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요즘 일상화 되었다. 무임승차로 지하철 공사가 해마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 한다며 그럴 때마다 지공도사(지하철 공짜로 타는 사람)’노릇하기가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아무래도 이제 70이 넘었으니 미안한 마음에서 점점 멀어져야겠지. 어느 듯 살다보니 7 학년이 되었다. 내가 벌써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늙은이 취급을 받고 있는 나이가 되다니. 요즘 길거리에서 음식점을 소개하는 낱장 광고(찌라시) 를 나누어 주는 할머니들이 나에게 주지 않는다. 나에게만 그런 줄 알았더니 가만히 보니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주지 않았다. 그것은 나도 확실하게 나이가 먹는 축에 이미 들어가 있다는 애기다.

 

  나이가 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겪는 양 달관한 표정으로 시건방진 생각이 슬며시 찾아 들기 쉽다. 상대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비슷하거나 서너 살 위거나 아래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꺼리게 되었다. 많이 배우고 유 무식을 떠나서 대화에 정감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자신이 겪는 한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 때문이다. 살아오는 동안 객관적 사고를 기를만한 여지를 없다고 볼까? 아니면 만나는 사람들이 그 한계를 벗어나 설득력 있게 듣고 인지할 능력이 부족해서 일까? 확실하게 말하자면 이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 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늙으면 몸이 굳어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지만 생각이 굳어지는 것은 자신이 할 탓이라고 본다. 말에는 유탄을 있다. 독선, 아집, 편견, 집착 중에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이 종합 세트로 함께 붙어서 대화를 이어갈수록 상처를 받기 쉽다. 문제는 무식한 자의 무식한 행동은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지만 적당한 지식과 교양으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쉽게 노출하지 아니한 경우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독선, 아집, 편견, 집착이 인체에 퍼지는 암세포처럼 자라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이럴 경우 본인은 모르고 남들이 먼저 안다. 자기는 다른 나라 섬에서 고고한 존재로 살아 간 듯하지만, 남들이 이미 그 본영을 알고서 그를 기피하고 멀리 한다. 잘못하면 관 속에 들어갈 때까지 그걸 깨달지 못하고 제가 잘난 줄 알고 가는 수가 있다.

 

  나이가 들면 耳順이라고 공자님은 말씀하셨지. 미운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를 듣지 말고 하지도 말라고 하셨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았던가. 체험하지 않으면서도 백번 천 번 겪는 것처럼 하거나 남의 모순된 행동을 보면서 나는 저런 무리에 결코 속하지 않다고 자위하면서 상대를 멸시하거나 비난을 하지 않았는가? 남이 이룩해 놓은 성취적 지위를 은근히 배 아파 하면서, 그의 피나는 노력과 인고의 세월을 인정하기는커녕 우연한 행운으로 치부하고 인정치 않으려는 심보를 몇 번이나 가졌는가? 그 지위가 돈을 많이 소유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말해도 좋다. 이제 보니 배 아파 적이 많았다.

  나이가 들면 상대방을 이기려 하지 말고, 인정하며 이제는 지혜롭게 사는 비결이 무엇인가를 논의해 봄직도 하다. 돈을 이고지고 저 세상에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남겨둬서 자식들에게 분쟁이 생기기 십상이니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면 어찌할까? 단 죽을 때까지 돈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나거든 술 한 잔 부담 없이 사 주는 형편이 죽은 날까지 유지해야 만 할 것이야. 그리고 사랑스런 손자손녀 녀석들을 보면 용돈을 가볍게 줄 수 있는 여유가 되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 사회에 늘그막에 그런 형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그래야만 나이 들고 내 몸 그런대로 유지하고 사람답게 살다 가는 것이 아닌가?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가 나이 들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왔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나이든 부모가 다시 역 부양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를 캥거루족이나 혹은 취업하고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신 캥거루족이라고 칭한다. 요즘 자주 만나는 제법 재력이 있는 친구들 중 의외로 자신을 늙은염낭거미를 닮아가고 있다고 현재 자기심정을 고백하는 것을 본다. 염낭거미는 독거미의 일종으로 새끼가 먹을 것이 없으면 새끼를 위해 제 살을 먹이로 주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죽어라 십 수 년 해외유학 보냈는데 국내에 들어와 보니 마땅한 일자리는 없고 하나부터 열 가지 성장한 자식들 뒷바라지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또한 사업한다고 밑 빠진 독처럼 자금을 대 주다보니 자신의 노후 대비가 염려가 된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고민하는 친구도 있다. 일십이 넘어 가장 중요한 노후대비 재테크는 자식들의 경제적 독립이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침묵할 뿐 아니라 고요해기도 한다. 고요는 현존이다. 자아는 시끄럽다. 자아는 자기를 내세운다. 고요는 순수하고 맑으면 즉, 아무 저의가 없으면 사물의 본질이 드러난다. 소리 없이 다가와 힘차게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은 사람들을 대할 때 때때로 경계와 침묵으로 대하라고. 내가 고요해지면 내가 접하는 상황은 고요의 장소가 된다. 침묵은 인간의 본질에 속한다. 고요는 인간에게 일어 난 것이다. 고요는 인간이 무엇을 하기 전에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다. 나의 언사나 부주의로 내가 만나는 고요를 방해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

 

                                                ☞

 


노정애   19-02-19 17:33
    
정종원님
반갑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은 읽으며 정말  하시고 싶은말을 하셨구나 했답니다.
모든 옳은 말씀입니다. 짜임새있는 글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린시절 교장선생님 훈시를 듣는 것 같았답니다.

글쓴이의 생각만을 나열하는 형식은
분명 옳은 말이지만 독자가 읽기 어렵지요.

이 글중에서 정말 쓰시고 싶은말만 남기고 지워보세요.
그렇게 남은 글들에 친구들의 이야기나 자신의 이야기 한두개쯤 얹어보세요.
고희를 넘겨 드신 생각 모두를 넣는것 보다는
상황을 넣고 고희를 넘겨보니 이런게 있었구나 하는 형식으로 쓰시는것은 어떨지요.
고희를 넘겼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공감 할 수 있도록 쓰시면 글은 더 빛이 난답니다.

정성으로 쓰신 글인데...
아쉬움에 몇 말씀 드렸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종원   19-02-19 22:50
    
노정애씨 
  그렇지 않은 사람도 공감이 가게 쓰라는 말에
  크게 공감을 가지게 됩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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