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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탈스런 샐러리맨의 아침    
글쓴이 : 김주일    18-08-23 11:35    조회 : 5,430

까탈스런 샐러리맨의 아침

 

뒤척이는 것 같은데 잠이 깨었다.

이렇게 아침은 누가 깨워준 것도 아닌데 나에게로 다가와 나의 몸을 흔들어 감긴 눈을 뜨게 하면서 시작이 되나보다. 생체 리듬이라고 하여야하는 것이겠지.

고개를 돌려 옆에서 곤히 잠든 아내의 얼굴을 보며 조심히 이불을 들어서 몸만 빠져서 침대에 내려서 까치걸음으로 방문 앞에서 손잡이를 아주 조금씩 서서히 비틀어 연다. 돌아갈 때는 아무 소리 없더니 마지막 풀림부분에서 딸깍이는 작은 금속성이 났다. 고개를 돌려 침대 위의 아내를 보니 움직임이 없다. 다시 까치걸음으로 거실에 나와서 이번에는 아파트 철문을 연다.

이 또한 소리를 최대한 작게 나게 하면서…….

그런데 철문은 꼭 잠금장치가 풀릴 때 한소리하고 문이 열릴 때 장쇄 부분에서 두 금속이 맞물려 비벼지면서 내는 금속성을 낸다. ‘끼이이익이때의 기분은 뭐라 할까, 음식물을 씹을 때 이빨사이에 씹힐 음식물이 없이 그냥 생 이빨들이 서로 맞물려서 비껴 씹힐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 듣기도 싫고 거북하지만 몸으로 전해지는 뭔가 달라붙어서 때어내고 싶은 그런 진저리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게 온다. 이렇게 열린 문틈 사이로 손을 내밀어 손잡이에 걸린 신문을 꺼내어 잡고 문을 닫는다. 이때 문을 살짝 들어 올려서 조심스럽게 닫다보면 그 듣기 싫은 금속성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내 어릴 때 받아보던 신문은 보통은 사면 많으면 8면까지 특집으로 나오다가 차차 그 지면이 늘어나고 한때는 스포츠 연예 면이 따로 부록처럼 나오더니 이제는 아주 스포츠 신문으로 나뉘어 나가고 말았는데도 경제면이 부록으로 나오고 매일을 다르게 테마 기획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소식을 따로 실어온다. 그래서 지면이 거의 60면 이상이 되는 날이 허다하다. 이런 신문 속에 광고물까지 함께 들어 있어 거반 두툼한 책 한권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것 같다.

큰 신문종이 넘길 때도 너무 큰소리가 날까봐 응접 테이블에 신문을 덮듯이 넓게 펴고 한쪽 끝을 잡고 조심히 넘기며 신문을 본다.

그 많은 분량은 다 읽을 수가 없기에 머리기사만 읽고 넘겨간다. 그러다가 간혹 논술 거리가 될 만하다고 생각되는 기사거리라도 있으면 붉은 볼펜으로 동그라미 그려놓고, 고등학생인 딸의 논술 정보를 짧은 시간에 접할 수 있게 하면서, 맨 위에 전면광고라고 나오는 지면은 눈도 주지 않고 넘긴다. 이런 전면광고 지면도 5~6면은 차지를 하니 참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언뜻언뜻 들기도 한다. 그런데 어쩌다 참 좋은 기사거리로 풍부한 지식이나 상식거리구나하고 내용을 충실하게 읽다가 보면 그 지면 자체가 전면 광고인 때가 있다. 신문의 광고도 이제는 화려함 말고도 상식을 주는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

이렇게 조심히 한 장 한 장 신문을 넘겨 사설이 있는 신문 본 지면의 마지막 장까지 넘기며 흩어 읽어도 건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어떤 날은 머릿속에 넣어 둘만한 소식도 있고 가슴을 애는 아픔과 기꺼운 기삿거리도 있는 날은 신문을 보아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알 수 있을 때도 있지만 어수선한 정치판이야기와 쓸 내용이 없어 사진만 지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런 기삿거리 없는 날의 신문을 읽고 나면 아무리 종이가 재활용된다지만 종이가 아깝고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항상 마음이 거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보는 신문은 중앙지인데 전국을 커버하는 신문이라면 전 국민을 커버해야하는 소식이 있어야하는데 지역소식은 겨우 한 면이나 많아야 두면정도 나머지는 서울 경기지역에 치우친 소식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화와 예술, 레저의 지면 정도는 그 지역에 맞는 내용을 그 지역에 배포되는 신문지면에 만이라도 실어 주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보고 싶어도, 가고 싶어도, 먹고 싶어도, 느끼고 싶어도 그 쪽에 살지 않는 사람은 어려운 것이 아닌 가 같은 내용의 것이 각 지역마다 있을 것인데 그런 부분이라도 그 지역의 비슷한 내용을 실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의 소식을 실어야하는 중앙지의 특성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중앙지라고하기보다는 서울 경기지역 신문이라고 해야 더 옳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신문을 읽고 나면 조용히 까치발을 하고 넘기고 하던 동작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출근 준비이다. 우선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변기의 물도 내리고 그 소리로 아내의 아침 기상을 알려주고 세수와 머리감기를 하며 조금은 시끄럽게 욕실문도 열어놓고 부산을 떤다.

이즈음에 안방 문이 열리고 아내는 주방으로 들어선다. 간혹 다정히 굿모닝’ ‘잘 잤어요.’ 등 안녕을 묻듯 말을 걸기도 하며……. (그런데 아내는 경상도 여자라 그런지 거의 반응을 보이질 않는다.)

거품으로 하얗게 가면을 쓰고 그 얼굴로 거울을 보며 오늘은 또 어떤 하루가 나를 만날 것인가, 생각도 하고 오늘의 할 일도 생각해보며 아침의 화장(?)을 마친다.

그 사이 아내는 부지런히 아침 준비를 하는데 아내의 손으로 빚어지는 요리 냄새로 식탁의 차림새를 그려본다.

나는 다시 옷장이 있는 방으로 가서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어제는 검정색 코르덴바지와 회색 스웨터 검은 점퍼를 입었는데 오늘은 밤색 울 바지와 밤색 체크무늬 남방에 연회색 카디건을 입고 그 위에 베이지색 점퍼를 입을까? 아님 쥐색 양복 정장을? 몇 벌 되지 않는 겨울옷을 뒤적이며 입어보고는 아내에게 나의 코디를 보여준다.

아내가 아무 말이 없거나 내가 꼭 봐 줘야하나하면 통과하는 것이고 내가 봐주지 않으면 아마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아주 많이 웃겠다.’ 고 하거나 그리 눈썰미가 없나하며 잔소리가 나오면 잘못 입은 것이다.

이쯤 되면 아내는 옷 방으로 들어와 옷을 맞추어 주고는 어깨에 약간 힘이 들어간 자세로 다시 주방으로 간다. 밉상스럽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고는 그래도 찾아준 옷을 입고 아침 밥상 앞에 나 앉는다.

나는 아주 많이 까다롭게 반찬 투정을 하는 사람인가 보다. 김치나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마른 반찬 이외의 것들은 한번 이상 먹는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국을 꼭 있어야 하는 음식물 중에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는 나의 식습관 때문에 매일 국을 끓여야 하는데 냄새만으로 오늘의 국을 알아맞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냥 까다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반찬을 먹는 양도 아주 작아서 어떤 때 밥을 다 먹고 난 식탁을 보면 내가 보아도 없어진 것은 국과 밥 -어떤 때는 국도 반 이상 남기고- 만 없는 빈 그릇일 뿐 나머지 반찬 그릇은 거의 새로 차려 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할 때도 있다.

이러니 아내가 부엌일을 힘들어 할 밖에 …….

이렇게 식사를 마치면 아내는 사과를 반쪽 정도 깎아서 주고 나는 그것을 받아먹으며 신발을 신고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아내가 성수를 뿌려주며 행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자는 성호를 긋고 짧은 기도를 올리며 아파트 철문을 나선다.

 


노정애   18-08-29 10:23
    
김주일님 반갑습니다.
먼저 저희 홈피에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주일님의 아침이 고스란히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희곡의 대본이나 소설처럼 상세히 서술되어 있어서 재미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사물을 보는 눈을 가지신 분이니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리시리라 기대하게 됩니다.

몇가지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다듬어 주세요.
주재와 소재를 분명히 정하고 그 흐름에 따라 써 보시길 권합니다.
수필은 일기가 아니랍니다.
작가가 있고 독자가 있음을 항상 생각하셔야 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내 글을 읽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답니다. (글을 소리내여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자신의 일상을 적어도 그 속에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함께 있어야 한답니다.

저희 홈피 회원 작품방에는 등단작가의 발표된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읽어보시는게 수필 쓰기에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재미나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조금만 다듬으면 더 좋을듯해 몇가지 말씀 드렸으니 부디 마음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김주일   18-08-29 11:47
    
감사합니다.
제가 글을 올리면서 어떻게 쓴글이 수필일까?
내가 쓴글이 수필이 맞는걸까?
그런데 제글에 대한 좋은 의견을 듣고보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옳고
보기좋은 글이 아닌 읽기좋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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