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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시요일    
글쓴이 : 김서현    18-12-09 18:59    조회 : 5,799

날마다 시요일

                                           

  ‘시요일버튼을 누른다 간밤의 무성했던 달빛을 받은 아침놀이 주름져진 식탁에 앉아 손택수 시인의 수묵의 사랑을 듣는다. 모하비사막에서 4월의 메밀꽃밭을 하늘로 옮겨 놓은 듯 한 별무리의 설렘처럼 한 편의 시는 이렇게 나에게로 다가왔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 수필교실에 입문했다. 행사날짜 지난 마트 전단지처럼 뒤늦은 입문이었다. 4학년인 큰 딸의 글짓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간 독서량에 대해 후회 막심했고, 매일 일기라도 써서 작문의 기초 실력을 다져야겠다는 다급한 다짐이 들기도 했지만, 수필교실에서 다루어지는 좋은 이야기에 감사하고, 수필교실 선배님들의 여유로운 인생경험을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함을 안고 소박한 나의 일상은 그렇게 흘러갔다. 첫 문집에 실릴 글의 소재는 고심끝에 엄마로 결정했다. 요양원에 계시던 엄마를 찾아뵙고 오던 날 분홍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을 힘없이 흔드시던 그 모습은 마지막 엄마모습이 되었다. 마치 한편의 슬픈 영화처럼. 자칫 진부한 소재로 뻔한 스토리가 되었을 법도 하지만, 격한 슬픔이 덧칠해진 이야기는 첫 번째 작품치고는 괜찮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출판기념회 축하공연으로 딸의 바이올린과 나의 통기타 연주는 부끄럽지만 마치 나의 출판기념회로 비춰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자체평가를 내렸다. 이듬해 봄 난 달콤한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였다. 워킹맘으로의 복귀는 바쁜 일상이 될 게 뻔한 터, 춘주수필 회원가입을 통해 최소한의 글쓰기 계기를 계속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 글쓰기를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갈증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평소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고마운 재주를 지닌 남편이 방송대대학원 문창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방송대 대학원이라면 워킹맘에 학업을 얹어도 그나마 부담이 덜하다는 매력에 소름이 돋았다. 학부 전공과 현재 직업 모두 글쓰기와는 먼나라 이야기였던 나였기에 매우 불리한 입장이었지만, 열정과 열망이 통했는지, 대학원 합격소식은 만세를 자동호출하게 하였다. 이 호출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

한 겨울동안 뿌린 눈이 거리 한쪽에 겹겹이 쌓여 있는 2월 초순 대학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했다. 대학원 밴드를 통해서 사진과 개인 프로필 정도는 이미 익혀서인지 생각보다 낯설음은 훨씬 덜하였다. 대신 예상했던 바처럼 동기들의 이력에 바짝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 책을 출간 한 사람, 시인으로 활동 중인 사람, 출판사 편집 경력을 지닌 사람 등 화려한 경력자들의 집합소 같았다. 그에 비해 난? 정말 햇병아리도 이런 병아리가 또 있을까. 바닥을 친 나의 자신감은 시작도 전에 포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어차피 글쓰기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순진함인지 순수함인지 잘 모르겠지만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일단 해보기로!

시작이 반이듯 이렇게 어수룩하게 시작한 후 벌써 4학기를 보내고 있다. 소설, , 수필, 희곡, 아동문학, 청소년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나에게 맞는 분야는 어떤 분야인지, 또 진정 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지 고민을 하던 끝에 최근에야 감이 왔다.

시인이 되고 싶다. 양파껍질이 한 겹 한 겹 벗겨지듯 자신 안에 쌓여 있는 내면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며 시를 쓰고 싶다. 시인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려면 시인은 투철한 자기 이해에 이르러야만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관습의 목소리나 타인의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에서 추방할 수 있고, 나아가 잃어버린 자신만의 목소리를 되찾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제대로 하려면 너무 힘들고 시 좋아하면 가난해 진다고 들었지만 난 가난해도 괜찮다. 습작의 낭패와 여기서 오는 가난이라면 견딜 만 할 것 같다. 아니 이런 가난이라면 기꺼이 가슴으로 품고 싶다. 어떤 시인은 왜 시인이 되었느냐고 물으면 흔히 얘기하듯 운명인 거 같다. 시인을 꿈꾸기 위해 시를 좋아했고, 힘들 때면 시를 읽으며 견뎠고, 시로 숨 쉬며 산 청춘이 있었다.‘라고 말하듯 나도 시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에 미리 답안을 마련해봐야겠다.  

   ‘시요일앱을 통해서 매일 한 통씩 배달되는 시 한편으로 나의 하루는 숨을 쉬고, 나를 느끼고, 또 나를 되새김질하게 한다. 언젠가 가을밤 창문 밖의 개밥바라기 별이 켜지면 그 별들에게 나의 소박한 시를 매달아 주고 싶다.

 

 

 


노정애   18-12-14 19:16
    
김서현님
반갑습니다.
먼저 저희 한국산문에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조심스럽고도 차근차근 잘 쓴 글입니다.
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글을 쓰시는 전문가라 감히 제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의 향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제목을 '나는 시인이 되고 싶다'로 하셔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만 쓰신다면
정말 멋진 시인이 될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김서현   18-12-16 21:06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부끄럽지만 첫번째 글을 올렸습니다.
선생님의 응원 피드백 덕분에 용기가 납니다.
수필을 시처럼 쓰고 싶은 것 또한 저의 소망입니다.
정성껏 준비해서 두번째 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겨울비가 촉촉한 일요일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오정주   18-12-30 14:37
    
서현씨 여기서 만나니 반갑네요
  글 솜씨가 초보가 아니셨군요
  시, 수필 모두 사랑하시는 군요
 앞으로 기대가 됩니다. 아자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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