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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와 수영장    
글쓴이 : 김연    24-08-04 07:54    조회 : 4,150

                                  어머니와 수영장

                                                                                                              일산반   김 연             

올 여름도 유난히 덥다. 학교와 학원들은 일제히 방학을 했다. 성수기에 굳이 사람 많은 휴양지에 가고 싶지 않아 휴가는 8월 말로 미뤘다. 날도 덥고 초등학생인 딸아이도 심심해 해서 야외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 가서 하루 투숙했다. 물이 싫다는 남편은 호텔까지 와서도 잠을 자겠다며 딸과 둘이서만 수영장엘 다녀오란다. 아이와 물놀이를 하며 놀았다. 수영 강습을 받아서 인지 딸아인 제법 수영을 잘했다. 물놀이를 한참을 하다가 딸이 배가 고프다고 해 푸드코트에서 핫바를 하나 사주었다. 딸아이가 엄마 먼저 한 입 먹으라며 핫바를 내밀어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이었다. 엄마가 정릉에 있는 수영장에 가자고 했다. 여름방학인데 집과 독서실만을 오가며 단조롭게 방학을 보내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던 모양이었다. 내일은 독서실에 오전에만 갔다 오고 점심 먹고는 안 가도 되냐고 물으셨다. ‘왠일이지, 우리 엄마가?’ 나는 엄마가 생뚱맞게 보였다. 당시 수영장의 입장료는 꽤 비싼 편이였다.

엄마와 1번 버스를 타고 거의 다 정릉에 다다랐을때, 갑자기 싸이렌이 울리고 기사 아저씨께서 모두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인도 담벼락에 늘어선 승객들은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어리둥절해하며 주변을 기웃거렸다. 이유를 물으니 중공군이 전투기를 타고 상공을 침범해 넘어 왔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안 일이지만 이날 미그-21기를 몰고 중국 조종사 손천근씨가 귀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반시간 정도를 기다리니 기사 아저씨는 다시 버스에 타라고 했다. 엄마는 수영장을 갈 것인지 집으로 돌아갈 건지를 물었다. 나는 엄마 알아서 해! 라고 말했고 엄마는 별일이야 있겠냐? 하며 이왕 나섰으니 그냥 수영장엘 가자고 했다.

수영장 매표소 앞에서 엄마는 표를 한 장만 끊었다. 그리고 표를 내밀며 들어가라고 했다.

엄마는?

엄마는 수영하기 싫어, 그래서 수영복도 안 사 왔어, 수영장 안에 앉아 있으나 밖에 앉아 있으나 똑같아! 하며 가방 안에 시장에서 사 온 수영복과 수건 등이 들어 있다고 했다.

내가 떼를 썼더라면 엄마도 수영장에 들어갔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엄마가 왜 그러는지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수영장 철조망 밖 엄마가 잘 볼 수 있는 위치에서 개헤엄을 치며 놀았다. 엄마가 무료할 때쯤이면 철조망으로 다가가 말을 주고 받았다.

엄마, 나 헤엄치는 거 봤어?

, 그런데, 연이야 물놀이 재밌어? 집에서 쉬는 거보단 났지?

그럼, 재밌지, 엄마가 수영장 데려와 줘서 고맙지!

혼자 하는 물놀이에 금세 실증을 느꼈지만 나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즐거운 척 연기를 했다.

한참 물놀이를 즐기고 나왔을 때 엄마는 돈을 주며 핫도그를 사 먹으라고 했다.

엄마 한 입 먹어!

아니, 엄마는 핫도그 싫어!

물놀이를 한참해서 인지 배가 출출했던 나는 핫도그 하나를 눈 깜작할 사이에 먹어 버렸고 엄마가 계속 권하는 바람에 3개나 먹어치웠다. 내가 하도 보채니 엄마는 마지못한 듯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렇게 몇 번의 모녀 상봉을 가지며 두세 시간을 놀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야

수영장을 나섰다.

돌아오는 내내 엄마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밝은 엄마의 얼굴을 보며 나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 나 헤엄치는 동안 뭐했어?

, 우리 딸 물놀이하는 것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핸드폰도 없던 그때 엄마는 그 긴 시간이 얼마나 무료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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