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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 uzzaracco님    
글쓴이 : 김영원분당    21-06-22 11:57    조회 : 4,121
   아이디 uzzaracco님.hwp (16.0K) [0] DATE : 2021-06-22 11:57:17

아이디 uzzaracco (우짜라꼬)

                                                          

김 영 원


아이디 uzzaracco님은 젊었을 때 좀 날렸다. 날씬한 마늘쪽 같은 콧날에 동양적이지만 결코 순하지 않은 눈매, 앵두 같은, 아니다. 앵두는 말고, 은근히 육감적인 입술. 그런 외모에다가 지성과 진취성을 겸비하여 중학교 때는 남녀공학 학교에서 학생회장도 하였고 성적도 꽤 좋았다. 그래서 마침내 경남 함안에서 대도시 부산까지 진출하여 당시 잘 나가는 여자애들이 다니는 유명 여고에서 유학하였다.

 

그런데 가난이 말썽이었다.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등 나라의 비극을 제대로 다 맞으면서 일본으로 한국으로 왔다 갔다 했어야만 했던 가족 사정도 있었고, 여섯 남매 중 살아남은 네 남매의 막내딸로 자랐으니 어디 변변히 고무신이라도 한번 신어보았으랴. 게다가 겨우 살만 해져서도 아들들부터 교육시키느라 촌에서는 막내딸 같은 건 그저 키우는 염소나 고양이쯤으로 여기던 시절이니 고등학교 안 보내주면 죽겠다고 식음을 전폐하여 고등학교는 가게 되었지만 또 하나의 난관이 대학진학이었다.

 

대학은 무슨 대학이냐, 네 언니도 못 간 고등학교까지 보내놨으면 이제 시집이나 잘 가면되지. 분수를 알아라. 부모님 그 말씀에 아이디 uzzaracco님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그래서 아이디 uzzaracco님은 막 나가기 시작했단다. 소위 날라리 여학생이 된 것이다. 입시공부에 매달릴 필요가 없으니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주말마다 극장으로 빵집으로 놀러 다녔고, 그때마다 남학생들이 줄줄이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스무 살을 넘으면서 그녀의 미모는 더욱 빛을 발하였고 오늘은 어느 놈을 만날까 고민할 정도였다고.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또 이 아이디 uzzaracco님의 문제는 눈이 너무 높은 것이었다. 취직한 곳마다 수준에 안 맞아 관둬버린 데다가 마지못해 한두 번씩 데이트했던 부잣집 아들, 고학력 남자도 성에 안찼다. 그녀의 데이트 조건 1위는 잘 생김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잘생기고 똑똑하고 좋은 직장 다니고 부잣집 아들인 사람이 그리 흔한가! 그런 사람이라면 똑같이 예쁘고 똑똑하고 좋은 직업에 부잣집 딸을 원할 게 아니냔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 생긴 남자를 만났다. 집도 가난하고 형제도 많은 장남에다 대학도 못 간 남잔데 그나마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을 다닌 게 다행이라 결국 결혼을 하였다. 잘생긴 거 하나에 넘어간 거다. ,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도 남자는 얼굴 뜯어 먹고 사는 거라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 그렇게 얼굴을 뜯어 먹고 살면서 딸을 다섯 낳았다. 딸만 낳았다고 시어머니에게 온갖 구박 다 받고 살면서도 꿋꿋했다. 나처럼 안 되게 교육만 잘 시키면 된다면서 없는 생활비에서도 자식들 책값은 어지간히 들였다.

 

딸 다섯 다 무사히 키우고 사위도 보고 노년에는 제법 먹고 살 만해졌으나 공부 못한 한은 가시지를 않았다. 영어학원도 다니고, 일어학원도 다니고, 특출한 손재주로 온갖 취미생활을 다 해보아도 여고동창생들만 만나면 심술이 났다. 부모 잘 만나 대학 나온 것들은 다들 그녀보다 돈이 많았다. 남편들도 다들 잘나갔다. 늙으면 좀 수그러질 만도한데 그 콧대에, 그 열정에, 그 성질에 가만히 있다가도 열불이 나곤 했다. 그래서 누가 좀 건들라치면 우짜라꼬!!”하면서 받아친다. 건들면 가만히 안 놔두겠다는 뜻이다. 그러면 그 옆에서 아이디 ingana-ingana님이 한마디한다. “인간아, 인간아~~”


속으로는 옛날에 생긴 거만 따지지 말고 부잣집 아들이나 잘나가는 남자를 선택할 걸하고 분명 몇 번이나 후회했을 법한데, 아이디 uzzaracco님은 아직도 남자의 얼굴을 포기 못 했다. 그래서 사위들 선택의 기준도 얼굴이었다. 그리고 막걸리 한잔 걸치고 기분이 좀 좋은 날에는 아이디 ingana-ingana님을 바라보며 돈 많은 김옥순이 영감탱이 생긴 거 봤제? 느그 아빠 얼굴 보다가 쳐다보면 욕이 나온다!” 옆에 있던 딸들이 어이없어하며 엄마는 할마씨가 돼서도 왜 그렇게 생긴 걸 밝히냐고 흉보면 또 그 말이 튀어나온다.

우짜라꼬!!”

 

그녀의 네이버 아이디가 uzzaracco가 된 사연이다.

 

 

 


문영일   21-06-26 12:26
    
너무 재미 있어 자다가도 웃겠어요.
'우짤랏고' 그러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경상도 방언의 역동성!
그래. 니 잘 났네. 그래서 뭐 어짤낀데?우짤랏고
내가 나다. 우짤낀데...
이쯤 나오면 피하는 게 상책이지요.

그런데  이 글의 우짤랐고 여사는 참 매력있어요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고 거침 없어요
그쯤되면, 인물이 좋은 남자만  OK해도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인간아 인간아'의 남군. 모르긴 해도 해로하는  동안
행복할겁니다.
 저는,  글 읽는 목적이 지식과 정보를 얻기위해서, 재미와 좋은 정서 함양을 위해서인데,  김영원 선생의글에서 그걸 다 얻을 수 있어  내가 독자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건필하세요.

 참. 글의 첫 문단과 각 문단 바뀔 때도 한 자 들여  쓰면 좋을 것 같군요.
박재연   21-07-01 19:25
    
내용도 재밌지만
날렵하고 경쾌한 문장은 압권입니다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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