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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들은 훌륭하다    
글쓴이 : 김영원분당    21-07-24 11:08    조회 : 4,446

인간들은 훌륭하다

 

  ‘인간들은 사악하다

  이 얘기를 하라고 하면 얼마든지 할 얘기가 많다. 우선 내가 알고 있는 예도 많은데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차고 넘치는 사악의 정보가 흘러 다닌다. 그런데 인간들은 훌륭하다라니.

  얼마 전에 읽은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책을 덮던 그날은 유난히 그 문장이 가슴에 와 닿았다. 물론, 전쟁의 역사나 인류의 진화, 문명의 발달 등등 그런 훌륭한 이야기들은 어떠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건 가끔 어르신들이 보내오는 카카오톡 링크에서 보면 되고.......

  모드 쥘리앵의 <완벽한 아이>라는 에세이를 읽으며 몸서리 칠 정도로 악하고 독한 기운에 빠져서 한동안 헤어나지를 못했다. 모드 쥘리앵의 유년은 비정상적인 친아버지의 훈육 방식으로 인해 호러소설을 방불케 하는 공포의 시간이었다. 모드의 아버지는 그녀를 초인으로 만드는 것이 신성한 의무라고 믿는 프리메이슨 비교에 빠진 광신도이자, 20세기를 살고 있는 프랑스인임에도 홀로코스트에 대비해 생존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 강박적 인간이었다. 어릴 때부터 강제적 고립과 폭압, 고문, 심지어 일곱 살부터는 술을 마시며 견디는 훈련까지 받게 했다. 어머니조차 아버지의 피해자였으며 그녀를 구해주지 못했다.

  모드는 부모의 사랑은 물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그 어떠한 애정도 받지 못한 채 자랐다. 그러나 폭압적인 부모도 모드의 강인하고 섬세한 내면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모드는 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섰고, 세상을 배웠으며, 생을 사랑했다. 그리고 심지어 마지막엔 인간들은 훌륭하다는 한마디로 우리를 구원해주었다.

  소설을 쓰듯이 40년 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라보며 담담히 적어 내려간 그녀의 서술 방식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나의 유년기를 재구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며, 원망과 후회로 가득한 어린 기억들이 새삼 부끄러워졌다. 지금까지도 나는 왜 늘 툭하면 화내고, 툭하면 울고, 툭하면 좌절하는가. 나는 왜 나 이외의 모든 이들이 다 나쁘고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던가. 나는 모드와 달리 내 영혼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타인에 의한 정서적 지배를 받고 있었으며, 그러다가 어쩌면 스스로를 더 훌륭하게 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지도 모른다.

  내 탓이든 남 탓이든, 나의 영혼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모드 쥘리앵은 음악과 문학, 동물들의 위로로 그녀가 누려야 했을 모든 애정을 대신했다. 꺾이지 않는 그녀의 강인한 생명의 증언을 들으며 내 영혼의 주인은 나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영혼을 책임져야할 사람도 나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폭력에도 위협에도 굴레에도 속박 당하지 않고 탈출할 수 있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였기에 모드의 결론은 인간들은 훌륭하다’.

  따라해 본다.

  ‘나도 훌륭하다

  ....... 힘이 난다.



주경애   21-08-29 20:42
    
인간들은 훌륭하다, 나도 훌륭하다.

살아갈 마음이 들게 하는 글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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