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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와 향기 사이5.    
글쓴이 : 김혜숙    25-11-11 16:44    조회 : 1,170

           

                                       냄새와 향기 사이

                                                                                                      김 혜 숙(미아반)

  9월 중순이면 세상에 알록달록 국화 향기가 퍼져 들기 시작한다. 나는 꽃을 키우고 가꾸는 능력은 안 되지만 무작정 향기에 끌려 동대문 꽃 시장으로 간다. 주섬주섬 색깔별로 국화를 차로 한가득 사 온다. 시월 단풍 계절이 오기 전까지는 꽃이 시들만하면 계속 사 나른다. 내 손으로 기르고 가꾸지 않고 일만 저지르니 늘어나는 일거리에 식구들은 질색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상관없다. 이쁘면 되지. 마당 안팎에 늘어놓은 국화꽃 향기가 나는 너무 좋다.

아버지는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셨다. 틈만 나면 수시로 녹색식물이나 화초 등을 사들이셨다. 아버지는 사서 나를 뿐 건사하는 일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매번 사들일 때마다 몽땅 버릴 거라고 거칠게 저항하면서도 어머니는 정성들여 싱싱하고 흐드러지게 잘 키워 놓으셨다. 내가 철모르고 어릴 때 본 광경들이었는데 여전히 그 정서가 기억 속에 남아서 따라 하는 행동이다.

아버지는 사다가 놓을 뿐 식물 키우는 일에는 무심했고 화분 크기는 나란히 놓아야 하고 꽃. 식물 종류에 맞추어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못 참으셨다.

가을에는 덕수궁에서 매년 열리는 국화 전시회를 위하여 여러 품종의 국화를 번식하며 관심을 보였다. 이름(봉황, 사미인곡, 안의육가, 천황여심등)도 다르고, 꽃 모양도 다른 대국을 화려하게 꽃피워 전시회장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늦은 봄. 초여름부터 준비하여 기르고 참가하는데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국화는 일반적으로 흔히 볼수 있는 소국이 아니고 대국이라 해서 굵은(빨대) 스트롱 모양의 꽂대를 종류별로 잎사귀 세 마디 정도를 사선으로 잘라 싹틔우기 위해 꺽꽂이를 한다. 5월말 6월 초부터 잘 가꾸어 시월에 꽃을 피우려면 많은 공을 들여야만 꽃을 완성한다. 거름도 일반 비료 가지고는 예쁜 꽃을 보기 어렵다. 마른 인분과 마른 계분으로 수시로 때마추어 자주 주어야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낼 수 있다. 잔가지가 많으면 꽃대궁이 가늘고 꽃 봉오리도 작다. 눈치 빠르게 곁 가지도 제때 잘 따주어야 하는 등 시점이 중요하다. 한 송이가 약15에서 18센티 정도의 꽃송이로 자라면 차이에 따라 9송이에서 12송이가 화분 안에서 피워진다.

싹을 틔워 키우는 동안에는 적당량의 물만으로도 싱싱하게 자라지만 작품으로서 수준에 맞추려면 밑거름도 강하게 해야 하는데 이때 말린 계분을 아주 조금씩 주면 소량으로도 초록색이 선명하게 잘 자란다. 거름 양에 따라 꽃대궁이 굵어지면서 거름의 양도 늘어나고, 국화가 어느 정도 모습이 드러날 때면 슬슬 동네에 이상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찌르게 번진다.

게다가 비라도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하늘이 닿을 듯이 드높은 달동네 언덕배기 코너집 옥상에서는 똥(인분과계분) 냄새가 공기와 섞여 온통 난리가 난다.

사람들은 각자의 집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안절부절못하며 방법을 찾아 나섰지만 해결될 리가 없었다.

 

냄새 때문에 고민하며 방안을 찾으려고 모여 웅성대던 동네 사람들은 우리 집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가 난 이웃들은 말깨나 하면서 수다스러운 아줌마를 앞장세워 여러 명이 떼 지어 우르르 몰려들었다.

집집마다 대문도 안 잠그고 열어 놓고 살면서 너나없이 수시로 이집 저집 문턱 없이 드나들며 인심도 훈훈한 때였는데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렇게라도 화풀이라도 하고 싶었을까.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야 말 기세로 2층 옥상으로 살벌하게 모여들었다.

 

순간 아아~~니 이게 다 뭐야?

사람들은 저마다 경악하며, 왁작지껄 까르르, 방금 전 독기 어린 행동은 오간데없고 누구라 할 것 없이 동시에 환한 얼굴로 바뀌면서 웃음보따리가 와르르 터졌다.

이거였네. 이거였어’ ‘아이구 이뻐라!

방금 전 벼르던 거친 행동은 옥상 가득 채워진 열댓 개 이상 화려한 국화 화분에 반해 봄에 눈 녹듯 스르르 마음을 열었다.

국화는 지나치게 활짝 피면 전시회 참가 자격이 안 된다. 화려하나 봉우리 째로 크기가 일정해야 한다. 전시회 기간 일주일 동안은 꽃이 서서히 피어나면서 싱싱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등의 대국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기준이 있다.

꽃의 모양을 잡아 주어야 작품이 완성되는 마지막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동네 방네 똥 냄새를 빌미로 몰려들었던 이웃들로 인해 덕수궁 전시장으로 출품 예정 이틀 앞두고 졸지에 옥상 전시장이 열렸다. 동이 다른 이웃들까지 오가며 환호했고, 아버지의 엄격한 감시 하에 가까이 다가가서 만지는 것은 물론이고 코로 향기 맡는 것도 안 되고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 허용된 채 냄새와의 갈등은 꽃처럼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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