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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픕니다    
글쓴이 : 김동원    25-11-20 00:05    조회 : 263

아픕니다

 

                                                                김동원

 

 

 

매월 13일은 헌혈의 날이다. 월요일인 1013일에 헌혈을 권유하는 문자가 오기에 점심을 먹고 명일역에 위치한 헌혈강동센터에 갔다. 쉬는 시간까지 90분 정도 걸리는 혈소판 혈장 헌혈을 하고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6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쳐다봤다, 2층이라 걸어서 내려가도 되지만 헌혈을 했으니 무리하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렸다.

 

그 아주머니가 계속 쳐다보기에 부담스러워서 아주머니에게 말을 하였다.

 

도에 관심 없습니다.”

“(웃으며) 저도 도에 관심 없어요. 헌혈하고 나왔나요?”

...근데 왜 계속 쳐다보세요?”

“(빤히 쳐다보면서) 체격 좋고, 헌혈했으니 건강하겠고, 혹시 결혼은 했어요?”

안했는데요.”

안한거에요? 못한거에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아무도 없었고 아주머니와 함께 탔다.

 

못한거죠... 인연을 믿는데 만나기가 어렵네요.”

나에게 딸들이 많은데... 물론 결혼한 딸도 있고 안한 딸들도 있고...”

아주머니에게 제일 큰딸이 많아 봐야 30대 중반일 터인데 내 나이를 알고 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안 봐도 뻔했고, 처음 본 남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여서 좀 어이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 건물 밖으로 걸어가며) 그러시군요... 저희 집은 딸이 귀한데 따 님들이 많아서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가지 말고 시간 있으면 이디야에서 커피 한잔 해요. 내가 살게요.”

밖에 비도 오고, 상담을 많이 했던 터라 직업병 때문인지 그 따님들을 위한 상담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여 아주머니의 커피 한잔 하자는 제안에 승낙했다. 따듯한 바닐라라떼를 마시며 아주머니와 대화를 이어갔다.

 

진짜 총각 맞아요?”

. 총각 맞습니다.”

얼굴 잘생기고 훤칠하고 건강한데 왜 결혼 안해요? 내가 딸들이 많아서...”

“(말을 끊으며) 제가 문제가 많은가 보죠. 그리고 아주머니 따님과는 안돼요.”

왜 안돼요? 내 딸들이지만 이쁘고, 착해서 참해요.”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부르며) 선생님 보니까 따님들 선함이 연상되어 인연이 되면 좋을 텐데 그래도 전 따님들과 될 수 없어요.”

무슨 큰 문제 있어요? 말 돌리지 말고 이야기 해봐요.”

 

나이 이야기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데 나이를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제가 나이가 많아요. 그래서 안돼요.”

큰딸도 나이 많아요. 그러니 엄마인 내가 이렇게 나서고 있죠. 걱정하지 말아요.”

“(한숨 쉬며) 많아도 너무 많아요. 그래서 안돼요.”

“(그제서야 놀라는지 말을 더듬으며) 얼마나 많길래?”

“(말하기 싫은데) 제가 50대 중반이에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엄청 놀라며) 진짜요? 믿을 수가 없는데. 거짓말 같은데.”

“50대 중반 맞아요. 주민등록증 보여드려요?”

그건 아니지만.”

제가 50대 그것도 중반인데 따님들과 만나게 해 줄 수 있어요?”

“(머뭇거리다가) 나야 괜찮은데 딸들이 어쩔지. 믿을 수가 없네요.”

 

주민등록증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몇 번을 더 이야기해서야 아주머니는 믿었다. 딸들이 결혼을 안하는 아주머니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아주머니와 따님들을 위해서 아주머니에게 절대로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따님들 잘 키우셨으면 따님들을 믿으라고, 그러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알아서 좋은 신랑감 데리고 온다고 강조를 한 다음에 아주머니가 어느정도 수긍했을 때에 대화를 마쳤다. 그 정도면 커피값은 했으리라. 그렇게 아주머니와 헤어졌다.

 

집까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데 한숨이 계속 나오다가 비를 맞고 싶어서 비를 맞으며 걸어갔다. 이런 비슷한 경우를 많이 겪었다. 올해만 두 번째다. 처음에는 어려보이니 좋았는데 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이런 경우가 반복되다보니 뭔가가 어긋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연은 분명히 있는데 안되는 인연만 생기는지 답답했다. 그리고 아팠다.

 

겉으로는 내색을 안했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생채기가 생기더니 그 생채기들이 커져서 이제는 아프고 아팠다. 차라리 인연이 없어서 아무도 다가오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아펐다, 하늘을 보며 아픕니다! 제대로 된 인연 한 번이면 됩니다.’ 라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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