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대한 단상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영혼은 몸의 지체들을 통하여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얼굴은 특히 볼 수 없는 영혼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지체이고 그 다음 지체는 손이라고 한다. 그래서 로뎅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손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했나 보다.
프랑스의 수필가 미셸 드 몽테뉴는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고 한다. "손을 한번 바라보자. 손의 모양이 어떻게 약속하고, 맹세하고, 간청하고, 위협하고, 저주하고, 거부하고,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기뻐하고, 물어보고, 놀라고, 고백하고, 아첨하고, 가르치고, 명령하고, 비웃는지를 … 이 외에도 우리 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손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바라보자!"
스테판 츠바이크도 《어떤 여인의 24시간》이란 책에서 우리 손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표현하는지 잘 설명해 놓았다. 이 책은 마흔 살이 되던 해에 남편을 잃은 여인을 다루고 있는데 그녀는 남편을 잃고 난 후 집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해 동안 여행을 하게 된다. 몬테카를로에 가서 가끔 카지노를 찾아가 도박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사람들의 얼굴과 함께 온갖 다양한 손놀림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몇 년 후에 사람들의 손놀림에서 받은 인상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움켜쥔 손에서 계속되는 탐욕을, 텅 비어 있는 손에서 돈을 잃은 좌절을, 떨리는 손에서 절망을, 얌전한 손에서 돈을 세는 계산 등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라고. 그리고 "손놀림의 수천 가지 의사표현을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손으로 의사를 표현한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인간이 말을 통해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능력은 30%도 안 된다고 한다. 비언어, 즉 몸의 언어가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건 이미 통설이다. 우리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싶다. 성경에서도 마음속에 가득 찬 것이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한다. 문득 내 손을 바라본다. 검버섯처럼 얼룩진 손, 한 때 하루 세끼 70여 명의 밥을 4년 6개월 동안이나 해 먹인 손이다.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내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