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날씨가 좋아져 저녁을 먹고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나가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그 시간은 아이에게도 좋지만 아내의 설거지 시간을 확보해 주어서 아내가 적극 권장하는 사항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저 만치 형형색색의 빛깔이 보이기도 전에 아이는 아빠의 손을 내팽개치고 전력질주로 놀이터와 만난다.
참 빠르다. 쉬지 않고 움직인다. 오르락내리락. 분명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는 걸 알면서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 반복한다. 그 흔한 엘리베이터도 없는 미끄럼틀을 힘들지도 않은지, 번거롭지도 않은지, 참 어른의 눈으로 귀찮아 보이는데 신나게 잘도 논다.
모기가 내 종아리에 앉아 식사할 즈음에 자리를 박차고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아이는 대답이 없다. 금방 내 앞을 휙 하고 지나간 아이는 어느새 미끄럼틀 꼭대기에서 내려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고도 한참을 재미없어 보이는 그 움직임에 푹 빠져 한 동안 아빠의 권위는 아이의 놀이에 보기 좋게 묻혀 버린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온 아이는 잠자리에 들기 싫다고, 자기 싫다고 보챈다. 더 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린다. 그렇게 놀았는데도……. 하지만 이것도 잠시 조금만의 인내력을 갖고 있으면 어느새 아이는 잠에 푹 빠져 얼굴에 깊은 뽀뽀를 하여도 알지 못하고 잘도 잔다. 그렇게 아이는 놀이에 푹 빠져 잘도 놀고, 잠에 푹 빠져 잘도 잔다.
요새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부리나케 급한 마음으로 한 가지 일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머릿속은 다른 일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내일 스케줄에, 일주일이나 후에 있을 일에,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아이처럼 그렇게 한 가지에 집중하고 싶다. 슬플 때는 실컷 우는 일에, 기쁠 때는 잘도 웃는 일에, 그렇게 아이처럼 한 가지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싶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