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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원 이야기 (2)    
글쓴이 : 유재순    17-11-10 20:42    조회 : 14,790

시절 초등학생 버스 요금이 5원인데 주머니엔 여전히 4 밖에 없었다. 버스 기사한테 1원이 모자란다는 사정 이야기를 해서 버스를 타는 당시의 주변머리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아리 고개를 넘고는 아무래도 힘이 부쳐 쉬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때마침 눈앞에 엿장수가 있었다. 얼른 주머니에 있는 4원을 털어서 엿을 사먹었다. 걷기를 멈추고 걸터앉아서 달달한 엿을 먹으니 다리 아픈 것도 덜하고 기분도 다시금 좋아졌다.

    엿을 먹어 치운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걷기를 시작했다. 신일고등학교 앞을 지나고 수유리를 지나고 우이초등학교를 지나쳐서 마침내 가오리의 우리 집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시간은 넘게 걸어왔지 싶었다. 어느새 해는 저물어서 으스름 저녁이 되어있었다.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식구들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집에 전화도 없던 터라 늦게 도착할 거라는 연락을 하지도 못했으니 걱정을 했지 싶었다. 자초지종을 간단히 얘기하자 식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1원이 없어 길을 걸어왔다는 이야기가 어이없다고, 버스기사에게든 친척집에 가서든 사정을 얘기하지 않고 무턱대고 걸어온 나를 정말 이상하다고들 했다. 길을 용케 걸어왔다든지, 고생했다든지 하는 격려나 위로의 말들은 누구도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해주길 기대한 것도 아니어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후로 식구들은 나를 특이하고 별난 아이로 생각하는데 확신을 가지는 듯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별로 추억거리가 없는 내게 날의 선택인 집으로 버스 대신 발로 걸어가기 소중한 기억으로 저장되었다. 손쉬운 방법보다 기본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한 나의 방식을 지금은 미련함 대신 자신감으로 재해석한다. 버스 타며 지나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소소한 풍경들이 집으로 걸어가면서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바람과 사람들, 간판들, 글귀들, 피곤함과 허기를 채워줬던 엿의 달달한 맛은 지금도 생생하다

 

 


노정애   17-11-15 17:35
    
유재순님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 부터는 하나로 묶어서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1원에 대한 소재는 좋습니다.
아쉬운점은 추억을 불러오기는 했는데 그냥 추억 이야기로 끝난것입니다.
간결한 글 솜씨는 여전히 좋습니다.
다음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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