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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글쓴이 : 김숙진    18-11-28 23:02    조회 : 6,733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1교시 전에 자습시간이 있고, 6교시, 7교시가 다 끝나도 야간 보충이 또 있었다. 그러니 아침 일찍 나와 저녁늦게 들어가는 강행군은 정말 지옥이었다. 그래도 난 꼭 대학가자 다짐하며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 이지 싶다. 어찌나 피곤하고 짜증만 나던지 ‘안 되면 조상 탓’ 이라고 뭐든 ‘탓’만 해댔다 . 집에 가도 공부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않으니 공부를 못할 수 밖에 없는 거고, 늙은 엄마는 정보력도 없고, 과외도 못하지만 할 돈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거라는 등 탓만 하니 찾아오는 건 좌절감 뿐이었다.
이 와중에 최 순열 선생님은 내 정신적 지주셨다. 국어선생님 이셨는데 말씀도 진짜 재미있게 하시고, 공부도 잘 가르쳐 주시니 수업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게다가 다정다감하게 학생들을 다 대해 주시니 나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거의 다 선생님을 좋아해 선생님의 인기는 대단했다.
“요즈음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워?”
익숙한 목소리에 뒤 돌아보니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이내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앞질러 가셨다. 나는 순간 두렵고 떨리기도 했지만 좋기도 해 어찌할 바를 모르며 종종 걸음으로 뒤따라 간 곳이 학생부실 이었다. 선생님은 이것저것 물으셨고, 난 성심성의껏 말씀드리다 결국 나의 어두운 얼굴 표정 부분에서..,
“그냥 모든 게 싫어졌어요. 집에 들어가도 그냥 어수선하게만 느껴져 공부도 안 되고, 그래도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 나름 하는데도 제 성적은 맨날 그대로 이니 가슴이 답답해…….”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목도 매어 말은 못하겠는데 한 편으로는 내가 그리 좋아하는 선생님 앞에서 이게 뭔 꼴인가 싶고, 게다가 선생님이 늘 환경 탓, 부모 탓 하지 말라며 그래봤자 자신의 합리화 아니겠냐고 하시며 공부에 전혀 도움 안 된다고 하셨는데 난 이미 떨꺼덕 합리화 잘 하고 있다고 말한 꼴이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선생님은 잠시 계시더니 조용히 말씀하셨다.
“ 난 조실부모한 사람이야. 누님이 버스차장을 하여 날 가르치셨지. 그런데 누님이 사고를 당해 발의 반쪽을 잃으셨어. 그러나 누님은 굴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해서 내 학비를 다 대주셨어. 그런데도 난 그런 누님께 짜증을 냈어. 그럼에도 누님은 단 한 번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으셨고 동생을 바라 볼 땐 항상 웃으셨지. 난 지금도 내 누님이 대단하신 분이란 걸 너무 늦게 알았다는 게 가장 후회가 되는데. 너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선생님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보았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내 활짝 미소 지으시며
“ 다 사치야 사치…….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되었다 생각해‘ 이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저랬으면 더 잘 했을 텐데’ 그러면 너만 더 힘들어만 지지 나아질 것은 하나도 없어”
“네. 선생님”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내 마음 저쪽에부터 회오리바람이 몰아 부치더니 내 머리 끝으로 터져나가는 듯했다. 맞다 사치였다. 나의 부모님 역시 지금껏 쉬지 않고 일하시면서 호강 한 번 못하셨고, 자식들 고생 시켜 미안하다고 매일 말씀하시지 않는가….
나는 선생님과의 독대가 끝나고 며칠을 꽁꽁 앓다가 다시는 그 누구의 탓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남의 것만 같았던 포근한 행복이 조금씩 내게로 다가왔다.
결혼 후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해 연락이 끊어졌지만 지금도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면 재일 먼저 선생님이 떠오른다. 정말 하기 힘드셨을 말씀을 제자를 위해 선뜻 내 주셨던 선생님, 한 해가 또 가고 있는 고비에 들어 더 그럴까? 부쩍 더 선생님을 뵙고 싶다. 지금 선생님은 어디에 계실까?, 건강은 하실까?
“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음 다 같이 사는 거야. 건강하기만 하면 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찾아뵈었던 길 위에서 또 뵙기를 원하며 인사드렸을 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찬바람이 불어서 더 그런가, 마지막 인사가 되고만 선생님의 말씀이 유난히 귓전에 윙윙 맴도는 요즈음이다.

노정애   18-12-08 12:57
    
김숙진님 반갑습니다.
글 쓰신다고 수고 많으셨어요.
더 좋은 글을 위해 몇 말씀 드립니다.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1교시 전에 자습시간이 있고, 6교시, 7교시가 다 끝나도 야간 보충이 또 있었다. 그러니 아침 일찍 나와 저녁늦게 들어가는 강행군은 정말 지옥이었다. 그래도 난 꼭 대학가자 다짐하며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이 글을 간결하게 다듬어 볼께요.
고등학생이 되니 1교시 수업전에 자습시간이, 정규수업후에도 야간 보충시간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늦은 저녁까지의 강행군은 정말 지옥이었다.  꼭 대학에 가자는 굳은 결심으로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좀처럼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바꿔 보시면 어떨지요.
어찌나 피곤하고 짜증만 나던지 ---> 늘 피곤하고 짜증만 났다.
 집에 가도 공부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않으니 공부를 못할 수 밖에 없는 거고, 늙은 엄마는 정보력도 없고, 과외도 못하지만 할 돈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거라는 등 --->
공부할 분위기 만들어 주지 않는 집이라서 공부도 못하고, 정보력 없는 늙은 엄마와 과외할 여력도 여유도 없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등
이렇게 간결하게 다듬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 와중에 최 순열 선생님은 내 정신적 지주셨다. 국어선생님 이셨는데 --->
이런 혼란의 시기에 국어를 가르키셨던 최순열 선생님은 내게 정신적 지주셨다.

닭똥 같은 ~ 찾고 싶었다.
이 단락을 간결하게 짧은 문장으로 다듬어 보세요.
예를 들면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목도 매어 말은 못하겠는데 한 편으로는 내가 그리 좋아하는 선생님 앞에서 이게 뭔 꼴인가 싶고, --->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목도 매어 말도 안나왔다. 마음 한 편으로는  좋아하는 선생님 앞에서 이게 무슨 꼴인가 싶었다.

이렇게 바꿔 보시면 어떨까요.
독자가 읽었을때 그 마음이 긴장감 있게 전해지도록 쓰는것도 이런 장면에서는 좋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긴문장들을 간결하게 줄이고
장면 묘사에서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독자를 끌여들이면 이 글은 더 좋답니다.


쓰신다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김숙진   18-12-10 16:28
    
피드백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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