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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별이네 사는 이야기(3)    
글쓴이 : 정상묵    19-02-11 13:25    조회 : 5,748
고드름 얼어 추운 날씨입니다. 동장군이 마지막 기세입니다. 허지만 홍매 청매 백매 꽃피어 이 꽃향기에 꽃샘추위도 어쩌지 못합니다. 정월 초승달도 선녀님 눈섶처럼 떠올라 홍매 향기에 불콰해요. 들창에 매화향 암향暗香으로 떠오고 뒷뜰 대숲에서 밤바람에 싸락눈 내리는 소리가 납니다. 이제 서산 넘어 보석해도 고이 잠자듯 샛별네도 비단 어둠 덮고 잠잘 시간입니다.
 샛별이 개그콘서트에서 구팔에 칠십이 한다고 소리치며 아빠 얼른 오라고 소리 칩니다.
 아!
 샛별이랑 티비 볼시간인데 그만 정월 초승달 월매향에 이끌려 결국 어머님 쓰시던 골방에 박혀 정인을 기리는 애닯은 밤이 되었습니다.
 어머님은 이 관같은 구들방에서 향년 구십 육세 되는 새해에 설날 떡국드시고 담날 어스름 저물녁에 그대로 주무시듯 잠자다 돌아가셨습니다.
 객지에 나가 공부하는 큰 손주랑 같이 자다 그냥 자는 손주에게 당신거 베개 손수 베어 주시고 담날 배내똥을 깨끗이 비우시고 샛별이 집사람 선녀님, 저 막내 아들 마지막 손잡아 보고 황혼 노을따라 우화등천 하셨습니다.
방에는 매화향이 진동하였습니다.
오늘밤 같은 날입니다.
설날이 기일이라 2주기 제사를 모신 날이 바로 엊그제 입니다.
그 매화향 속에 샛별이네 사는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집수리를 얼추 마무리 하고 다음은 목구멍 풀칠할 농토 장만 하는 일입니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정도의 절골이니 저희가 농사지을 빈 땅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 였습니다. 아이들이랑 산으로 숲으로 산책다니다 산기슭에 산이 다 되간 묵은 땅을 발견하였습니다.어르신들께 여쭈니 아랫 절골 남산아지메 전지라 일러주십니다. 농토를 일궈 부치겠다고 하니 아지메 흔쾌히 허락하십니다.포크레인을 섭외해 이틀을 거쳐 600평 가까이 새 농토를 마련하였습니다. 모종하우스가 필요하여 아랫마을 사지골에서 헌 하우스대를 구하여
오두막 양지쪽 빈땅에 세웁니다. 읍내 나가 철물점에서 비닐을 사다 씌웁니다. 
 다음은 생태화장실을 마련합니다. 소나무 짤라다 기둥과 써가래를 올리고 지붕과 벽을 마무리합니다. 간단히 벽돌 두개놓고 오줌 받을 관을 설치하고 큰 통에 연결 합니다. 볼일 보면 저절로 오줌이 모이게 합니다. 일을 다 보고 똥은 재나 방아찌면 나오는 부산물 왕겨를 뿌려 옆에 놓은 거름통에 넣으면 됩니다. 이 통이 다 차면 퇴비더미에 부어 부숙시켜 거름으로 활용합니다. 보석 거름으로 재탄생입니다. 수세식 화장실 할때 볼일 본 물을 계곡으로 흘려보내 시내가 오염되는 것도 막아주는 일석 이조 입니다.
 귀농 귀촌 귀도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권할 일은  구들장있는 부엌을 갖는 것과 생태화장실 짓는 것을 권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번뇌를 내려놓고 자연과 벗삼아 사는데 필요한 최소 최적 조건입니다.
 
 이런 농사준비와 생활공간 마련하는 분주한 가운데 새천년도 다 갔습니다.
 연말 연초가 되어 서울사는 고등학교 동기 몇이서 소문듣고  친구 찾아 삼만리 절골에 찾아옵니다.
지금은 중앙고속도로가 춘천에서 대구까지 뻥 뚫렸지만 새천년 그때는 오지 영덕까지 올려면 백두대간 죽령고개를 꼬불꼬불 넘고 허위 달려 열시간 가까이 달려와야 하는 고단한 길입니다.
 친구가 그것도 그리 친하지도 않았던 동기가 먼 오지까지 손수 찾아온다는 것는 정말 눈물겨운 일입니다.
밤늦게 도착하여 막회에다 담근 약술을 찌크르며 지나온 회포를 풀었습니다. 그러다 청문회 아닌 청문회가 되어 너희 부부는 오지가 좋아서 절골에 산다 하더라도 병원이 멀어 병나면 노모는 어찌 할 거냐 닥달입니다. 아프면 죽으면 된다, 아이들 교육은 어찌 할꺼냐, 배우다 못하면 그만 아니냐,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가지고 걱정 태산입니다. 그 어머님 잘 사시고 구순 향년 누리시다 집에서 돌아 가셨고 그 아이들 잘 자라 큰 두놈은 대학 재학중이고 셋째는 포천에서 정비병으로 군복무 잘하고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동해 해맞이공원에서 연꽃같은 붉은 햇덩이 구경하고 백암온천에서 온천목욕하고 친구들은 돌아갔습니다.
 온 친구중에 모 일간지 기자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 삶에 감동을 받았는지 아니면 기사거리가 없어 우리라도 같다 붙인건지 사월도 지나 모 일간지 일면에 대문짝 만하게 우리 사는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 이 사람이 사는 이야기/ 영덕의 농사짓는 철학자 정상묵씨 " 였습니다. 농사짓는 철학자는 뭐며 겨우 산간 오지에서 풀칠이나 하는 촌부 주제에 신문 기사는 웬말입니까. 당치도 않는 일인데 친구따라 얼떨결에 벌거숭이 되어 서울 한복판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뒤로 방송국에서 촬영 요청이 왔습니다. 작가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쉬로 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카메라 들고오는 것은 극구사양이다, 아이들도 싫어한다, 촬영오면 집나간다 하더라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연락이 와 집사람과 상의해 전화를 이년 동안 끊고 살았습니다. 전화가 안되자 이장으로 면으로 학교로 촬영하자 연락이 왔습니다. 
 전화가 없자 애로점은 지인들이 방문할때 큰 불편과 고생을 하셨습니다
 한번은 삼경 한밤중에 가족 모두 깊은 잠에 빠졌는데 차소리가 나서 기침해 나가보니 멀리 삼척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주소만 대고 오지 절골을 물어 물어 지인 어르신 네분이 당도 하셨습니다.
 다 주무시는 밤중이라 누구에게 물을수도 없어 이 골 저골 찾아 헤메셨다며 강원도 보다 더 산골이다고 택시운전수 푸념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아
 얼마나 죄송스럽고 죄송스럽던지요.
다 농사로 아시는 분들인데  우리 젊은 부부가 아이들과 노모를 모시고 산골 오지로 이사했다니 염려겸 격려차 방문 하셨습니다.
밤이 이슥 하도록 귀한 말씀을 나누고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이시다 아침에 깨어 아이들이랑 시끌뻑쩍 개울따라 산책을 하였습니다.
초등 2학년 큰놈 한솔이와 유치원생인 둘째 한빛이가 신나서 앞서 인도 합니다.
 그 선생님들 두 분은 저희 노모처럼 돌아 가시고 지금은 애닯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밤이 찹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서 얘기를 줄이고 다음에 이어가겠습니다.
 밤바람 거세 솔숲을 뒤 엎고 아기별들도 추운지 깜박깜박  절골 오두막 기웃거립니다.

 이 밤이 지나며 밤바람도 고이 자 잔별들도 모두 잠자러 가고, 고단한 소나무도 찬란한 햇살에  몸 피어나며 꼬박 꼬박 좁니다.
 멧비둘기 구구 울고 청딱다구리 빠빠빠빠 울며 절골은 하마 봄이 문턱 가까이 와 있습니다.
 봄까치꽃 저녁에 접었던 고운 꽃잎 피며 샛별이네 하루 삶도 시작입니다.
 벗님들도 이른 봄 황금 복수초와 향기좋은 납매, 변산바람꽃, 앙증맞은 노루귀꽃 찾아 이른 꽃마중 나서시길요.
 그러다 사람 화엄꽃도 나그네 길중에 만나실런지요.
 하 하 하 하

 벗님들! 
 그럼 안녕 입니다.





노정애   19-02-14 18:05
    
정상묵님
글 잘 읽었습니다.
신문에 나신 유명인이셨군요.
어머님 가시고 얼마나 마음이 허 하셨을까요.
연세를 떠나서 부모님을 보내는 일은 늘 아픔이지요.
두고 두고 생각나게하는 부모님은 우리들의 인생 선배이고 스승이시죠.

정상묵님의 삶을 응원하며
다음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정상묵   19-02-14 23:45
    
노정애 선생님
 
 동해안에 모처럼 서설 내립니다
 머리에 눈 이고 모처럼 두 부부 바다 눈마중 나갑니다
 눈 분분 매화향 어지러히 날립니다
 눈 속에 노란 복수초 함박 웃음 지으며 우리 부부 반겨요

 오색 설악은 눈 이불 덮고 아직도 긴 동면 중입니다
 이 청정으로 개골산 봄산 이룰 것입니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맞지않은 옷입니다
 설악 개골산 푸른 솔 흰눈 이고 장관입니다
 그 소나무 수난 당해 어느 성안 눈치장 위해 초라히 서있습니다
 
 선생님 응원으로 겨울가뭄이 해소되길 기원드립니다
 소중한 어머님 가시고 이웃 많은 어머니 얻었습니다
 북녘 어머니 아버지까지 부둥껴 앉아 다둥이 아이들과 부자로 살고싶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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