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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거리    
글쓴이 : 문용대    20-04-22 09:43    조회 : 4,635
   94. 마음의 거리.hwp (17.5K) [0] DATE : 2020-04-22 09:43:13

      마음의 거리

  2019년 중국 우한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 세계가 몇 달째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진자 1만 명, 사망자 2백 명이 넘어서야 다행히 숫자가 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늦게 퍼지기 시작한 일본의 경우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를 앞지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세계 확진자는 2백5십만 명, 사망자는 15만 명에 이른다. 발생지인 중국보다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대체로 선진국이 더 심한 편이다. 코로나19가 진정추세인 듯하나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바이러스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쓰는 것은 기본이 됐다. 전철 승객의 마스크착용비율이 100%라고 한다. 마스크쓰기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다. 사람들 사이를 2미터 이상 유지하자는 캠페인이다. 바이러스가 무증상자로부터도 감염될 수 있다하니 멀쩡해 보이지만 저 사람이 내게 바이러스를 옮기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과 공포로 자연히 타인에 대한 접촉을 피하거나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물리적 거리두기’라 하자다가 ‘신체적 거리두기’로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자칫 우리가 살아가는 관계인 ‘마음의 거리두기’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일 것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전히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서 다른 사람과 마주쳐야만 한다. 나는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할 때도 있지만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라 자전거나 전철을 이용한다. 전철 갈아타는 곳은 그래도 붐비는 편이다. 평소 5호선 열차로 한 정거장을 지나 군자역에서 도봉산방향 7호선으로 갈아타다가 요즘은 환승을 피해 출퇴근길을 바꿔 두 정거장 째인 중곡역을 걸어서 이용한다. 많은 사람이 그러다보니 전철승객이 평소보다 40%이상 줄었다 하고,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2~3월 이용률이 전년 동기대비 70%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모임이 줄고 이동을 덜하다보니 코로나사태를 맞기 전보다 시간이 많아졌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해 산을 찾게 되고 자전거를 자주 탄다. 평소 주말보다 등산객이 훨씬 많아 서로 비켜가기조차 힘들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길을 피해 자전거 타는 사람이 비교적 적은 양재천을 따라 안양으로 가거나 중랑천 또는 구리 왕숙천 길을 이용한다.  

  바이러스는 사회관계를 따라 흐른다. 따라서 많은 분야의 생활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다시 주말을 맞았다. 어느 언론인 유튜버가 명보극장에서 ‘1917’이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한다. 3백석의 영화관에서 단 4명이 보았다는 말을 듣고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 ‘1917’을 아내와 같이 서울 광진구에 있는 극장에서 관람했다. ‘1917’은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이 아니었다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을 것으로 시상식에서 촬영상 등 다른 여러 상을 받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2백석 영화관에서 단 5명이 관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재택근무가 늘고, 동영상교육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 온라인쇼핑이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크고 작은 행사나 모임, 전시, 공연이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관광여행도 그렇다. 종교기관, 가족과 친구, 이웃, 직장동료가 바로 감염의 주된 매개체가 되고 있다. 내가 속한 단체에서도 미루어 둔 몇 가지 크고 작은 행사를 언제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매주 나가던 교회에도 못간지 두 달을 넘겼다.  

  ‘거리두기’는 내가 스스로 하지만 남에게는 ‘오지마세요’가 된다. 결혼 풍속이 바뀌었다. 대표적인 통신기업 KT가 양방향생중계시스템을 지원해 유튜브를 통해 서울에서 하는 결혼식 장면을 대구 하객이 축하해 주는 온라인 결혼이 화제다. 이날 신랑과 신부가 양가 친척·지인과 축하메시지를 실시간 영상으로 주고받았을 뿐 결혼식장에 ‘오지마세요’다. 내가 속한 단체 회원은 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두 달이 넘게 만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아들이 그 아내에게 간을 이식하는 큰 수술을 하는데도 갈 수가 없다. 앞으로도 보름동안은 아무도 오지 말라고 한단다. 장례식의 경우 평소라면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고 유족을 위로하느라 문상객은 당연히 붐벼야 좋다. 얼마 전 가까이 사는 고향친구가 모친상을 치렀다. 생전의 그 어머니는 나를 무척 반겨 주셨던 분이다. 친구는 가족들만이 어머니를 고향 선산에 모시고 돌아와서야 나에게 알린다. 섭섭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현재 상황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여겨진다. 

  긴 겨울을 지나 꽃피는 봄을 맞아 전국의 명소나 지자체에서는 이를 즐기러 나들이 오는 사람을 더 많이 맞으려고 기를 쓰게 되나 금년은 다르다. 벚꽃의 명소 경남 진해에서 1963년부터 57년간 매년 이어져 오던 벚꽃축제 ‘군항제’를 열지 못했다. 전남 광양 매화꽃축제, 구례 산수유축제가 그랬다. 제주 유채꽃밭은 꽃이 피기도 전에 갈아엎었다고 한다, 내가 사는 광진구에 벚꽃으로 이름난 워커힐 길에도 ‘오지마세요’, ‘내년에 오세요.’라 써 붙여졌다. ‘옛말에 음식 끝에 정난다.’는 말이 있다. 사람끼리 함께 음식을 먹을 때 정이 깊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포장식으로 혼자 밥 먹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식당에서도 서로 마주보고 앉지 않고 등을 보거나 지그재그로 앉아 침묵하면서 신속하게 먹어 치운다. 그러니 무슨 정이 나겠는가? 

  코로나19로 인해 신조어도 등장했다. 재채기나 잔기침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는 의미의 ‘상상코로나’, 금처럼 귀한 마스크란 뜻의 '금스크'라는 말도 생기고 재택근무 등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주부들이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를 뜻하는 ‘돌밥 돌밥’이라는 재미있는 말도 생겨났다. 세계 모든 사람을 공포로 모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맞아 누군가로부터 바이러스가 옮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 지내고 있다. 손이 감염원으로 알려지자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인사마저 제대로 하지 못한다. 뉴질랜드 마오리 족처럼 코를 맞대거나 유럽식 포옹이나 볼 키스는커녕 악수도 주먹을 대는 정도로밖에 하지 못한다.  

  꽃은 피고지고 연두 빛 잎은 초록색으로 짙어간다. 바이러스라는 시련은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시인 T.S.엘리엇은 ‘황무지’ 첫 구절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이제 4월 끝이 다가온다. 4월로 모든 재앙이 끝나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맺으면서 산다. 혼자서는 살지 못한다.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있어도 끊임없이 타인, 즉 사회와의 관계 속에 존재하고 있다.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거리는 두더라도 관계 맺고 사는 우리 서로가 마음의 거리는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정애   20-10-23 16:59
    
문용대님
딱 요즘 이야기를 자세하게 쓰셨네요.
잘 쓰셨습니다.
조금 아쉬운것은
일반적인  이야기는 조금 줄이는것이 좋을것 같아요.
문용대님의 이야기와 변한 풍속도 이야기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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