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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우리    
글쓴이 : 김정호    13-10-12 22:46    조회 : 6,194
   홀로우리.hwp (28.5K) [0] DATE : 2013-10-12 22:46:25
홀로우리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인지 정치꾼들의 야망을 채우기 위함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세종특별자치시가 충청도 연기군 일대에 지금도 건설되고 있다. 2012년 초에 국무총리실의 이전을 시작으로 전체 공정 중 약 반 정도 진행된 201212월에 현재 국토교통부로 바뀐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서너 개의 부서가 이전을 시작하였다. 생활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 시설도 없이 해를 넘기기 전에 관련 부처 공무원부터 대대적 이전을 시작하였다.
 
세종 시는 정부청사만 뎅그러니 있고 주위에는 아파트와 상가를 짓기 위한 허공다리들만 즐비하게 있기 때문에 일터를 이전당한 공무원들은 인근 조치원 오송 대전 등에 원룸을 얻어서 생활을 하거나 또는 현재 사는 곳에서 출퇴근을 하여야 한다. 정부에서는 한시적으로 서울에서 출근하는 출?퇴근 버스를 마련하였다. 수도권에서 세종 시까지는 버스를 타는 시간만 거의 2시간 넘어 걸린다.
 
부서가 세종 시로 이전 한 후, 나는 세종시에서 출퇴근 버스로 약 30분 정도 걸리는 대전에서 원룸 생활을 시작하였고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가는 소위 주말 부부가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로서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같이 세종시로 이전하였지만 항공기 사고가 주로 공항 주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출장이 아주 많아졌다.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고 또 출장을 가려면 출?퇴근 버스를 이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니 자연이 출퇴근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출퇴근 버스는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자신의 위치정보를 변경해주는 도구가 아니고 침실, 음악 감상실, 독서실, 영화관 또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작은 카페가 되기도 한다.
 
무엇인가 공통점이 있는 관계를 우리라고 부르며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편 가르기를 좋아하고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우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도 드물다. 그러나 같은 출퇴근 버스를 타는 공무원들은 모두 홀로우리가 된다.
 
9시까지 출근하기 위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예전의 시계 알람은 중지 버튼을 한번만 누르면 중지되었는데 스마트 폰 알람은 화면에 뜬 숫자 4개를 작은 숫자부터 순차적으로 터치해야 알람이 중지되므로 좀 더 효과적으로 잠을 깨워준다. 30분 이내에 출근 준비를 맞추고 집을 나서야만 첫 지하철로 출근버스를 타는 장소에 시간을 맞추어 도착할 수 있다.
 
월요일 출근버스는 거의 만석이 되어서 출발하므로 대부분 홀로우리들은 창가 좌석부터 앚으나 나머지 요일은 복도쪽부터 앉는다. 화요일 출근버스에 막 올라서면 어느 자리에 않을까 당황하게 된다. 한 쌍의 좌석에 한명씩 앉아있고 두 좌석 모두 빈 좌석은 없다. 대부분 복도 쪽에 한 명씩 앉아있거나 또는 창가에 앉아 있더라도 옆좌석에 가방이 놓여졌다. 좌석에 놓인 가방은 여기는 앉지 말고 다른 좌석에 앉으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고 홀로우리들은 눈을 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차 뒤편 까지 한번 훑어본 다음에 맨 앞 좌석에 눈을 감지 않고 있는 홀로우리에게 안쪽 자리에 앉겠다고 미안한 마음으로 부탁을 한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다리를 옆으로 틀어주지만 표정은 영낙없이 왜 하필 이 자리예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퇴근 버스는 우등고속버스같이 안락한 의자도 아니고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한 쌍에 두 개의 의자가 있다. 정해진 좌석이 없기 때문에 올라오는 순서대로 좌석에 앉지만 한 쌍의 좌석에 누군가 앉아 있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옆 좌석에 앉지 않는다. 이것은 화학이론의 하나인 훈트의 법칙이 홀로우리들에게 적용된 것같이 보인다. 훈트의 법칙이란 물질의 기본 구성 단위인 한 개의 오비탈에 두 개의 전자가 들어가는데 한 개의 전자만 있는 오비탈이 많을수록 그 물질은 안정적 에너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훈트의 법칙이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론은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심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서로 낮선 사람들이 심리적 공간을 침범할 경우는 불쾌함을 느낀다. 따라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여 편하게 앉아서 가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 심리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무엇인가 공통점이 있는 관계를 우리라고 부르며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편 가르기를 좋아하고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우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도 드물다. 세종 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급여 인상 투쟁을 할 때는 모두우리가 되지만 출?퇴근 버스에서는 모두 홀로우리가 된다. 홀로우리가 되더라도 창가에 앉아서 나중에 출근버스를 탄 홀로우리가 부담감 갖지 않고 좌석에 앉도록 하면 어떨까? 창가에 앉은 홀로우리 옆에 앉으면서 좌석을 맡아주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홀로우리는 미소지우면서 모두우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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