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기타그룹 >  수필공모
  그 말은 '잭업'이 아니고 '백업'*이야    
글쓴이 : 이성열    13-11-18 08:42    조회 : 10,109
그 말은 '잭업'이 아니고 '백업'이야

 이민을 위하여 미국에 도착한지 수주가 덧없이 흘렀다. 나는 생활에 점점 주눅이 들고 있었다. 총알처럼 쏴대는 이 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기는 커녕 그들을 대하기만 하면 하반신이 후들후들 저려왔다. "아이 베그 파던?"*도 한두 번이지 않는가.
?이곳 생활 첫 번 관문인 운전면허를 따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 국인가 하는 곳을 바쁘다는 친구와 같이 찾아 갔다.?그런데 나는 다소 기고만장했다. 기대 밖으로 필기시험을 단번에 합격했던 것이다. 내가 도착했던 동남부 아틀란타는 LA 같은 큰도시와는 달라서 외국인들이 희소하였고, 아울러 한글로 된 면허시험은 생각해 볼 수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그것도 갖은 실력을 발휘하여 어설피 굴려대는 액쎈트는 전혀 이해해주지 않았다.
?친구의 권유에 따라 '로우드' 실기 시험을 보기로 하였다. 담당으로 보이는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경찰에게 가서 주섬주섬 단어를 늘어놓았다. 나의 뜻을 알아들은 그는 종이 한 장을 주면서?실기 시험을 치도록 위의 문 쪽을 가리키며 무어라고 지껄였다. 나는 그가 한 말을 다 놓쳐버리고 '아웃'이라는 단어 하나가 전달되었기 때문에 그 서류종이를 가지고 밖으로 나와서 기다렸다. 조금 후에 친구도 따라 나왔다.
?그러나 웬일인가? 반시간이 지나도록 안으로부터는 아무 대응도 없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사무실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그 인정이라곤 없어 보이는 경찰에게 물었다. "왜 사람을 나가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반시간이 지나도 당신은 나오지 않는가?"?이렇게 그는?나를 위해 항의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 경찰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친구에게 대꾸하였다.
?"내가 언제 나가서 기다리라고 했는가? 그 서류를 기입(필아웃)하라고 했더니 저 친구가 저렇게 나가서 서성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근처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 갈 심정이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와 보니 그 뒷문 입구 옆에는 필기를 위한 조그마한 탁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경찰은 거기에서 쓰라고 문 쪽으로 손짓을 했던 것이었다.
?남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해하다 못해 신비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이곳에 오기 전 곧잘 일상회화가 어렵다는 친구들에게, "미국에 가서 반년만 지나 봐라. 그까짓 영어쯤이야 십년 이상을 배웠는데……."라고?허세를 부린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나는 수십 년이 넘은 지금까지 실감하며 살고 있다.
?언젠가 이곳 신문에서 독일 나치 전쟁범이 미국에 숨어 살다가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취급된 적이 있다. 그가 30년 이상이나 이 미국에서 생활해 오고 있으나 아직도 불완전하고 더듬거리는 영어를 쓰고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우리보다는 훨씬 영어문화권에 가까운 서양인이 30년 이상이나 이곳에 살아도 유창한 영어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실망케 하였다. 이곳에서 자란 일곱 살 철부지의 말은 오히려?잘 알아듣는데 왜 신문을 읽을 줄 아는 내 말은 이들이 잘못 알아듣는가.
?말과 말 사이는 분명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신의 비밀이 있는 것인가? 창세기 11장 7절에서 읽을 수 있는 바와 같이 주께서 우리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우리로 하여금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신 신의 섭리가 인간의 언어 문제에 개입되었다는 것을 믿어야 할 것인가. 인간이 스스로 같은 말로 단결하고 이름을 높이기 위하여 쌓았던 바벨탑 때문에 우리의 언어가 갈리고 혼잡해진 신의 비밀이 있다면 과연 몰라도 인간이 스스로의 편리를 위하여 생긴 말이 이토록 어려운 가를 줄 곳 생각하게 한다.
?얼마 전 일이었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여성들과 이러쿵저러쿵 말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한 백인 여성이 어떤 동양인과 동거 중이라고 하면서 그의 말은 유창한데 내 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유를 가려내기 위해서 그가 몇 살 때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를 묻기 위하여 한다는 말이,"디드 히 컴 어얼리?" 하고 더듬거렸다. 갑자기 그 때, 내 말을 듣던 여성들이 모두 얼굴이 빨개지면서 배를 움켜쥐고 박장대소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제야 나는 내가 한 말 뜻이'일찍 왔느냐'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오르가즘에 빨리 오르는 편이냐'에 가까운 뜻으로 해석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도 얼굴을 붉히며 얼른 잘라서, "내가 말 한 뜻은 그 게 아니고 언제 그가 미국에 이민 왔는가라는 뜻이었다." 라고 다시 구구한 설명을 한 적이 있다.
?또 하나의 일화가 생각난다. 어려운 단어 의미 시합을 하다가 나에게 지고 만 미국 친구가 홧김에 나를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자네 영어를 그렇게 어렵게 배우면 한이 없네. 일상? 회화는 그렇게 어려운 단어가 필요 없으니 앞으로는 내가 가르쳐 주지." 하고는 "백업!" 하는 것이었다. 그 뜻이 무언지 모르는 나는 당장그 의미를 물었더니 "꺼져! 라는 뜻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잠시 후 그가 내게 와서 무슨 장난을 하기에 얼른 생각하여 한다는 말이"잭업!" 하고 말았다. 얼굴이 약간 붉어진 그 친구는 내 귀 속에 대고는 속삭였다.
?"자네, 여성들 앞에서는 그런 말 쓰지 말게. 그 뜻이 망측하니까. 내가 가르쳐 준 말은 '잭업'이 아니고 '백업'*이야.

                                                                      *주;1,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말해 달라는 영어
                                                                            2,'잭업'은 마스터베이션을 뜻하고 '백업'은 뒤로 꺼지라는 영어


유시경   13-12-07 01:28
    
안녕하세요, 이성열 선생님. 선생님의 이 글을 읽으니 작고하신 번역가 이윤기 선생님의 산문이 생각납니다. 그분의 수필 몇 편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해학적이고 맛있는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그분이 번역하신 '그리스 로마신화'나 '양들의 침묵' 같은 번안 소설책도 재미있게 읽은 바가 있지요.

첫문장은 되도록이면 부사나 형용사를 빼고 짧게 쓰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가령, '이민을 위하여 미국에 도착한지 수주가 덧없이 흘렀다.' 보다 '미국에 도착한 지 수 주가 흘렀다.'로 시작하시는 게 어떠실지요...
'아이 백 유어 파든?'이나 '로우드', '필 아웃' 같은 문장이나 단어는 괄호를 열고 영문으로 표기해 주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송구하오나, 제 개인적인 생각에 중간 아랫부분의 '창세기 11장 7절에서 읽을 수 있는 바와 같이 주께서 우리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는 조금 걸리는 문장 아닌가 싶습니다.

제목도 독특하고 작가의 실수담을 담은 내용도 매우 친근하고 희극적으로 다가옵니다. 문단과 문단을 조금만 더 부드럽게 연결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수필을 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어는 정말 관용구를 외우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거 같아요. 다 탄 고기를 "Well done."이라니요.ㅎ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와서 선생님의 글을 읽은 보람이 있네요.^^*
임도순   13-12-07 14:34
    
잘 읽었습니다.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왕 선생님 글이라면 이런 식이 글이 차라리 도움이 될 듯합니다. 디드 히 컴 어얼리?,잭업,백업...그러나 생활영어식 실수담이나 영어회화 습득과정이 곧 산문의 어느 한 부분은 되겠지만 산문분야중, 고난도의 서정성이 요구되는 수필의 영역으로 확장되기까지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 뵙겠습니다.
이성열   13-12-08 05:44
    
안녕하세요, 유시경, 임도순 선생님,  진심어린 충고 대단히 감사하고 모두 공감합니다. 이 글은 제가 꽤 오래 전에 완성한 글인데 발표 전 다시 읽고 심도있는 교정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될 때 선생님 충고대로 다시 써 볼 생각입니다만, 거듭 감사그리며......
 
   

이성열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20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수필 응모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6) 웹지기 05-15 80264
20 내 무덤에 서서 흐느끼지 마라 (2) 이성열 02-21 6857
19 고수(수정) (2) 이성열 02-08 6115
18 1등의 영예 나누기(수정) (2) 이성열 02-06 6420
17 그 말은 잭업이 아니고 백업이야(수정) (2) 이성열 02-04 6863
16 1등의 영예 나누기 (5) 이성열 01-29 6944
15 날아라, 새여!(수정) (2) 이성열 12-29 7030
14 애착의 끈(수정) (2) 이성열 12-27 6742
13 나무의 시학 (4) 이성열 11-19 10861
12 생명보다 귀한 가치 (2) 이성열 11-19 10664
11 내 인생의 먹구름 (2) 이성열 11-19 10396
10 고수 (2) 이성열 11-18 9692
9 그 말은 '잭업'이 아니고 '백업'… (3) 이성열 11-18 10110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