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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가장 난이도 있는 문제    
글쓴이 : 박해원    24-05-24 18:38    조회 : 1,366
   인생에 가장 난이도 있는 문제(교정).hwpx (81.7K) [0] DATE : 2024-05-24 18:38:42

인생에 가장 난이도 있는 문제


104. 풍년의 벌판에 한여름 볕이 안간힘을 다해 쏟아냈다. 아들의 입영 날이었다.엄마의 눈에는 한없이 어리기만 한 아들이 나라를 지킬 만큼 장성한 대장부가 되었다.논산 훈련소로 떠나는 아들은 초등학교 입학식도 아닌데 굳이 따라오지 말라며, “엄마 아버지, 나라 잘 지키고 오겠습니다.”라고 씩씩한 척 큰절을 하고 떠났다.아들은 버스에 오르면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떨구었다. 울었을까? 조금 전에 씩씩한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나도 살짝 콧등이 시큰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금쪽같은 아들이 입대하는 데 바래다줄 걸 그랬나 아들 혼자 보내는 것이 맞는 건가 싶어서 곧바로 후회됐다.

오히려 주변에서 호들갑이었다. 6~70년대도 아니고 요즘 시대에 입대하는 아들 혼자 훈련소 보내는 엄마를 처음 봤단다. 이건 아닌 것 같다나. 이제 스무 살밖에 안 된 어린애인데 혼자 보내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냐. 꼭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냐는 둥 주변 사람들은 남의 일에 오지랖도 넓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꼭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평소에 주변 지인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과잉보호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닮고 싶지 않았던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자식이 20세가 되면 혼자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라. 자식이라도 성인이 되면 타인이라고 생각해라. 참견하지 말아라. 날개를 달아주어라. 따라다니지 말아라. 법륜스님의 열정적인 강연 또한 영향이 있었으리라.

내가 너무 감정이 메마른 엄마일까. 아들이 군대 가는데 무엇이 그리 서럽고 눈물이 날까? 적어도 자랑스러워서 흘리는 감동의 눈물은 아닐 것이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행여라도 깨질세라 다칠세라 노파심에 흐르는 눈물일 것이다. 물론 그런 애틋한 부모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환경에 따라 자식의 양육 방식이 다르겠지만 그것은 내 방식이 아니었다.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으며 자식 사랑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으랴.

지인들 앞에서 마음속의 진심은 감추었다. 마치 대단한 교육자라도 된 것처럼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초등학교 입학식도 아니고, 전쟁포로로 잡혀가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뒷바라지해야 하느냐고 의기양양하게 반문했다. 너희들은 나처럼 할 수 없을 거라고 호기롭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바래다줄걸, 마음 한편에서는 후회하고 있었다.막상 자식 앞에서는 늘 작아지는 엄마의 새가슴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무엇이 옳은 것인지 정의할 수 없지만, 마음속의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열매를 맺는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아들은 논산 훈련소에서 3개월 훈련을 마쳤다. 강원도 철원으로 자대배치를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혼자서 씩씩하게 잘 해내고 있는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아니다. 성인이 된 아들 졸졸 따라다니면서 노심초사하지 않았다는 내가 더 자랑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자대배치 후 한 달 만에 면회하러 갔다. 아들은 어찌 보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데 혼자서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혼자서도 잘 대처하는 모습에 진정한 격려와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필요 이상의 관심이나 과잉보호가 아니라 꼭 필요할 때 지켜봐 주고 지지 해주는 것이 더 값진 부모 역할이라는 생각이었다.

중대 인원이 약 90명이라고 했다. 조촐하게나마 중대 전원에게 줄 선물과 빵, 음료수, 떡등의 간식을 준비하여 잔치를 베풀어 줬다. 모두가 소중하고 귀한 아들들이다. 어쩌면 이 아이들 가운데 한 번도 면회를 와줄 사람이 없는 친구도 있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감사 인사받자고 한 건 아니었는데 중대장은 연거푸 감사 인사를 했다. 혹자는 내게 지나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아니다. 나는 어차피 준비한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함께 먹으면 된다는 마음, 그뿐이었다.

인터넷에 어떤 부모의 하소연이 올라온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아들이 학교 급식을 싫어해서 날마다 엄마가 정성스레 요리하여 식사 시간 맞춰 집밥 배달한다. 공부하는데 힘들어하니 날마다 학교에 픽업해 준다. 엄마는 맞벌이 생활을 하면서 지치고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희생하며 아들이 원하는 것을 해준다. 하지만 아들은 엄마의 수고와 정성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불평불만 하며 짜증 낸다는 내용의 글이었다.이 엄마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참으로 뜨거웠다. 가슴이 답답하다. 아들을 그렇게 상전으로 키워서 어쩌려고 그러느냐. 아들이 주인집 도련님이냐. 엄마가 하녀냐. 하녀가 생색내니까 상전이 그렇게 짜증 내는 것 아니냐. 상전으로 큰 놈이 어른 되면 남의 밑에서 적응할 것 같으냐. 자식을 상전으로 키워놓고 마님 대우를 해 달라고 하느냐. 어린아이 이유식 하듯 키운다. 군대 가도 장가가도 따라다니며 참견하고 보살펴 줄 거냐.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사회에 적응 못 하는 거다. 그런 아이들이 결국 어른이 되면 자립 못 하는 거다. 다른 아이들도 다 급식 먹는다, .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인터넷에 올라온 글이 아니라도 지인들 모임에서도 더러 있다. 어른이 된 자식인데, 챙겨줘야 한다며 모임 분위기 깨고 부랴부랴 집에 들어가는 엄마들을 볼 때 나도 혹시 이런 엄마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런 것들이 쌓여 나의 연륜이 되었을까. 자식이 20세가 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들을 그렇게 떨쳐 버렸다.이제 나는 나를 위해 살 거라고 다짐해 보지만 천륜이란 것이 또 나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지 긴장의 연속이다.

자고로 20세가 되면 약관弱冠이라 하였다. 이는 벼슬을 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 부모 된 우리는 그렇게 자식을 바라보고 있느냐는 것이다. 해답이 없다. 자식을 잘 키운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 자식의 문제는 어찌할 수 없는 인생살이에 가장 난이도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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