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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이는 도토리    
글쓴이 : 진연후    20-07-21 23:33    조회 : 608

반짝이는 도토리

진연후

여동생이 이사를 한다고 결혼 예물로 받은 반지와 목걸이 등을 엄마에게 맡겼다. 크기에 비해 빛이 강렬하다. 큐빅과 다이아몬드를 구별하지 못하는 내 흐린 눈에도 반짝임이 탁월하다는 것쯤은 알겠다. 다이아몬드는 굳은 약속을 상징한단다. 그래서 사랑의 맹세를 하고, 결혼을 할 때 주고받는 모양이다. 반짝이는 만큼 오래, 굳게 지켜질 것이라 믿으며 말이다. 스물셋에 대학 졸업 반지를 두어 번 끼워본 것 외엔 늘 가벼웠던 내 손가락은 무얼 믿나?

중학교 2학년인 수정이가 반지를 끼고 있다. 남자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은 14k금반지란다. 싸우고 나서 헤어지자 하고 싶어도 그 반지 때문에 참는단다. 모파상의 ‘목걸이’라는 작품을 읽고 수업을 하던 중이어서 보석 이야기가 나왔다. 여주인공 마틸드의 삶이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마틸드가 어리석다고 흥분하기도 하고, 삶이 참 안 됐지만 보석을 갖고 싶었던 마음은 이해가 된다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 허영심,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이들의 생각이 펼쳐진다. 반짝이는 것도 좋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까지 나오면, 살짝 옆길로 샌다.

너희도 반짝이는 게 좋니?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반짝이는 보석, 그 중에서도 다이아몬드가 가장 좋은 거 아니냐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어떤 보석을 갖고 있는지 묻는다. 나는 보석이라 할 만한 걸 가진 것이 없다. 몰라서 갖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것인지, 어차피 갖게 될 것 같지 않으니 아예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다. 암튼 그래서 반짝이는 것이 예쁘다고 생각은 하지만 갖고 싶다는 마음은 드러내지 않는다.

반짝이는 건 내 것이 아니라도 좋다. 지리산 산장, 키나바루 정상, 몽골의 초원 등 여행지에서 밤을 보내며 마주했던 별천지 밤하늘은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순간적 강렬함은 없어도 두고두고 떠오르는 반짝임도 있다. 인도 여행 중 방문한 어느 학교 교실에서 느껴지던 70여명의 학생들 눈빛은 어떤 보석 못지않게 빛나는 별이었다. 그리고 매주 만나는 우리 아이들... .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많았던 민수, 친구들의 의견을 경청하던 현우의 진지한 눈빛, 그리고 내 말에 무한 신뢰를 보여주던 수진이 눈빛까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별들이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에 해가 바뀔 때마다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마음으로 끝나버리곤 했다.

놀라지 마라 도토리야, 네 몸 속에는 갈참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어.

- 안도현, ‘관계’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한창 빠져들었던 2,30대의 나에게 도토리는 보석이었다. 내가 그 보석을 알아본다는 설렘과 자부심에 취해있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보고 있으면서도 잊고 있었다. 오히려 언제 갈참나무로 클 거냐고, 반짝이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볼 줄 모르는 눈을, 굳어져가는 감각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돌도 예쁘지만 너희들의 눈빛 발사에는 어림없건만. 너희들이 내겐 가장 반짝이는 존재임을 잊고 있었다. 너희들의 삶이 반짝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도 빛나는 일상이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 시간을 사랑 했었다는 걸... .


한국산문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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