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선
추운 것이 너무
싫어 따뜻한 남쪽 샤먼 厦?으로 여행을 떠났다. 샤먼은 중국
푸첸성(福建省복건성) 남동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타이완 해협을 사이에 두고 타이완과
마주보고 있는 도시이다. 아열대 몬순 기후로 여름은 덥고 습하며 겨울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것이 특징이다. 12월말에 출발해서 연말연시를 그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가는 부부여행이라 혹시 의견이 달라 싸우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새로운 곳에 가본다는 설렘은 내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샤먼에 도착해서 바로 구랑위鼓浪嶼로 갔다. 구랑위는 샤먼에서 페리를 타고 2,3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작은 섬이다. 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건축물, 정원, 자연경관이 현대와 전통문화가 잘 융합 되어있다. 제일 먼저 구랑위
여행시 필수 코스라는 숙장화원 菽莊花園 에 가 보았다. 바다위에 다리를 만들고 그 다리와 정원이 연결되어
있는 별장이다. 개인의 별장을 이렇게 크고 정교하게 꾸밀 수 있을까 감탄하며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그 중 피아노 박물관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피아노 박물관이다. 70여대의
엔틱 피아노가 있었다. 각각 모양과 색이 다른 피아노를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곳을 나와
TV에서 보았던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고
배도 많이 고팠다. 골목 마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유혹을 했지만 TV에서
보았던 그 것을 꼭 먹고 싶은 나에게 아무 곳에서 먹으면 어떠냐며 남편이 불평을 했다. 하지만 내 고집을
꺽지 않았다. 배고픔에도 내 의견에 따라준 남편이 고마웠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다. 남편의 눈치를 안 볼 수 가 없었다. 티비에서
보았던 음식들은 주로 분식 수준으로 세개의 상점이 나란히 있었고 엄청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며 먹는 것을 싫어 하는 남편의 눈치를 봐 가며 그 세가지를
다 사 먹었다. 남편이 외국에 왔으니 참아 주는 것 같아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꼈지만 역시 표현은 못했다. 돌아가는 페리에서 바라본 샤먼 섬의 야경은 홍콩이나 상해처럼 화려하기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건물 마다 각각 다른 네온싸인과 LED로 중국 특유의 치장을 한
것이 너무 아름다웠다.
다음날 흙 건축
예술의 진수인 남정 투루(土樓)에 갔다. 남정 투루는 2008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CIA에서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중국 남부 지역의 사진을 보고 핵미사일 기지로 착각하여 조사를 하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 졌다고 한다. 진흙, 나무, 지푸라기, 찹쌀, 설탕
등을 사용해 지었다는데 원형, 삼각형, 사각형, 팔각형 등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1,2층은 창문이 없고 1층은 부엌과 식당, 2층은 창고이며 3층 이상부터 밖을 감시하며 적이 침입할 때 활을 쏘기 위한 창문이 있고 침실들이 있다. 한옥처럼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투루 아래로 깊이 벽을 만들어 적이 땅속으로 굴을 파고 들어올 수 없게
했다. 투루 한 채에 한 씨족 전체가 살고 있다. 씨족이
공동으로 사는 곳이기 때문에 투루 한 가운데 사당, 학교도 있고 우물과 가축 등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전쟁을 치르더라도 한동안은 자급자족이 가능 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상술은 여기 투루 에서도 발휘가
되어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투루 1층은 갖가지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투루 밖에도 먹거리들을 많이 팔고 있어 이것저것 사 먹었는데 우리 입맛에 맞았다.
다음날 샤먼대학에 갔다.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하여 바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예상을 하고 갔는데 줄 끝이 보이질 않았다. 30분정도 걸려 들어갔다. 흑조를 보러 호수에 갔을 때 티비에서
보기엔 예뻤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덩치도 크고 까만 것이 예쁘다는 생각 보다는 무서운 생각이 더 들었다.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대학에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면 학업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관광할 곳은 거의
다 보았고 마지막 3일은 고풍스러운 옛 유럽풍의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중산로(중국은 어디를 가나 중산로라는 거리가 많다.중산 곧 손문에 대한존경심이
많기 때문)에서 보냈다. 건물들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중국거리의
웅장함에 다시한번 감탄하였다. 1차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영국과 난징조약을 맺었고 그 결과 샤먼을
조차지로 개항하였다. 그래서 인지 중국 속의 작은 유럽이라고 불릴 만큼 유럽풍의 건축물들이 많이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기념품도 사고
조개에서 진주 채취하는 장면도 직접 보기도 하며 티비에서 보았던 것들을 다 체험했다. 샤먼이 대만과
가까이 있어서 대만의 풍물들이 많이 수입되어 있었다. 먹거리 시장인 증조안 거리에도 갔는데 대만에서
수입해왔다는 망고의 단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중국음식을 좋아한다. 한동안 중국에 가지 못 할 때는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이 먹고 싶다는 얘기도 하곤 한다. 간혹 의견이 달라 티격태격 하지만 그런
점이 비슷해서 같이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
여러 곳을 다녀왔지만 샤먼은 중국의 옛 모습과 현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여행 이였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