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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하일기    
글쓴이 : 김경선    19-06-03 17:22    조회 : 4,472


김경선

13명이 승합차 한 대에 구겨 타고 230km를 달려 청더(承德)의 피서산장으로 향했다. 200년 전 박지원 선생도 그 길을 따라 청더에 갔겠지. 청나라를 오랑캐라 생각했던 마음이 연경을 둘러보고 배움이 많은 나라인 것을 인정하게 되었을까?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4~5시간 걸려 가는 길도 허리 아프다, 다리 저리다 불평을 하는데 말을 타고 5일 걸려 가는 길은 험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겠다. 더군다나 연경 구경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피서산장으로 먼저 떠난 황제로부터 조선 사신들을 열하로 오라는 명으로 할 수 없이 가는 길이었으니 그 심정이 헤아려진다. 가는 길에 만난 오리떼가 V자로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보며쟤들은 무슨 바쁜 일이 있어 이 복잡한 길을 건너는 걸까?”하며 차에 앉은 우리들은 박장대소하였다.

청더는 자연이 수려하고 풍경이 아름답다. 북경의 여름은 40도가 넘는 날이 많지만 청더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여름에는 서늘하고 주위에 온천이 많아 겨울에도 얼지 않기에 열하라고 지었다. 그 이유로 황제의 여름 집무실이 되었다. 연암이 도착했을 땐 수레와 노새, 낙타, 표범 등 조선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짐승들과 사람들이 북적여 혼란하기까지 했다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그냥 조용한 산장이었다.

중국은 나를 그 크기와 양으로 주눅 들게 한다. 이곳 역시 그랬다. 피서산장은 북경의 자금성과 유사하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자금성을 처음 보았을 때 경복궁과 비교하여 기가 눌렸는데 자금성의 8배라니~~~ 중국에서 제일 큰 황실 정원이라고 한다. 별궁, 정자, 인공 호수, 인공섬과 정원의 조화가 과연 90년이 걸려 지은 별궁답다. 피서산장 주위에 티베트 불교, 라마교 등 민족 융합정책의 일원으로 지어진 외팔묘(外八?)가 있다. 대대로 티베트 불교를 숭상했던 청홍실이 지은 티베트 불교사원이다. 중국과 티베트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져 채색된 유리 기와와 금색을 사용한 장식들이 화려하다. 내화벽돌과 기와로 지어 순박하고 자연스러운 피서산장과 비교된다.

북경의 화려한 건축물들은 외세의 침략으로 많이 훼손되었지만 이곳은 대부분 보존되어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인들에게는 그들이 주는 선물마저도 부담스러워 조정에 목록을 올리지도 않고 돌아가는 길에 팔아버렸다고 한다.

청음각(淸音閣)이 보인다. 저곳에서 조선의 사신들이 건륭제를 알현했다. 조선 사신들은 전에는 황제를 먼 발치에서 볼까 말까 했는데 이번에는 고희연에 참석도 하고 여러 차례 황제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청의 대신들만 관람 가능한 무대 공연을 조선 사신들에게도 보게 하였다. 박지원 일행의 긴장하면서 기대에 찬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중국은 대약진운동(1950), 문화대혁명(1966~1976)의 실패로 경제가 피폐해지고 혼란과 부정부패가 만연해졌다. 그 시대 우리나라는 정치, 사회적 혼란은 있었지만 경제 개발은 어느 정도 성공하여 중국 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중국과 개방 이후 한국인들은 너무나 거만했고 그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많이 보여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았다. 처음엔 중국인들이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공손한 태도를 보였으나 십여 년이 지나 중국의 경제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다시 청나라 시대로 돌아 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돌아보고 있는데 아이들 7명은 마치 놀이터에 온 양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장난을 하다 넘어져서 큰소리로 울기까지 한다. 나 역시 시대가 좋아져 이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다는 것에 조그만 감동이 느껴진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하루였다.


박유향   19-06-11 15:49
    
경선 샘님, 새로 오셔서 자주 글 보여주셔서 너무 좋습니다. 중국에 대한 글 읽으며 몰랐던 중국에 대한 이야기, 중국에서 사는 이야기도 듣게 되네요. 200년전 박지원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는 것도 저한테는 특이한 경험이예요. 좋은 글 너무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황다연   19-06-12 15:20
    
13명의 일행속에 끼어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었어요.
앞으로 계속,
김경선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쌤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중국에서의  에피소드 기대할게요.
좋은 글 많이 쓰시길요~^^
김경선   19-07-08 09:19
    
댓글 감사 말씀을 이제야 하네요
쌤들의 응원에 힘이 납니다
감사해요
쌤들 따라 가려면 아직도 멀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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