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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 안에서    
글쓴이 : 김선희    23-08-17 07:07    조회 : 1,687
   엘리베이터 안에서-1.hwp (14.5K) [1] DATE : 2024-03-17 20:35:03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선희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누워있을 때 아빠는 이사를 했다. 집을 보러 다니는데 아빠는 병원 근처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작은 아파트만을 고집했다. 

 "아까 봤던 빌라가 더 환하고 좋지 않아?" 

 "거긴 안돼, 꼭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해." 

 "그럼 그 동네엔 엄마랑 아빠가 전에 살던 D아파트밖에 없는데? 왜 근데 꼭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되는데?" 

 "엄마 퇴원하면 휠체어로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퇴원하면 엄마가 '여보, 왜 하필 D아파트로 왔어.' 하겠지? 엄마가 D아파트 근처에 석유화학공장 있다고 싫어했거든." 

 오랜만에 보는 아빠의 환한 웃음이었는데 가슴이 시큰하도록 아파왔다. 

 

 엄마와 같은 날에 비슷한 병명으로 병실에 들어온 순옥아줌마는 시간이 지나 보조기구에 의지해 일어서서 걸을 수도, 어느 정도의 의사 표현도 할 수 있게 되었고 곧 퇴원을 한다고 했다. 

 "엄마가 딱 저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 그치?" 

 "아빠, 걱정 마. 엄마도 꼭 그렇게 될 거야." 

 병실 바닥을 두껍게 끄는 순옥아줌마의 슬리퍼소리가 공간을 모두 덮어버릴 만큼 크게 느껴졌다. 눈물이 나도록 저만큼이나 부러웠던 대상이 또 있었을까, 순옥아줌마를 바라보는 아빠의 눈동자도 부러움과 간절함으로 그렁그렁해졌다. 

 

 하지만 엄마는 해가 여러 번 바뀌도록 D아파트로 오지 못했다. 애당초 순옥아줌마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마의 좌뇌는 많이 손상되어 있었고 아빠도,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나 우리는 어떠한 의학적 조언도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의사는 답을 내놓았었다. 걷지도, 앉지도, 말을 할 수도 없을 거라고…. 하지만 붙잡고 싶은 작은 희망 하나가 그 소견을 집어삼켰고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희망, 기적과 같은 바람 외에 다른 결과들은 모두 밀어내고 있었다. 

 

 '여보, 왜 하필 D아파트로 왔어.'라는 말을 듣기를 그 얼마나 기대해 왔던가, 시간이 지나 그 희망의 실체가 흐릿해져 갈 무렵에 절망이란 놈이 들어왔고 결국엔 무뎌짐과 서서히 자리 교체를 시작하고 있었으나 우리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독하고 아프다는 것도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잠깐동안 멍해지거나 가벼운 생각들만 잠깐씩 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빠 혼자 살고 있는  D아파트의 낡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늘 무거워진다. 5층으로 올라가는 짧은 순간에도 여러 가지 감정들을 경험한다. 슬픔과 아쉬움, 절망, 잠시 가졌었던 희망, 그리고 그리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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