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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상    
글쓴이 : 김기양    25-12-30 04:49    조회 : 2,115

평상


김기양




 TV드라마 1984에서  평상은  정겨움의  상징이다. 여러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니  다들  기분좋은  추억이  가득  펼쳐진 공간인 듯하다. 하지만  나에게  평상은  지루함과  체념이  합쳐진  어쩔 수 없는  시간의  무덤 같은 곳이다. 



 지금은 초등학교이지만 그때는 국만학교였다. 2학년이나  3학년쯤  되었을까?  학교에서  돌아오다 보면  골목길 끝에  아줌마들이  평상에  앉아 있었다. 햇빛이  쏟아지는  그 곳에는  빛이 없었다. 표정없는  엄마들이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는 다  그런 시절이었다. 



 나는  그때  그  평상을  보며 두려웠다. 나도  저렇게  되는 걸까?  그  골목길의  평상은 나에게  이게  너의  미래라고  소리치는 듯해서  늘 피해다녔다.  그래서  그때 결심했다.  나는  잘  노는 어른이  되어서  평상에서  노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긴 일이다.  차라리  공부를 열심히  해서  멋진 직업을 갖고  세상에  나아가리라  생각했다면  이해가  되는데  잘  노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다니  공부가  진짜로  하기 싫었나 보다. 내가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는데  대성통곡을 하는 거다.  물어보니  공부가 너무 하기 싫단다. 그래서  하지 말라고 했다. 열심히  놀아보자고. (내가  아이를  닮았을지도  모른다.)

 


 잘  노는 일은  이 세상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놀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논다는 일이  그냥 시간을  흘러 보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을  잘  유지하고  자신을  즐겁게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  노는 일이다. ‘무엇을  위해서’라는  목적이  있으면  자신을  볼 수 없다.  그저  무심히 놀아야 한다. 



 지금도 평상은 존재한다. 이름과 모양은  달라졌으나  그때의 지루함과  체념이 합쳐진  시간의  무덤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있다. 이렇게  문화센터도  많고,  배울 일도,  갈 데도 많은  지금도  집에서  우울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일주일은 진짜  바쁘다. 잘  노는 일을  가르쳐주고  스스로  놀 수 있게  만들어준다. 내가  피곤하다고  하면  하루종일  놀면서  뭐가  힘드냐며  핀잔을  준다.  노는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사실  놀다보면  즐거워서  힘이 드는지   잊어버린다.  그러면  체력도 길러진다. 나랑  노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튼튼해져간다. 게다가 좀  통통해지기도 한다. 나에게는  54년생 친구가  있는데  맨처음  만났을때는  75세까지만  놀아달라고  하셨다. 6개월쯤  지났을때  아무래도  80까지는  놀 수 있을 듯하다며 좋아하셨다. 놀면서 체력이  붙으신 거다. 요즘은  부모님이  장수하셔셔  본인도  90까지  버틸지도  모른다며 헬스를  등록하셨다. 잘  걸어야  놀 수 있다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계시다. 내가  글쓰기를  배우겠다고 하니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으셨다.  지금은  나의 글을  읽으며 이야기도 해주시고  즐거워하신다. 10년 전에  만났으면  자신의 삶도  달라졌을까?  라며 속상해 하신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고 . 시간은 길이보다  무게가  진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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