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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 품은 조선의 무릉도원 백사실    
글쓴이 : 석정원    26-05-24 23:05    조회 : 5

계곡 품은 조선의 무릉도원 백사실

석정원

 

20236월 첫 인연이 시작되었다. 3번의 만남을 통해 매력을 하나씩 발견한 곳,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마음 한쪽을 비워둔다.

백사실계곡 처음 듣는 이름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 생태 경관 보전지역이라서 화장실도 없고 물에 발을 담글 수도 없다고 한다. 과연 본 모습은 어떨까?

 

햇살 좋은 날, 해맑음을 본 첫 만남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웃음 가득한 반가운 인사말이 오갔다. 하나둘 어느덧 세검정 정자에 다 모였다. 숲을 좋아하는 이들의 얼굴은 해바라기를 닮았다. 백사실계곡을 향한 걸음은 기대와 호기심을 안고 빠르게 나아간다. 갖가지 꽃으로 둘러싸인 집 앞에서 사진 찍으며 올라가는 길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다 어딘지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온 백사실계곡을 맞이하는 첫 느낌은 놀라웠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데가 있었다니! 최소한 서울 근교로 나가야만 계곡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절로 내면의 순수함이 묻어난다. 도롱뇽 서식처라는 안내판을 보니 이해가 된다. 생태 경관 보전지역이라 적힌 안내판에 웃고 있는 도롱뇽 한 마리, 그림만 봐도 의미 전달이 확실하다. 내심 화답하듯 나도 한번 찡긋 눈웃음을 보낸다.

물에 못 들어가게 근처 정금마을 어르신들이 매일 지키고 있다고 하는데, ‘~ 이래서 그렇구나!’ 바로 알 수 있었다.

먼저 백석동천부터 보았다. 안내문 앞에 빙 둘러서서, 글 읽는 한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경청할 때 앎의 주머니는 차곡차곡 단단하게 채워진다.

백석북악산의 옛 지명인 백악을 뜻하고, ‘동천백악의 아름다운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라는 의미란다. 백석동천은 백사실계곡으로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경치 좋고 오염되지 않은 1급 청정수가 존재하고, 누군가에겐 무릉도원이었던 이곳, 후손들에게 공개되고 함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함이 배가 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니 조선 시대 별서가 있었던 장소다.

별서는 자연으로 돌아와 전원이나 산속 깊숙한 곳에 따로 집을 지어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려고 만들어 놓은 정원이다. 바로 앞에 고마리 군락으로 이뤄진 연못과 육각정 초석, 그 뒤 높은 곳에 사랑채 돌계단과 초석이 보인다. 보이는 풍경 전체가 자기만의 정원이었으니 힐링의 정점을 찍은 삶이었으리라

고마리는 8~9월에 꽃이 핀다는데 그때 번개 한 번 치자

하면서 하하 호호 웃음꽃 만발했다. ! 나의 별서는 언제 지을 수 있으려나?

 

비 오는 날, 운치와 함께한 두 번째 만남

하늘이 울상이다. 그래도 비가 안 와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뗐다. 청운의 꿈을 안은 우리는 마치 프로 여행작가가 된 듯 호기롭게 출발했다.

불어난 홍제천을 끼고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둑투둑 후드득 결국 오고야 말았다. 요즘 기상청 타율이 높다. 오늘 같은 날은 차라리 헛스윙이길 바랐건만.

아기 빗방울이 어른 비로 바뀌어도 우리의 여정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고도 사진을 찍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힘찼다. 어떤 이의 첨벙첨벙 땅바닥 빗물 장단에 맞춘 추임새는 노란 우산과 잘 어울려, 개구쟁이 소녀를 떠올리게 했다. 홍제천을 거닐고 옥천암에서 자유시간 10, 홍지문을 지나 드디어 세검정까지 갔다. 정자에서 잠깐 쉬고 백사실계곡으로 올라가다가 숨을 고르며 뒤돌아보았다. 저 멀리 안개 자욱한 인왕산의 몽환적인 느낌이,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찰칵! 최대한 줌인 해서 셔터를 누른다. 잘 나와야 될텐데...

낮게 가라앉은 안개와 굵어지는 빗줄기에 시야가 흐리다. 제대로 찍고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인증사진으로만 만족하고 발길을 재촉한다. 현통사 옆에서 콸콸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백팔번뇌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부처님의 자비로움인가? 내 맘속 상념들은 계곡물에 쓸려 아래로 아래로 잘도 떠내려간다. 속이 후련해져서일까? 비옷을 수없이 때리는 소리도 더 정겹게 들린다. 조금 더 올라 백석동천에 다다르니 빗줄기의 기세가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白石洞天(백석동천)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우리를 반긴다. 아마도 폭우 때문에 오늘은 아무도 안 오겠지!’ 생각했나 보다. 비를 잔뜩 머금은 선명하고 또렷한 네 글자는 더 우직하고 강직해 보인다. 별서 터도 후다닥 찍어보지만, 장대비에 대책이 없다. 비록 카메라와 핸드폰이 젖고 등산화와 바지도 흠뻑 쇼를 방불케 하지만 기분은 최고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함께이기에 가능했다. 긴 여운을 간직하며 내려오는 길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햇빛을 영접하는 시간이었다. 먼 훗날 추억의 책장을 넘길 때 영원히 잊지 못할 에피소드로 재탄생될 것이다! 계곡의 물은 폭포수가 되어 멀리멀리 흘러간다. 우리가 지나온 홍제천을 지나 어디까지 갈 거나?

비와 안개가 동반된 백사실계곡 탐방은 내 인생 역사의 한 페이지에 고이 자리 잡았다.

햇볕 뜨거운 날, 열정으로 더 뜨거웠던 세 번째 만남

아르바이트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오늘도 자투리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리라. 이번에는 혼자 간다. 이제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밤 기온도 제법 떨어졌으나 대낮은 아직 뜨겁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피부가 따갑고, 모자도 쓰지 않아 얼굴도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개의치 않는다. 비 오는 날 촬영을 제대로 못 한 아쉬움에 홀로 백사실계곡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길로 가보자! 어차피 다 연결된다고 하니평창동에서 오르는 초행길은 약간의 긴장감을 동반했지만 여유로웠다. 산속으로 들어서니 모기들이 친구 하잔다. 아하 난 그럴 마음이 없거든!

한참을 올라가니 팻말에 적힌 익숙한 낱말이 한층 돋보여 안정된다. 별서 터 계단에 앉아 연못을 내려다보며 타임머신을 탔다. 내가 주인이 되어 선조가 만끽했던 삶을 조금이라도 대리만족하고 싶어서.

! 참 고마리는 꽃이 피었을까? 앙증맞은 흰색과 붉은색의 꽃들이 제법 피어 있다.

번개 한 번 쳐볼까? 처음에 같이 왔던 숲 친구들이 생각났다. 연못 속에 비친 하늘을 저장한 후 돌로 둘러싸인 솟대가 있는 곳으로 가니 백사실 생태 지킴이 옷을 입은 어르신이 계신다. 인사를 드리고 여쭤보니 10시부터 6시까지 지키며 4시간씩 교대를 한단다. 사람들에게 물에 손발을 못 담그게 하니 처음에는 항의도 많았단다. 지금도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손은 암묵적으로 한 번씩 눈감아주신단다. 가을에 오면 단풍이 멋지다고 그때 또 오라고 하신다. 마침 교대 시간이라 여자 어르신 두 분이 오셨다. 얼른 뒷모습 사진을 한 장 찍어 드렸다.

백석동천을 안 보고 가면 서운하다고 생각하겠지? 새색시처럼 오늘은 제일 얌전하네.

너무 뜨거운 날씨에 지친 것 같기도 하고.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백사실계곡, 다음 만남은 또 어떤 매력을 보여주려나?

청와대 경호지역이라 출입 통제되다가 2006년 개방된 이곳은, 내 마음속 서울의 숨겨진 비경 1순위다. 비와 안개가 동반된 백사실계곡 탐방은 내 인생 역사의 한 페이지에 고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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