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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글쓴이 : 김태겸    14-02-12 23:30    조회 : 6,396
반려동물
       
   아파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공중도덕심이 있다면 이웃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주택이라면 모를까 마당도 없는 아파트에서 사람이 동물과 함께 숙식을 하는 것도 비위생적으로 보였다.
   그러던 내가 졸지에 반려동물과 동거하게 되었다. 딸이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때 치와와 한 마리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생활공간이 좁아지는 것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소변 냄새, 날리는 개털, 날카로운 소음 등은 참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디 보낼 데가 없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어느새 정이 들어 버렸다. 제법 영리하여 가족들의 심기를 헤아릴 줄 알았다.
   어느 주말 아침, 치와와를 데리고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산책을 나갔다. 마침 학생들의 승마 체험을 위해 준비한 말 몇 마리가 운동장을 거닐고 있었다. 말을 처음 본 치와와는 혼비백산했다. 느슨하게 매었던 목 끈에서 빠져나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개가 도망쳐 숨을 만한 곳을 모조리 뒤지고 다녔지만 자취도 없었다.
   ‘요즘 치와와의 재롱에 푹 빠져 있는 아내의 원망을 어찌 감당할까?’
   ‘딸에게는 어떤 식으로 변명을 하여야 하나?’
   ‘유기견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하던데…’
   온갖 걱정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순식간에 집에는 비상이 걸렸다. 아내는 깜짝 놀라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뛰쳐나왔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온 아파트 단지를 돌며 치와와의 이름인 ‘복덩이’를 외치고 다녔다. 딸은 늦잠을 자다 일어나 세수도 안 한 얼굴로 학교 주변을 헤맸다. 나는 자동차를 천천히 몰면서 아파트 주변 거리를 살폈다.
   개를 잃어버린 지 한 나절이 되었다. 아파트 경비원이 “개를 잃어버린 지 하루가 지나면 찾기 어려우니 광고전단을 붙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딸이 즉시 컴퓨터 작업을 하여 전단을 만들었다. 딸과 함께 구역을 나누어 주민들의 눈에 띄기 쉬운 곳부터 전단을 붙였다.
   나는 내심 가족들이 보인 반응에 엄청 놀랐다. 마치 가족 한 사람을 잃어버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 않은가? 아내에게 지나가는 말로 “까짓 치와와 한 마리 더 사오면 되잖아.”라고 말했다가 “개가 모두 똑같은 줄 알아요?” 하고 쏘아붙이는 바람에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 내가 가출해도 가족들이 치와와만큼 정성 들여 찾을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경비초소 창문에 전단을 붙이고 있을 때 웬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혹시 개를 잃어버리셨나요? 우리 동 옥상 입구에 치와와 한 마리가 떨고 있어서 경비원에게 신고하러 왔어요.”
   구원의 목소리였다. 아주머니와 함께 부리나케 그 아파트 옥상으로 달려갔다. 아주머니의 딸이 치와와를 지키고 있었다. ‘복덩이’였다. 잔뜩 경계하느라 움츠렸다가 나를 보더니 꼬리를 흔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복덩이’를 덥석 안아 들었다. 돌아오는 마음은 마치 개선장군 같았다.
   ‘복덩이’를 안고 집에 들어서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내는 집 나갔던 자식이 돌아온 것 같은 심정인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딸은 ‘복덩이’에게 줄 특별 사료를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나는 미처 느끼지 못했었지만 ‘복덩이’는 어느새 어엿한 가족의 일원이 된 것이었다.
   그 사건을 겪은 이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그들은 대체 가능한 동물이 아니었다.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가족의 일원이었다. 사라지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찾아내어야 하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들 없이는 어느 누구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생텍쥐페리가 쓴《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왕자에게 말한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서로 친하게 돼. 그러면 나는 너에게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고 너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한 식구, 한 가족이다.

임정화   14-02-13 11:22
    
안녕하세요, 김태겸 선생님. 아주 반갑고 훈훈한 글을 읽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저도 아파트에서 강아지와 함께 사느라, 실은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까 전전긍긍한답니다.

글을 참 잘 쓰셨네요. 처음엔 반려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가 예기치 않게 함께 살게 되면서 정이 들고, 또 잃어버렸다가 찾게 되는 과정이 아주 극적인 구성과 더불어 전개상 인과와 설득력을 고루 갖춘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간에 복덩이를 찾는 가족들을 보면서 내심 살짝 서운해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것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알찬 글을 읽은 한 사람의 독자로서 많이 기쁘고 공감이 되네요.
앞으로도 더 유익하고 감동적인 글로 만나게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김태겸   14-02-14 11:03
    
임선생님, 바쁘실텐데 매번 성의껏 평을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아직 습작단계에 있고 배우고 있는 입장이라
글이 많이 미흡합니다. 한국산문의 애독자로서 이렇게 인터넷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글을 서로 나누고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고민해서 쓴 글들을 계속 올릴 터이니 날카로운 비평을 부탁 드립니다.
정모에   14-02-15 12:07
    
안녕하세요? 선생님 . 전 분당반에 정모에 입니다.
복덩이의 글을 읽고 저도 안부 전합니다.찿아서 정말 다행입니다.저는 집에서 뱅갈 고양이를 키운지 1년이 되었는데 12일날 귀여운 새끼들을 4마리나 제게 선물해 주었답니다. 이름이 리타(리틀 타이거)호랑이 새끼와 똑 같아요. 그날 하루는 작은 전쟁 이었어요.집에서 한마리를 낳고 6시간이 지나도 기미가없었어요. 결국 병원으로 손가락만한 새끼고양와 에미를 담요로싸서 날아갔답니다.촉진제를 맟고도 5시간이 더 걸렸죠. 저도 처음 겪는일이라
당황했어요.사람하고 똑 같이 진통을 하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그러니 어찌 예쁘지 않겠어요?
종일 젖만 물리고있어요.모성애가 놀랍습니다. 두 집모두 잘키워서 복덩이와 리타 상견례라두 시킬까요?
선생님 글에서 온가족이 애견을 주는 모습에 감동 했답니다. 건필하세요.
김태겸   14-02-15 22:00
    
정모에씨. 고양이의 출산을 축하 드립니다. 금년에 집안에 다복한 일들이 많이
생길 전조인 것  같네요. 반려 동물과 함께 생활 할수록 감정의 교감이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 가지고 있고 가족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 신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전 외출하고 돌아 왔더니 복덩이가 무릎 위에 올라와 10분 정도 애정 표현을 하다가 내려 갔습니다.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제 자신의 변화가 신기할 정도 입니다.
제 글에 공감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당반에서 좋은 글 많이 쓰시고 즐거운 시간 갖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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