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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라는 직업    
글쓴이 : 김태겸    13-10-30 20:56    조회 : 6,905
   의사라는 직업.hwp (16.0K) [1] DATE : 2013-10-30 21:13:49
의사라는 직업
 
김  태  겸
 
   어느 날 나는 지방으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무심코 라디오를 켰다. 마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시간이었다. 가까운 친구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고 처음에는 동명이인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사연을 듣는 순간 그 친구의 이야기임을 직감했다.
   한 여대생이 친구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였다. 상당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녀는 감사하는 마음을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이 내게 감동으로 전해져 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던 시절, 소방공무원들이 동료를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소방공무원의 딸이 난치병인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렸는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소방공무원들은 위험한 환경하에서 협동작업을 하기 때문에 유달리 동료애가 강했다. 평소 그들의 남다른 사명감에 감동을 받은 적이 많았기에 나도 도움에 동참하고 싶었다. 대학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재생불량성 빈혈’을 치료하는 방법은 골수이식밖에 없으며, 수술 시기를 놓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환자를 자신에게 보내면 직접 치료해 줄 수 있다고 선의를 베풀었다. 막대한 치료비를 걱정하였더니 껄껄 웃으며 “궁즉통(窮卽通)일세. 걱정하지 말고 일단 환자를 보내도록 하게.”라고 호기있게 대답했다.
   나는 친구의 말에 자신감을 얻어 그 소방공무원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나의 관심에 감격해했다. 그리고는 흔쾌히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친구의 병원에 딸을 입원시켰다.
   얼마 후 친구로부터 수술비용을 도와줄 후원자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려운 처지의 환자를 돕는 데 보람을 느끼는 중소기업 경영자라고 했다. 별일 아닌 듯이 말했지만 친구는 후원자를 찾기 위해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한 것 같았다.
   어려운 치료과정이 시작되었다. 가족과 국내 기증자 중에는 환자에 맞는 골수가 없었다. 친구는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대만에서 겨우 적합한 골수를 찾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골수를 기증 받아 수술을 시도하였으나 경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1차 수술이 실패했다고 알려 왔다. 만감이 교차했다. 좋은 일을 하려다가 오히려 원망만 듣게 되었다. 환자의 아버지가 불평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래서 남의 일에 나서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가 보다.’ 하고 자책했다. 친구는 골수이식 수술은 원래 성공 확률이 높지 않으니 한두 번 더 시도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지만 내겐 변명같이 들렸다.
   친구는 다시 같은 과정을 거쳐 2차 수술을 시도했다. 총 1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 기다리는 가족도 초조했겠지만 중간 역할을 한 나의 마음도 타들어 갔다. 이번에는 실망하지 않으려고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2차 수술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만인의 골수가 여고생 환자의 몸속에 안착하였다. 그녀는 완쾌되어 새로운 인생을 다시 얻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였다. 그 무렵 내가 방송을 듣게 된 것이었다.
   골수이식을 받은 여성은 완쾌하였다 하더라도 불임이 될 가능성이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최근에 그녀가 결혼하여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였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는 의사라는 직업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겼었다. 생활은 안정되겠지만 평생을 아픈 사람과 씨름하여야 하니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의사 친구 중에는 남의 병을 고치는 데 정신을 쏟다가 자신의 건강을 소홀히 하여 일찍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언론에서 의사의 비리를 보도할 때마다 돈을 위해 의사의 기본적 양심을 저버린 그들을 앞장서 비판했었다.
   그러나 친구가 그녀를 치료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나서 나의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다.’라는 의미를 몸소 체험했다. 나아가 의술이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되살리는 신술(神術)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 의사가 살린 생명이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낀다.
 

임도순   13-12-07 15:34
    
안녕하세요,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읽는 순간에도 라디오방송이 들리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환자에게 병세를 조목조목 간결하게 알려주는 것처럼 간결한 문체가 최대한의 감동을 실어오는 것같습니다. 의사라는 특수한직업군의 사연들이 낯설었는데, 이러한 인간적인 면이 전개되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글이 올랐으면 하고 기다려집니다. 좋은 일 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어둠도 걷힐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요사히, 내셔널지오그래픽 '손자대전'을 보는데, 손무가 그러더군요. 천하통일의 목적이 '하나되기 위함'이라고.

글의 보푸라기가 내용때문에 보이지 않는 경우입니다. 지방의 명칭이나 친구분의 이름이 최대한 공개되었으면 훨씬 실감이 더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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