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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량주와 포대화상    
글쓴이 : 장전    17-09-28 11:43    조회 : 5,952
십년 전 쯤 중국 북경에 2년 동안 거주했었다. 중국 생활을 회상할 때면 떠오르는 것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한 가지가 술이다. 수많은 중국의 술 가운데 소호도선(小糊?仙)이라는 고량주가 있는데 그 주원료는 물 고량 소맥이고 산지는 귀주성 인회시(仁懷市)이다. 이 술은 고량주 특유의 화학성 짙은맛이 덜하고 감미롭고 깊은 풍미가 곁들여져 부드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또 그 이름이 갖는 예사롭지 않은 의미 때문인지 남다른 기억으로 남아있다.
 
붉은색 종이상자에는 '소호도선'이라는 술 이름과 함께 '총밍난 후투껑난(聰明難 糊?更難)', 총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리숙하게 보이기는 더 어렵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한다(酒不醉人 人自醉)’라는 술에 대해 달관의 경지에 이른 주선(酒仙)이나 할 수 있을 법한 아리송한 부연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저번 광동성(廣東省)의 주도인 광저우(廣州)로 출장을 갔을 때 한 만찬장에서 그 아류인지는 모르겠지만 '백년호도(百年糊塗)'라는 고량주와 조우했다. 마오타이 등 중국의 유명한 술과는 달리 이 술도 소호도선과 마찬가지로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지만 맛과 향 모두 말마따나 띵하오(?好)’ 훌륭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소호도신(小糊?神소호도성(小糊?聖) 호도(糊?)’라는 단어가 든 유사한 브랜드의 술도 있다고 한다.
 
중국어 사전에서 호도(糊?)어리석다, 멍청하다, 애매하다, 흐릿하다등의 의미로 설명되고 있다. 우리사전에서 그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한자어 호도(糊塗)사리에 어두워서 흐리터분하거나 어떤 사실을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린다는 의미이다. 호도(糊?)와 호도(糊塗)은 끝 한 글자가 서로 다르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도(?)와 도() 모두 간자체 도(?)로 표기되고 있어 결국 두 단어가 같은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주인 소주에는 대부분 깨끗하고 밝고 맑은 이미지의 이름이 붙어 있기 마련인다. 그런데  왜 중국인들은 그들의 대표적인 술인 고량주에 굳이 어리석고 흐릿하고 애매하다는 의미의 호도(糊?)라는 이름을 붙이는 걸까? 언젠가 북경 사무실 동료들과 저녁을 함께 할 때 한 친구가 불룩 나온 다른 동료의 배를 가리키며 저 친구 배는 인격이다라는 농담을 건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중국인들이 남산처럼 불룩한 배를 훤히 드러내 놓고 해탈한 듯 초연한 모습의 포대화상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까?
 
소위 얼짱이나 몸짱에 열광하며 외모지상주의로 치닫는 요즘 우리 세태에서는 배가 조금만 나와도 자기관리에 실패한 루저(loser)로 호도되기 십상이다. 반면 배 나온 이를 오히려 인품이 높다고 추켜 세워주는 중국인들의 배려의 미덕이 싫지 않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고량주하면 백년호도(百年糊塗)니 소호도선(小糊?仙)이니 하는 어찌 보면 조금은 장난기 어린 중국의 술 이름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럴때면 포대화상처럼 달관한 듯 초연한 미소가 저절로 입 언저리에 맴돌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끝.

노정애   17-10-11 09:08
    
유흥준의 대중적 글쓰기 15가지 도움말
<문장강화(文章講話)>중

1. 주제를 장악하라. 제목만으로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때 좋은 글이 된다.
2. 내용은 충실하고 정보는 정확해야 한다. 글의 생명은 담긴 내용에 있다.
3.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이 문장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4. 글 길이에 따라 호흡이 달라야 한다. 문장이 짧으면 튀고, 길면 못 쓴다.
5. 잠정적 독자를 상정하고 써라. 내 글을 읽을 독자는 누구일까. 머리에 떠올리고 써야한다.
6. 본격적인 글쓰기와 매수를 맞춰라. 미리 말로 리허설을 해보고. 쓰기 시작하면 한 호흡으로 앉은 자리서 끝내라.
7. 문법에 따르되 구어체도 놓치지 마라. 당대의 입말을 구사해 글맛을 살리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다.
8. 행간을 읽게 하는 묘미도 잊지 마라. 문장속의 은유와 상징이 함축될 때 독자들이 사색하며 읽게 된다.
9. 독자의 생리를 좇아야 하니, 가르치려 들지 말고 호소하라. 독자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10. 글쓰기 훈련에 독서 이상의 방법이 없다. 좋은 글, 배우고 싶은 글을 만나면 옮겨 써 보라.
11. 절대 피해야 할 금기사항. 멋 부리고 치장한글, 상투적인 말투, 접속사.
12. 완성된 원고는 독자 입장에서 읽으면서 윤문하라, 리듬을 타면서 마지막 손질을 한다.
13. 자기 글을 남에게 읽혀라. 객관적 검증과 비판 뒤 다시 읽고 새로 쓰는 것이 낫다.
14. 대중성과 전문성을 조화시켜라. 전문성이 떨어지면 내용이 가벼워지고 글의 격이 낮아진다.
15. 연령의 리듬과 문장이란 게 있다. 필자의 나이는 문장에 묻어 나오니 맑고 신선한 젊은이의 글, 치밀하고 분석적인 중년의 글을 즐기자.   

장전님
이 글을 읽다가 생각나서 윗글을 올립니다.
혹 알고 계시는것일 수도 있는데...
장전   17-10-11 21:10
    
노 작가님, 안녕하세요!
친절하고 자상하신 멘트 고맙습니다. 사실 위 글은 10년 전 쯤 메모해 두었 던것을 현재 시점으로 고쳐서 올린 글로 차분히 다시 읽어보니 수필이라기 보다는 그냥 '느낌문'처럼 느껴집니다. 수필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이나 체계적인 학습을 한 적이 없어 서툴고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따뜻한 관심에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편달 고대하겠습니다.
노정애   17-10-13 18:41
    
박두옥님께 권했던 책을 장전님께도 권해드립니다.
목성균의 <누비처네> 라는 책 읽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게 수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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