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행 2
여명이 끌어올린 햇살은 바다를 가르고
봄내(春川)가 흐르는 장산 계곡 바위 틈새로 버들치 깨우고
흘러 오르는 물줄기 따라 오르다 버들강아지 되어
오요요요~ 손끝으로 살랑살랑 양운 폭포 털 복슬 거린다.
봄내의 갯버들 휘늘어진 수양만은 못하나 은회색의 햇살 먹은
버들강아지는 화려 소담스러움 그 작태가 밑으로 받쳐주는
연초록 여린 버들잎의 하늘거림으로 더욱 화사하다.
아침 6시20분 산행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등으로 받는 아침 햇살은 앞으로 난 산행 길의 자연에 부딪쳐 나에게 명암의 뚜렷한 구분이 되어 밝음으로 온다. 해운대 지역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온다는 소식을 알리는 개천이라 하여 봄내라 하였다는 내가 오르고자하는 이 길이 있는 계곡이 남향으로 난 것을 보니 봄을 알리기에는 정말 가장 앞서가는 곳이라 그런 이름이 붙여 졌나보다.
봄내를 헤집고 아파트 사이로 난 계곡의 산책로를 오를 때 이미 2주 전 즈음에 화려한 꽃잎을 날리운 매화가 꽃술마저 떨어뜨리더니 제법 새끼손가락 한마디만 한 크기의 매실이 눈부신 햇살 가리듯 잎사귀 뒤에 숨어있다.
겨우내 추위에 이기지 못하여 삶을 포기한 줄 알았던 나목(겉껍질이 벗겨져 버린 듯한 것이 사람의 손을 너무 많이 타서 맨질 맨질한 것 같은 것-백일홍나무 같다-)이 가지 끝으로 황금 갈록색의 새싹을 틔우며 늦은 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청공원 진입로의 봄내 계곡에 자연으로 복원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콘크리트 무덤을 제거하는 것 같아 잘 되었다. 숨을 쉬는 흙으로 된 자연을 만날 수 있겠구나 하고 댐의 수문 앞에 이르렀는데 댐 둘레의 둑에 웬 플라스틱 길바닥이 깔리는 가하고 자세히 보니 일차 바닥에 플라스틱 깔판을 놓고 그 위에 흙을 넣고 다진 다음 그 위에 잔디를 심고 다시 위에 플라스틱으로 잔디의 파여 나감과 사람의 발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덮어 눌러주는 것을 공사하고 있었다.
뭔가 좀 마음이 석연치 않은 그런 공사를 보면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잔디밭의 조성과 사람의 자연 친화를 위한 것은 좋으나 그 중심에 플라스틱이라는 인간의 이기가 들어앉아서 또 다른 자연 훼손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런지 플라스틱이 갖는 환경오염은, 그 침출수를 먹는 잔디의 또 다른 생명의 모습은,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와 같이 자연으로 돌아갈 때 환경에 별 피해가 없는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면 안 될까 의구심을 자아내본다. 단순히 보기에 좋았더라가 아니라 마음이 편하고 개운한 자연과 더블어사는 그런 보기에 좋았어라…….
이런 생각을 하며 산행의 진입로에서 장산의 전경을 찍어놓은 안내도를 보며 오늘의 등산코스를 만들어 보았다.
지난 주 장산 마을의 반쪽만 보았으니 이번에는 남은 반쪽을 보고는 생각으로 약 6부 능선쯤에 있는 장산가는 갈림길에서 이번에는 폭포사 앞의 장산마을 산행 길을 택해보기로 했다.
화원과 묘목을 심어놓은 샛길을 걷는데 묘목 밭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 짙은 와인색(검붉은자두색)의 탐스러운 꽃잎을 화사하게 펼치고 있는 꽃이 있었다.
거의 모두가 초록인데 너무 조화롭지 않은 색으로 손바닥만 한 크기의 꽃봉오리 예닐곱 송이를 무거워 고개 숙일 듯 한 모습으로 피워놓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꽃잎의 끝 부분이 동글지 않고 물결무늬를 만들고 있는 것이 목단은 아니고 작약이었는데 어느 한적한 곳의 마당 너른 집안 화단 한 모퉁이나, 절의 진입로의 화단 한 귀퉁이나 그 풍성함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그 모습을 보이면 정말 완숙미의 어엿한 여염집 규수의 모습으로 보아줄 수 있었는데…….
꽃 만으로의 화사함을 마음으로 그리며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주의 너무 펑퍼짐한 산행을 생각하며 폭포사 입구까지 오르니 갈림길을 알리는 이정표 체육공원, 폭포사, 장산마을이 보인다.
장산마을 방향을 보니 숲으로 계곡이 보이는데 그 한쪽으로 좁다랗게 드러난 등산로 초입이니 그렇겠지 하고 얼기설기 놓여진 바위를 밟고 장산 마을로 들어 서기 시작 했다.
제법 가파르지만 곧 평탄한 길이 나오겠지 하며 계속되는 좁아서 한사람씩 오를 수 있는 길을 밟고 또 밟으며 올랐습니다. 어느 갈림길도 없는 산행의 시작 오로지 오르면 끝을 만나야지만 할 것 같은 오름의 시작이었습니다. 산세는 가파르고 숲은 깊어지는데 앞뒤로 오르내리는 사람도 없으니 이산행이 바른 것인지도 모르고 그냥 올랐다.
얼마 오르지 않아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숨은 목까지 차오르며 기슭에서 능선으로 길이 틀어지며 밝은 햇살을 만나기 시작했다.
능선을 타고 오르다 하늘을 가리던 장목이 사그라지고 작은 잡목들이 듬성듬성 자라서 자리한 바위마당이 펼쳐진 곳에 도달하였습니다.
다소 완만한 가파름에 허리 한번 펴고 뒤돌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펼쳐진 전경은 중봉과 기장산 사이의 해운대 신도시의 아파트 빌딩 숲과 해운대 비치의 푸르름, 그리고 높은 고층아파트의 마천루…….
보기 좋은 인공미는 아닌 것 같았다.
한숨을 돌리고 오르는 길은 다시 기슭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었는데 물오른 스페이드모양의 잎을 하고 있는 망개 잎이 듬성듬성 피어있어 문득 망개 잎을 쌓아서 독특한 향을 자아내는 망개떡이 먹고 싶다는 지난날의 추억이 솟아난다.
늦게 물오른 가지에서 봄이 아직 가지 않았음을 알리는 진달래꽃이 피어있다.
다시 하늘을 가리는 숲의 기슭을 돌아 장산마을을 향하는데 약 7부 능선쯤에서 작은 갈림길이 나오고 그곳에서 장산마을과 헬기장의 이정표를 만났으며 한 초로의 퉁퉁한 분이 몸을 푸는 맨손 체조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말도 붙이고 땀도 잠시 시킬 겸 눈을 마주치며 ‘안녕하십니까?’하니 물어보기도 전에 위로 난 장산마을 길을 가리키며 조금만 더 올라가면 마을이 나오니 곧장 올라가면 된단다.
좁은 공간에서 땀을 많이 흘린 다음 맨손 체조를 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말을 걸기가 뭐하고 서있기도 멀쭘하여 이마에 흐른 땀을 장갑으로 한번 훔치고 가파른 산행을 계속이었다.
나온다는 마을은 보이질 않고 10분여 더 가다보니 장산이 옛날 소나무를 관리하는 숲으로 알려진 것 같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장송의 숲이 보이고 약간 평평할 정도의 낮은 구릉이 나오는데 멀리로 맑은 하늘이 탁 트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상에서는 아직도 화사한 봄꽃이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고 ‘꿔 꿩’ 어디서 장기의 구애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또 ‘꿔 꿩’ 또 님 부르는 단 발마 노래를 한다.
그리고 돌로 집의 벽을 쌓은 야트막한 한집이 창고 같은 건물과 함께 보이며 넓은 집 앞의 뜰은 계단식으로 밭을 일구고 망을 하여 오리와 닭 그리고 흑염소를 기르고 있는 정원수와 같은 나무 묘목도 기르는 한 농가가 나왔다.
들판이나 야트막한 동산에서 보았다면 여느 농가나 별 다른 느낌이 없겠으나 산 정상 가까이에 구릉을 따라 그것도 한 두 집이 아닌 꽤 많은 수십 채의 마을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지난주에 올라간 장산마을 쪽에는 교회 같은 곳(수양관)이 있었고, 오늘 오른 곳에는 맨 꼭대기에 준봉사라는 절이 있다.
비좁고 가파르며 외롭게 홀로 오르던 길에서 집이 보이고 절이 보이니 반가움도 생기고 집집마다 트럭이며 자가용들이 있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라며 지나다 절에서 감로수 한번 마시고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마을을 돌아보고 정상을 향할 겸하여 절을 끼고 위로 향하는데 길가의 밭에서 잰 걸음으로 숲 속을 향해 달아나는 까투리 한 마리 참 오랜만에 보는 자연 풍경이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니 또 몇 채의 집이 보이고 봉고차 한대가 마을의 옆으로 난 길을 지나는 것이 보였다.
두 집이 나란히 마주보며 있는 언덕을 내려오는 데 전봇대에 까마귀가 여러 마리 앉아서 까치와 다툼을 하고 있다.
까마귀가 이미 떠나야 했을 시기인데…….
콘크리트길이 만들어진 곳까지 나오니 또 다른 이정표가 나타난다.
정상(4.5㎞), 폭포사, 헬기장 그리고 콘크리트로 된길을 두고 내가 넘어온 길옆으로 난 또 다른 길은 마을 주민과 군인만이 출입이 가능한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었다.
아쉬움에 정상과 폭포사 쪽으로 발을 돌리는데……. “멍멍멍”앙칼지게 짖어대는 작은 개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보니 바둑무늬를 한 개가 등에 털을 곧추 세우고 뛰어오더니 문 앞에서 멈추어 서서는 더욱 기세를 올리며 짖어 댄다.
잠시 후 한 아낙이 먹이를 주려는 듯 나와서는 개를 불러서 안쪽으로 가는데 그곳에는 더욱 커다란 개가 보인다.
그 집 울타리를 끼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약간의 내리막길로 되어서 서서히 발을 내닫고 있는데 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에서 아래로는 굵은 철사로 담장을 쳤는데 얼기설기 막아놓은 것이 개인 사유지임을 나타내는 경계로만 보이는 정도로 허술하였으나 그 아래로 꽤 애써서 만들어 놓고 있는 듯 한 집안의 정원과 조경되어진 모습이 아름다운 집이 나타났다.
조금 더 울타리를 타고 걸으니 입구는 보도블록으로 단장을 하여 보기 좋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 그런 집이였다.
그리고 그 옆집을 막 통과하려는데 작은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쪽 길 없음, 폭포사의 두 방향이정표 무관심하게 보아서는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의 작은 푯말이 있었다.
이때 나의 실수를 알았다.
아까 콘크리트길의 이정표에서 정상으로 난 길을 들어선 것이 아니라 폭포사 길로 접어든 것이었다.
꽤 많은 거리를 돌아왔기에 앞을 보니 그리 높지는 않지만 능선 하나를 넘어야 정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는 길도 없고 하여 시간을 보니 벌써 1시간 40분 정도를 걸었다.
정상을 갔다 오기에는 조금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다음 기회에 가기로 하고 폭포사로 향했다.
호피무늬 진도견 같은 개의 사나운 울부짖음을 옆으로 하며 이쪽 계곡의 마지막 장산마을 집을 뒤로하고 다시 좁아진 아래로 향한 숲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서는 산행 길옆으로 제법 깊은 계곡이 바위들과 어우러져 한껏 작태를 뽐내며 나를 반긴다. 높이 솟은 나무들과 그 사이로 난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도 실하여 바위에 부딪고 내리는 소리가 시원하니 울창한 밀림정도는 아니라 해도 산림욕장의 서늘함 정도는 족히 감당할 숲으로 난 길이다. 길을 내려오다 계속되는 맑은 계곡물의 유속을 뿌리치고 작은 언덕으로 난 길로 접어드니 내가 내려온 계곡과 다른 쪽 계곡이 마주치는 곳이 나왔다.
아~ 그런데 이곳에서 하나의 폭포를 만나게 되었다.
이런 곳에 크지는 않지만 제법 폭포 같은 느낌이 드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높이 3~4m 정도로 떨어져 내리고 밑에는 작은 소가 생겨서 시원스럽게 소리치는 그런 축소판 폭포다.(다 내려와서 장산의 전경을 보니 이곳이 장운 폭포였다) 양운 폭포는 바위에 부딪고 흐르듯 내려오는 폭포지만 이 장운 폭포는 작지만 직 강하하는 폭포였다.
제법 폭포 같다는 생각을 하며 폭포 밑으로 난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산행 흔적이 흐릿한 등산로를 따라 하행을 시작했다. 그리 많은 사람이 오르내리는 장산인데도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이곳에는 자연의 훼손이 적은 지 다양한 모습의 바윗돌과 그 사이로 흐르는 물 다소 깊은 물속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고인 듯 흐름이 약한 웅덩이 같은 곳에는 올챙이와 도롱뇽 알이 있다. 이렇게 이 바위 저 돌을 딛고 옮겨가며 내려오다 보니 등줄기에 흘러내리는 싸늘한 느낌은 산행의 아래 지점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곧 계곡의 물들은 잠시 숨어버리고 크고 작은 바위와 돌이 엉켜진 너덜겅에 도달하였다.
조금 더 산 아래로 내려서니 넓은 분지와 같은 체육공원이 나오고 시계를 보니 9시10분경 빠른 걸음 재촉으로 폭포사에서 물 한 모금 축이고 산책로로 접어드니 삼삼오오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화사하고 다양한 차림이 줄을 잇고 산 오름을 한다.
오늘도 장산 마을의 반쪽도 다 돌아보질 못하는 산행이어서 아쉬움이 많았으나 다음산행에는 또 남은 부분을 돌아보리라 마음속으로 약속하며 아파트 숲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