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크리스마스
대게는 케잌에 촛불은 소원을 하나씩 빌고 나서 끄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예수탄생일을 축하하고 감사하며 촛불을 끈다. 우리집에서도 또 하나의 의미가 있는데 2003년 12월 25일과 오늘이다. 8년을 연애하고 결혼해서 2년 만에 출산을 했다. 2박 3일을 꼬박 배 아프고 조산소에서 자연으로 출산을 하고보니 일주일 전에 낳았다는 아이보다 마치 한 달을 키운 것처럼 컸다. 첫아이라 태교에 신경 써서 챙겨먹어서 그런지 3.8kg이나 됐다. 태어나면서 좁은 산도를 빠져나오기 위해 아기는 엄마가 느끼는 고통에 열배는 더 많이 느낀다고해서 산통을 견뎠는데 그 사실을 실감했던 것이 강보에 싸서 눕혀 놓으니 아이 머리가 길쭉해 있었고 눈에도 실핏줄이 터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참 동안 얼마나 서럽게 버둥거리며 울던지 울음을 그칠 줄을 몰랐다.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기 때문에 남편도 꼬박 처갓집으로 퇴근을 했었고 나와 함께 저녁으로 미역국을 3주 동안이나 장모님에게 받아 먹었다. 남편은 미역국이 물릴 법도 했겠지만 마치 나와 산후조리를 같이 하는 사람처럼 고맙게도 언제나 한 그릇 뚝딱하고 비웠다.
큰 딸이 태어난 것을 축복하듯 삼칠일이 되던 날이 마침 크리스마스였다. 아이아빠가 케잌을 사들고 왔다. 친정 부모님과 나와 남편이 무사히 삼칠일을 보낸 아이를 축하하며 케잌에 불을 껐다. 결혼을 하면 다 어른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이를 낳아서 키워봐야 부모마음을 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는 것이리라.
아기가 태어나서 초이레라하여 일주일의 첫 주를 말하고 둘째 주를 두이레 세 번째 이레 마지막 그러니까 21일째 되는 칠일이 세 번 드는 날을 삼칠일이라 한다고 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삼칠일 동안에 외부인이 출입을 하지 않도록 금줄을 쳐서 가족이나 이웃주민의 출입을 삼가며, 특히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은 출입을 절대 금했다. 이 기간은 또한 산모의 조리기간이기도 하기에 그랬을 것이다. 나 또한 어떻게 지났는지 몰랐다. 젖물려서 먹이는 사이에 아이가 배변을 하면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고가 계속 반복이었다. 그렇게 엄마의 시간이 순식간에 아이의 배꼽시계에 맞춰져서 돌아가야만 아이가 별 탈없이 먹고자고 먹고자고 하면서 자고나면 한 뼘씩 자라있었다. 좁쌀같은 태열이 올라왔을 때도, 엉덩이에 기저귀 발진이 생겨서 벌겋게 헐거나, 살이 접힌 마디마다 가지 씻는 소리가 뽀독뽀독나도록 씻겨야 땀이나 태지로 구릿내가 안나고 커서 피부가 좋아진다거나, 머리에 쇠똥이 끼면 손수건에 남은 젖을 뭍혀서 불려가며 씻긴다거나 하는 육아 노하우는 엄마나 가르쳐 줄까 혼자서 책이나 인터넷으로 해결하기에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 뒤로도 조산소에서 퇴원할 때 원장님이 아이 키우면서 힘들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하셔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아이는 어느새 자라서 어제 대입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삼칠일이 엊그제 같은데 아이는 늠름하게 자라 날개를 펼쳐서 날아 오르려 한다. 오늘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또 한번 축하하며 크리스마스 케잌에 촛불을 끈다. 그리고 아이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을 바란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