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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세상    
글쓴이 : 이창일    26-01-07 12:52    조회 : 562

일자리 세상

  

이 창일

 

  파란 하늘에 한바탕 바람이 불어 노란 낙엽이 나붓긴다. 둥근 대학로 로터리에서 샘터와 흥사단 건물을 지나, 방송통신대학 정문을 보고 기독교방송국 앞까지 걸어갔다. 배고픈 토끼같이 길거리 일자리 포스트를 뜯어 먹었다.

  종로 6가 속독학원 원장이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에서 책 배달을 했다. 회원은 직장 사무직 젊은 여성들이 많았고, 가게 매장이나 미용실, 식당들도 있었다. 여행용 큰 가방에 30권 정도 책을 넣어 하루에 20곳 정도 서울 시내 사무실을 방문하여 배달했다.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봄학기부터 1년 학년으로 수도권 근교 대학교에 복학했다. 그동안 교육비를 후원해 주시고, ‘신학을 하기 전 목회를 하기 위해서는 인생 상담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철학 공부를 권장하신 고모가 군 복무 기간 중에 돌아가셨다. 4년 동안 학비가 문제였다.

  군 복무 기간 동안 학교도 많이 변화되어 발전했다. 논 사이 비포장 진입로는 아스팔트 도로로 포장되었고, 붉은 계단으로 둘러싸인 원형 붉은 광장과 하얀 본관 건물 위에 공사 중이던 5층 강의실 건물은 완성되었다.

  입학 OT 때 방위를 마치고 꼴찌 성적으로 합격했다고 수줍어하며 말도 못 했던, 곰같이 덩치만 큰 예비역 학생은 총학생회 대표가 되어 있었다. 철학과에서는 총학생회를 장악한 주사파와 새롭게 조직을 구축하는 PD 계열 학생들의 논쟁이 치열했다.

  독일 사회철학 전공 서울대 출신 교수들이 주축이었던 철학과는 모교 신학과 출신으로 독일에서 공부하고 철학과를 설립한 장교수와 S대 출신 영미 언어철학 김교수만 있었다. 2학기 때 중국철학 교수로는 미국에서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으로 동서양 비교철학을 전공하신 Y대 출신 김 교수가 오셨고, 그 이후 푸코와 하버마스를 넘어서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K대 출신의 윤 교수가 사회철학 교수로 부임했다. J 교수가 S대학 출신으로 학풍이 되어가는 것을 걱정한 것 같다.

  학교는 학내민주화로 항상 시끄러웠고, 나는 근로장학생 아르바이트를 하고 기숙사 대신 고시원 동아리방에서 숙식하면서 생존과 실존 사이에서 방황하며 학교를 졸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강의하고 오셨던 G 교수가 미국 유학을 제안하며, 학교추천과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도 제공해 준다고 하였지만, 영어가 부족해 유학을 포기하고 국내 대학원을 준비와 학비 마련하기 위한 일자리를 찾았다.

  졸업 후에 각종 신문광고와 국내에서 가장 큰 취업 포털사이트에 오프라인 구인·구직 매칭 회원에 가입하여 구직활동을 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지방대학교 철학 전공으로 번듯한 회사에 입사하기는 어렵고, 다단계, 보험, 자동차, 같은 개척 영업들만 연락이 왔다. 그래도 열심히 여기저기 100여 군데 이력서를 우편 지원하였다. 그중에 명동에 위치한 S 호텔 기획실에 입사했다. 신규사업으로 호텔 1층에 서점과 음반 매장오픈 기획으로 S 서점에서 근무하였다. 소속은 호텔 기획실이지만 실무는 서점 매장 근무 직원으로 처우는 호텔직원과 동일한 월급에 600% 수당을 주어 좋은 편이었다. S여대 재단인 회사는 한식으로 성공하여 호텔사업을 시작하였고, 호텔 이미지를 외국과 같이 숙박만이 아니라 문화 생활공간으로 기획하고 투자도 많이 하였다.

  하지만 나는 2교대 매장 근무로 오후 10시까지 서점을 오픈하여 야간대학원을 수강할 수가 없었다. 서점은 오픈기획과는 달리 외국 서적을 담당하던 남자 과장이 퇴사하여 국내 서적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매장에는 매장 여직원들만 있어 남자 직원은 나 혼자로 야간 근무만을 요구했다. 나는 학업을 포기할 수 없어 퇴사하고 험난한 영업사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한··일 외국어 자동번역 전자사전 방문판매 필드 개척 영업을 시작으로 어린이 교수교재와 캠핑 회원모집, 외식 주방 설비 영업, 제약 IT 솔루션 및 유아 음성 영어교재 전시 대리점 모집 영업, 프랜차이즈(남성미용이발 및 피부관리, 여성 피부관리실, 편의점,PC방 등)) 가맹점 모집 영업, 음식문화연구소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영업, 기업체 업무용 ERP 프로그램 영업 등을 하다가 마지막에 캐릭터 무인자판기 가맹 영업을 했다. 마지막 가맹 영업은 사기였다. 신문광고로 가맹점 모집 홍보하고 호텔에서 사업설명회를 통해 가맹점 회원모집을 하였다. 은퇴자의 허영을 자극하여 가맹점을 회원을 모집하고, 직원들 임금도 체불하여 폐업했다. 가맹주들은 고객을 상대한 영업본부장에게 소송을 제기하였고, 직원들도 임금 체불을 노동부 신고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갈수록 영업부 취업 자리도 없어 프리랜서일을 시작했다. 신설동 로터리 수도학원 건너편 고려학원 뒷골목 사거리는 식당, 여관, 지하 노래주점, 고시원, 공용사무실이 많은 곳이다. 위로 도로변 안쪽에 경마장이 있고 100m 정도 오르면 종묘이다. 주말에는 그 주변이 구제 도깨비 노점시장으로 변하는 곳으로, 길가 양쪽과 대로가 도로까지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이다. 골목 안쪽으로 의류 재료상 건물 2층에서 헤드헌팅 서취펌 업무를 몇 개월 배우고, 종각역 부근 대왕빌딩 7층 공용사무실에서 창업했다.

  헤드헌팅 업무는 구인사와 구직자 매칭 업무로 아무나 할 수 있으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혹시나 하는 운으로 매칭이 성사되는 것도 아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구인과 구직 매칭 성과 어렵고, 매칭이 자주 발생하지 않아 수익이 불규칙하며, 구인사가 지속해서 유지되는 안정적인 수익모델도 아니다. 절실하면서도 성실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하며, 다양한 업종과 직종의 비즈니스 이해와 비즈니스 시장의 상황도 잘 알고 있어야 했다.

  일자리 세상은 영혼을 요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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