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마지막 날 아잔타 석굴관광 후 내려오며 보았던 1000년을 산다는 뱅골나무는 아직도 뇌리에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무에서 뿌리가 내려와 거대한 숲을 이루듯 무성해 보임은 물이 귀한 땅에 멀리까지 뻗어서 자신의 생명력에 대한 소임을 다하려는 모습 인듯하다. 자연의 신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임 (所任)에 대한 교훈을 준다.
인도여행에서 돌아오기 까지 불과 보름인데 온 산천과 도심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은 만발했고 여인의 향기라고 불리는 목련꽃이 소녀의 해맑은 꿈같은 가슴처럼 꽃망울을 주욱 내밀며 순백색의 꽃잎들을 하나씩 펼쳐 가고 있다. 4월이지만 저녁엔 추운 기온임에도 계절에 맞춰 꽃을 피워내는 소임을 다 하는 자연의 섭리 앞에 교훈을 얻는다.
삶에 쫓겨 살았지만 언젠가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써 보아야겠다는 약속을 나 자신에게 했었고 오직 소망으로만 마음에 담고 있었다. 그즈음 평소 친분이 있던 신 선생님을 통해 수필 반을 소개받았고 첫날부터 <한국산문> 을 쥐어주며 베푼 호의와 적극적인 관심은 열심히 출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짧은 여행기록이나 일기는 쓰고 살았지만 그마저도 손을 놓은 지 10여 년이 되었다. 도끼도 안 쓰면 녹이 슬어 쓸모없듯이 인생을 이야기 하자면 수십 권 책을 써도 다 쓸 수 없으리 만치 많은 사연이 있지만 쓰지 못하는 현실은 자칫 꿰지 못한 구슬 신세가 될 것 같아 아쉬움을 넘어 두려움까지 갖게 했다.
하기야 요즘 아이들은 글 쓰는 공부도 융합인재 교육이라 하여 인지를 터득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의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한마디로 감성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기 위해 감각에 자극을 주는 교육방법 인듯하다.
하지만 난 겪고 살아온 세월에서 터득한 삶의 굴절들을 놓치지만 않아도 사연이 되고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준비도 없이 글을 쓰겠다고 덤비는 건 메뉴도 정하지 않고 손님을 초대한 것 과 같아서 원고지 앞에 앉고 보니 생각대로 떠오르지 않는 문체와 문장들을 찾아 요리도 정하지 못하고 식자재 만 만지작거리는 꼴이다.
없는 세계를 상상의 글을 쓰는 기대까지는 아니고, 나의 고백과 내 자신의 성찰을 위해 넉넉한 가슴으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해 가는 글을 쓰고 싶다.
되돌아보면, 이렇다 하게 내어놓을 만한 삶을 산 것은 아니지만, 소녀가장으로 살면서 지낸 긴 세월이 마음속에 굳은 살 처럼 새겨져 있다.
9살 막내 동생이 40대 중년이 되었으니 그간의 한없이 소중했던 일, 후회가 되는 일들이 벌써부터 가슴을 적셔온다.
삶을 기록해 갈 수 있는 진실한 매력을 기대하며 내 소망을 담았던 꿈을 펼쳐 가고 싶다. 무엇보다 글을 쓰도록 향상심을 일으켜줄 수필 반 문우님들이 멘토가 되 주실 것을 생각하니 큰 기대와 감사가 넘친다.
소임을 다 하는 순백의 하얀 목련화처럼 물이 그친 샘터를 더 깊이 파는 심정으로 수필의 매력을 찾아 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