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SDU 2015760157 김오심
비가 내린다. 신랑은 옆에 탔다. 신랑을 회사에 데려다 주고 출근한지 두 달 가까이 됐다. 2005년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차량을 새로 구입했고, 우리는 10년 가까이 각자 차량으로 출퇴근을 했었다. 그런데 9월말에 캐나다 벤쿠버에서 살던 동생이 귀국했다. 결혼한 지 7년이 다되어 가는데 아이가 없어서 시험관 아기 시술 차 제부와 함께 귀국했다. 그래서 운전자가 부부 한정으로 제한된 신랑 차의 자동차보험을 35세 이상으로 조정하여 보험료를 추가 지급하고 제부에게 차량과 차 키를 건넸다.
동생이 귀국하여 병원을 방문했는데 그사이 아이가 임신됐다고 알렸다. 동생과 우리가족은 참 많이 기뻐했지만 5주로 들어가는 도중에 아이가 잘 못 되서 다시 수술을 하게 됐다. 동생은 한방병원을 가야 했고, 몸보신을 위해서 추가로 약도 먹어야 했다. 지난해 내가 해외연수를 캐나다로 갔을 때도 동생이 자연유산이 됐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 유산인 셈이다. 동생도 아이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이뤄지지 않아서 나도 많이 속상했다. 동생은 재외국민으로 한국에서 치료 받았다.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동생은 의료보험료 적용도 되지 않았다. 돈을 충분히 가지고 왔다고 해도 돈이야 쓰다보면 물 새듯 하지 않던가. 동생이 편하게 병원에 다닐 수 있도록 신랑이 배려 해 주어서 고마웠다.
한 차량으로 신랑과 출퇴근을 같이하면서 서로의 운전 습관에 대해서 이견을 보였다. 나는 승차하면 먼저 안전벨트를 맨다. 그건 신랑도 마찬가지다. 다만, 운전대를 잡으면 신랑은 느긋하게 신호등 잘 지키며 가던 길만 고집하며 운전하고, 나는 차량에 승차하면 도착지에 몇 분 정도에 도착해야 할지를 계산한 후 최대한 샛길을 동시에 이용한다. 물론 아침에 일찍 준비해서 일찍 나오면 시간이 많아서 느긋하게 운전하게 되겠지만, 지체해서 조금 빠듯하게 출발하면 승차하자마자 목적지에 몇 분에 도착해야하는지 먼저계산하게 된다. 운전이 시작되면 신랑은 “천천히! 천천히...”하며 자꾸 나의 운전을 방해한다. 나는 앞 차량도 볼 뿐 아니라 그 앞 차량까지 멀리 본다. 빨리 가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신랑은 “아! 이 사람아~~ 천천히, 천천히~” 옆에 앉아 있기가 겁난다고 자꾸 반복한다. 그래서 며칠은 신랑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그런데 신랑이 운전대를 잡으면 족히 15분에서 20분 가까이 더 늦어지는 게 다반사면서 오늘은 다시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은 8시 10분, ‘신랑 근무지까지 가려면 25분에 도착하거나 늦어도 30분에는 도착 해야겠군’ 하고 집을 나섰는데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차량이 막히기 시작했다. 대략 아파트를 빠져나와서 큰 도로로 차량이 진입하기 시작 할 때부터 내 차 앞으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차량들이 가슴을 꽉 막아버렸다. 신랑에게 “자기야, 우회전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답답하듯 말하면, 신랑은 “이 사람아 앞으로 쭉! 가, 그게 더 빨라.” 아, 나는 신랑 말을 잘 듣는 부인이다. 언제나처럼 신랑이 맘에 들지 않아도 아조 고분고분하고, 신랑이 짜증났어도 신랑 앞에 가서 갖은 아양을 떨며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본인이다. 말하자만 아주 월척 없는 부인이다.
신랑의 말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행렬이 펼쳐지는 도로로 진입했다. 저 앞에서는 사고가 났는지 경찰차가 이동하고 있었다. “자기야, 사고 난 거 아니야. 여기서라도 우회전해야하는 거 아니야?” 나는 마음만 급해서 신랑에게 호들갑을 떨었지만 늘 자기고집대로 살아가는 나의 신랑은 “아니야~ 반듯이 천천히 가.” 신랑의 말대로 진행한 도로는 18분이 지나서야 뚫리기 시작했다. 신랑 사무실에 내려 줬을 때는 47분이 되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오늘 출근이 10분 정도 늦을 수 있다고 미리 사무실에 전화해야 했다. 신랑을 내려 주고, 내가 출근시간인 9시안에 사무실에 도착하는 방법? 마음에서 질문이 생기자 머릿속에서 계산이 시작 됐다. 나는 사무실에 9시전에 도착 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신호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앞 차량 뿐 아니라 시야를 좀 더 넓게 하고 좌우로 빈 길을 택해서 요리조리 열심히 달렸고, 신호를 잘 이용했다. 사무실에 8시 57분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신랑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자기야, 출근시간 안에 도착 했어.” 신랑은 9시 전에 도착했다는 내 메시지에 카레이서 해도 되겠다며 운전 조심하라고 또 신신당부한다.
사실 사무실에는 적어도 1시간 전에 도착하면 좋다. 물론 내 차량이 있으면 그렇게 출근하는데 무리는 없다. 처음엔 동생에게 내 차를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운전자를 부부 한정으로 정해버린 보험을 35세 이상으로 조정하는데 어려웠다. 인터넷 보험이어서인지 다시 전화해서 바꾸려 해도 전화가 잘 되지 않아서 신랑차를 빌려주게 됐다. 신랑은 본인이 불편해 질 것이 당연함에도 흔쾌히 동생에게 본인의 차량을 빌려주었다.
동생 부부는 정읍에 있는 시댁과 목포에 있는 친정을 오가기도 하고, 친정아버님을 모시고 통일전망대, 설악산, 강원도 등을 여행하고 오기도 했다. 동생이 두 번째 유산에도 불구하고 밝게 회복해서 고맙고 감사하다.
카레이서처럼 출근하는 이 삶이 언제 쯤 느긋해질까. 동생에게 차량을 빌려주기 전에도 딸 키우면서 직장 다닌다며 늘 바쁘게 출근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신랑이 걱정하는 운전자가 되버렸나보다. 신랑 말처럼 조심 운전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처 먹는다. 동생에게 좋은 일 하고 덕분에 10년 만에 신랑과 함께하는 출퇴근도 곧 끝나간다. 11월 말에는 동생이 자기 집으로 출국하기 때문이다. 동생의 일이 안타깝지만, 두려워하고 슬퍼하기만 할 수 없으니, 신랑의 좋은 선행이 동생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