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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의 어느 기차 안에서 나는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글쓴이 : 배수경    14-02-10 10:28    조회 : 6,180
'유로 2008' 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날 나는 스위스에 있었다. 8시간을 기차로 이동하는 특급열차를 타고 스위스의 아름다운 지역들을 관통하고 나서 늦은 밤이 되어서야  종착지인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취리히로 이동을 했다

여행이 45일을 넘어가니 몸도 너무 추리해지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하룻밤만 호텔에서 묵기로 결정했던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아주 작은 호텔들까지 다들 예약이 다 되어있다고 했다. 처음엔 아니 '스위스가 관광대국이긴 하지만 어떻게 모든 방이 다 차고 방 하나가 남은게 없을 수 있나' 라며 의아해 했는데 알고봤더니 바로 그날, 유로 2008 의 준 결승전이 취리히에서 있었던 걸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떠돌기를 한참 하고서야, 한 골목의 작은 펍에서 경기를 보고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 처럼, 다짜고자 그곳으로 들어가 언제까지 펍에 있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주인장의 새벽 2시면 문을 닫을 거라는 대답에, 이젠 정말 앞이 캄캄해지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현실같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게 되었다.
 
사실 여행 도중 별 별 일들이 많았고 또 몸도 자주 아프고,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로 힘들긴 했었지만 그 때마다 이를 악물고 버텼던 눈물이 한꺼번에 몰려와, 밖으로 나와서까지 엉엉 울고 있는데 TV를 보고 계셨던 한 아주머니께서 다가오셨다. 그리고는 '왜 우느냐고 , 내가 도와줄 수도 있을테니까 일단 말을 해보라고 하셔서' 설명을 드렸더니, '너 쇼파에서 잘 수 있겠니?', '우리집에서 잠자리를 마련해줄테니 아침이 되면 기차를 타고 가라'라는 갑작스러운 제안을 하셨다
 
 
 
 
내게 도움을 주셨던 두 미국인 부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좋은 분들 같았고 또 '우리도 아이들이 5명이나 있다.. 만약 우리딸들이나 아들들이 이런상황이 된다면 누군가 다른 이들도 이렇게 우리 아이들을 도와주었으면 좋을 것 같아, 제안하는 것이니 네가 상관이 없다면 같이 가자'라고 하셔서 결국엔 그 분들을 따라 가기로 결정을 했다. 
 
 
물론 그곳 아들과 딸이 밖에서 경기를 보고 와서는, 뜬금없는 손님의 존재로 두 분과 다투는 소리가 들려 아주머니에게 더 미안하기도 했었지만 그렇다고 짐을 다시 싸서 그 새벽에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잠인지 쓰러진 것인지도 모르게 약 3~4시간 가량 깊은 잠을 자고는 일어나 보니 새벽 5시가 조금 안되어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안전하게 재워주시기까지 했는데 커피나 기타의 아침 식사까지 대접받기에는 너무 미안해서 얼른 이부자리만 조용히 정리하고는 세수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일단 가방에서 내 소지품 중 가장 비싼 장신구인 목걸이와 함께 한국 돈으로 약 10만원 정도 하는 지폐를 꺼냈다. 그리고는 메모지를 꺼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덕분에 아주 안전하고 편안하게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두분의 친절은 결코 돈으로 계산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답례를 하고 싶은데 드릴 것이 없다. 그래서 이 돈은 돈 그 자체의 의미가 아니라 제 감사하는 마음의 표시"라 적고는 메모를 테이블 위에 놓아둔 채로 조용히 집을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남에게 사랑을 베풀었던 아주머니께서 아들에게 할 말이 없지 않으시길 바라는 나의 바람이기도 했다. 알지도 못하는 여행객에게 "나를, 한 사람을 믿어주는" 따뜻한 마음을 주신 대가는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조금은 길게 쓴 메모와 작은 표시로라도 나의 진심을 조금이나마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 아들의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아들의 태클을 받은 그래서 아들을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시면서도 나를 끝까지 보호해주신 아주머니가 더 걱정이 되었던 지난 밤이었다.
 
 
 
새벽 공기는 좋았지만 마음은 많은 생각들로 어지러웠다.  

 
 

 
 


언젠가 나의 엄마께서 회사에 있던 내 또래 직원에게 가끔 용돈을 주신다는 말씀을 들은적이 있었다. 당시 집이 넉넉하지 않아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겸해야 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에도 불구하고, 또 엄마께서도 이것 저것 힘드실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힘든 사정의 내 또래의 여자아이에게 딸 같은 생각이 들어 가끔 용돈을 조금씩 준다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케리어를 끌고 그 집 언덕을 내려오면서 '그런 돈 있으면 저를 주시라'고 엄마께 투정을 했었던 기억이 났다.

 

새벽 기차 안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야 당시, 엄마께서 어떤 마음으로 그 어려운 환경의 여자 직원에게 베푸셨던 것인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아이를 5명이나 키우지. 두명은 스위스에 있지만 나머지는 미국이나 기타의 여러 나라에 뿔뿔이 흩어져있어. 만약 내 아이들 중 어느 누구가 오늘 밤 너와 같은 상황에 있었더라면 누군가의 도움으로 나의 아이들도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면 하는 소망이 있단다. 그러니 내게 고마워할 건 없어. 자식을 키우다 보면 어느 누군가의 상황이 반드시 나와는 관계 없이 다가오는게 아니라, '내 아이가 저런다면'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게 부모 마음 같다. 그러니 마음 놓고 푹 쉬었다가 가렴" 이라 하셨던 아주머니의 말씀이 흐르는 눈물과 함게 귓가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나의 어머니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셨을 터였다. 내딸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가 힘든 가정 형편에 일찍 사회에 나와 그닥 많지 않은 월급 받아가며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이 자신의 딸 같이 안쓰러우셨을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 또한 넉넉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딸 또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해야만 하는 상황임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셨던 것이리라. 

하지만 자식이었던, 그리고 그 깊은 뜻을 알기에는 아직도 어렸던 그 부부의 아들과 나는 부모에게 먼저 "왜 그랬느냐" 라고 투정을 부리기에 바빴던 것이다. 그런데 그 아들의 모습은 바로 당시의 나의 모습이 아니던가. 
 

 
하룻밤, 몇 시간에 안에 일어났던 일이었지만 내게는 진실로 부모의 깊은 사랑을 깨닫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자식이 부모의 깊은 마음을 어이 알까?' 먼 스위스의 어느 기차 안에서 나는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정혜선   14-02-15 05:43
    
배수경 선생님, 반갑습니다.
여행지에서의 값진 경험을 적어주셨네요.
아랍인들의 희롱에 통쾌하게 대응했던 글도 있었는데 내리셨나봐요.
저는 그 작품도 인상깊게 읽었거든요.
혹시 화보집을 출간하실 계획인지요.
수필로 등단하신다면 사진은 삭제될 텐데 글의 흐름에 지장이 없을까요?
분량면에서도 그렇고
사진 속의 풍경까지 글로 묘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매끄로우면서 정갈하고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배수경   14-02-15 11:20
    
안녕하세요. 정혜선 선생님.
처음 뵙겠습니다.

긴 글들임에도 읽어주시고 소중한 말씀들까지 전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지웠던 건, 원래 글을 응모할 때 5편까지만 보신다고 하셔서
8편이나 올린 저로써는 더 올리면 안 되는 걸로 생각했었습니다.

따뜻하신 격려의 말씀에 다시 올리고 싶어집니다. ~~

아..사진은 .. 네.. 삭제되어도 저는 상관이 없습니다.
올린 글들에 있는 사진은 글이 좀더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첨부하였던 것들이라서요..

선생님의 말씀처럼 글에서 잘 드러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귀한 말씀 덕분에 글을 쓸때 깊이 생각하고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혜선 선생님.
이곳이 아직 제게는 물 설고 낯 선 곳이라,  모르는 것도 많고 조심스러운 것도 많고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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