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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늦은게 아니라 단지 다른 경헙을 했을 뿐이야    
글쓴이 : 배수경    14-02-17 13:27    조회 : 6,059
 
 
 
 
오전 내내 비엔나의 날씨는 겨울 같았다. 부는 바람은 겨울코트를 어색하지 않게 만들 만큼 뼈를 파고 들었다. 5월 말, 달력의 시간은 날씨와 엇박자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다른 숙박객들이 다 나가고 난 뒤에도 날씨를 핑계삼아 미뤄두었던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열쇠를 넣고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거실 책상에 앉아 있던 내가 먼저 문을 열어주었다. 아침까지 보지 못했던 단아한 이미지의 단발머리 아가씨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내 쪽에서 인사를 건네며 다시 책상에 앉으려는데 그녀가 난처해한다. 영어로 "여기 청소를 하려구 왔는데 시작해도 될까요?" 라고 묻는다. 얼른 눈치를 보니 한국인이 아니다.
 
 
"아, 한국인이 아니시면 ?"
"저는 중국사람이예요. 여기 아르바이트 해요. 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좀 시끄러울텐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러면서 그녀가 다시 수줍게 웃는다.
"그럼요. 청소하시는데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럼 이곳 빈에서 공부하시면서 .. 아르바이트도 같이 하시는건가요?"
"네.. 저는 19살 때 빈에 왔어요. 지금은 빈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구 있구요. 아르바이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하는거예요. "
이제 26, 27 살 정도 되어보이는 그녀는 화장끼도 없고 수수한 학생차림 그대로였다. 그녀가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 동안 이야기를 좀더 나누고 싶어, 마침 내가 가지고 있던 과일을 얼른 씻어 그녀를 다시 불렀다.
 
 
"제 이름은 수경이예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공부와 병행하시느라 힘드시지요?"
"제 이름은 장 양 이예요. ." 네 많이 힘들어요. 아르바이트는 여기 말고도 한 군데 더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길 수 있어요. 괜찮아요."
" 장 양 ! 나도 대학을 다닐때 공부와 돈 버는 일을 병행해야 했었거든요. 그래서 공부도 많이 늦어졌었지요. 근데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이렇게 여행도 올 수 있게 되었어요. 당신도 지금은 무척 힘들고 다른 친구들보다 공부가 늦어져 답답하겠지만 분명 좋은 날이 올꺼라 저는 믿어요. 그러니 힘들어도 꼭 공부 다 마치고 힘냈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대학을 다니던 그때의 내 모습을 그녀에게서 보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 역시 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렇군요.. 사실 저도 가끔 너무 힘들 땐 "왜 내가 여기서 이렇고 있지 라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이 일들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한 예로 이 곳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저는 청소를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어요.게다가 이렇게 남들과는 다르게 많은 장애물들을 넘어가면서 제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이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비엔나에 있는 동안 우리는 잠깐 잠깐 시간을 내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의외로 여행을 통해 그동안 삶을 돌아보고 혼란했던 생각을 정리하고자 왔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남들보다 늦은 대학 졸업과 서울생활이라는 속도전에 맞추어 살아내야 했던 지난 젊은 시절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 같은 것이라 해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었다. 남들보다 늦었던 것, 그 속에 공부외의 것들에 빼았겼던 시간들에 대한 억울함 같은 것들을 여행을 통해 털어내고 싶었었다.
 
그런데 장양과의 만남은 나의 생각에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녀의 말처럼 만약 내게 그런 아픔이 없었다면 장 양 같은 친구를 그저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아픔이 혹은 상처가 분명 누군가와의 간극에 작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아픔으로 내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좀 더 깊이 있게 사람과 사물을 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그녀와의 만남 속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빈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다른 나라로 이동해야 할 날이 다가오자 나는 그녀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일 아침 내가 10시 차로 떠나니 아침 9시 까지 이곳에 오겠다는 것이다. 내 선물에 대한 답례로 꼭 하나 주고 싶은 책이 있는데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9시 정각을 알리는데도 그녀가 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인사만 전해달라고 하고는 가방을 싸고 나가려던 찰나 그녀가 얼마나 달렸는지 얼굴이 벌개져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가 아직 떠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귀여운 포장지로 싼 책 한권을 건넨다. 
아침은 먹고 온거냐고 했더니 .. 그저 고개만 젓는 그녀에게 "이럴 필요없었다고.. "나는 너의 마음을 이해했을것"이라고 했더니 고개를 흔들며 "그래도 이걸 꼭 주고 싶었노라고 " 말한다.
 
 
 
 
 
 
시간이 바빠 기차안에서야 그녀가 준 포장지를 뜯어보니 그 안에는 "신보다 더 행복해지기"라는 제목의 책과 아르바이트로 지친몸을 깨우며 늦은 새벽시간까지 썼을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 편지속에서 그녀는 내게 "네가 늦은건 하나도 없어. 우리는 단지 다른 경험들을 했을 뿐이니까. 그러니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너의 길을 가길 바래"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눈이 흐려져 편지를 읽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나는 다시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로 이어지는 구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결과만이 논해지는 세상이다. 성공을 해야하고 그 성공이라는 단어에는 수많은 항목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항목들에는 한 인간이 넘어왔던 수많은 장애물이나 과정들은 언제나 간과되기 쉽다. 끊임 없이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고 세상의 속도전에 뒤쳐지면 그건 실패라 공인된다. 그리고는 나의 가치 역시 정확히 그곳, 어디쯤에서 멈추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장양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인생을 보다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언제나 아픔으로만 남아있을 것 같던 우리들의 그 공통된 장애물의 힘이 컸다.
서울로 돌아와 다시금 서울의 속도전에서 나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을 때, 혹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애물들로 힘겨워 질 때 나는 장 양과의 대화를 그리고 그녀가 편지에서 적어주었던 말들을 기억해보곤 한다.
 
" 친구, 우리가 겪던 경험들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한다는 걸 잊지마,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전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그것들이 너에게 지금 무엇을 속삭이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가르쳐 줄지를...말이야.."
 
 
 
 
 
 
 

김선옥   14-02-17 19:04
    
배수경님, 숨 돌릴 사이없이 열심히 올려주시는 님의 열정에 찬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전, 님이 올리신 처음의 다섯 편을 읽을 때는 부지런히 읽었지만,
계속해서 게시판을 도배하듯 올리신 글은 읽지않게 되더군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말하자면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더구나 펌글이나 사진 등은 등단을 원하시는 입장에선 맞지않는 것 같더군요.
님의 글이 누참(누구나 참여광장)을 차지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한국산문에 등단을 원하시는 많은 분들이 설 자리가 없네요.
사이버 문학부에서는 다섯 편의 글이 올라오면 심사를 시작하지만 세 편의 글만 보고서도 등단자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배수경님께서는 등단을 원하셔서 누참에 글을 올리시는 거니까 그 점을 감안 하셔서 좋은 글,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누구에게나 공감가는 글을 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 결례가 되었다면 너그러이 용서하시길요.
배수경   14-02-17 19:28
    
김선옥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글의 숫자가 5개라는 말씀을 어느 분께 들었는데 다시 전화로 여쭈어보니 글의 수가 더 많아도 상관이 없다고 하셔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진과 펌글이 들어간 글은 모두 삭제 했습니다.  잘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전화로 다시 한번 여쭤보기까지 했었는데 .. 지금이라도 정확히 알게 되어서 제게는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고맙습니다.
배수경   14-02-17 19:35
    
또한 아래 사진이 있는데 코멘트가 있어서 수정 자체가 불가능한 글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두었습니다.
김선옥   14-02-17 20:10
    
아, 숫자에 엄격하다는 건 오해십니다.
제 말의 뜻은 글의 양이 많아야  등단이 된다는건 아니라는 것이었는데요.
문단에서는 글의 양보다 문학성이라는 질을 원하는 거겠죠.
배수경   14-02-17 20:15
    
예 감사드립니다. 김선옥 선생님.
배수경   14-02-17 20:21
    
한가지 죄송하지만,  이제 배우는 입장이라 혹 도움 될 만한 말씀들을 더 주시면 부족한 제게는 큰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 차근 차근 배워가도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김선옥   14-02-17 20:27
    
제가 보기에  님의 글은 보통사람 수준이상이십니다.

님도 물론 속으로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게셨기에 한국산문 누참이라는 공간을 이용하셨을 테고요.
우리 이 참에 한호흡 내려놓고 쉬어 가심이 어떠하시런지요.
산을 오르는 사람 중에는 줄기차게 한시도 쉬지않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쉬엄쉬엄 주위의 풍광을 바라보고 음미하며 천천히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이다.
님은 전자의 성격이신가요? 후자의 성격이신가요?
ㅋㅋ전 전자의 성격입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무수히 겪었답니다.
배수경   14-02-17 20:29
    
알겠습니다..선생님 .. ~~
김선옥   14-02-17 20:35
    
아, 저도 아조아조 새내기랍니다.
감히 남에게 가르쳐주기는요, 지가 배워야죠.
우리 같은 길을 가는 문우로  한 배를 탔으니 서로서로 모르는 것 가르쳐주는  동지가 되는게 어떠신가요?
배수경   14-02-17 20:40
    
네... 선생님.. 제게는 오늘 주신 말씀  감사했습니다. ..평온한 밤 되십시요.. ~~
배수경   14-02-18 09:52
    
펌글과 사진들이 들어가있던 글들은 수정을 해서 수정본으로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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