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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이리리와 독특한 벌레    
글쓴이 : 김혜숙    14-03-03 00:42    조회 : 9,437
  비가 오고 날이 추워졌다.
다시 새가 찾아왔다. 세 번째 손님은 등이 검고 가슴은 노랬다.
내가 사는 상파울루 오래된 아파트의 발코니 전등 속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
전등은 아래로 좁아지는 상자 같이 네모낳게 생겼다. 그 속에 처음으로 동그랗게 둥지를 만들던 새는 회색 깃에 노란 가슴이었다.
 수이리리(Suiriri)는 브라질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새이다. 그렇지만 나는 늘 신기해서 둥지를 훔쳐보다가 걸려서 혼이 났다.
이따금 벌꺽 화가 났다.
 '거긴 내 영역이야! 우리가 매달 비싼 집세를 꼬박꼬박 낸다구!'
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고치자 화가 나지 않았다.
 '뭐야? 남의 둥지를 염탐하는 사람이 잘못이지! 우리 사이에 언제 누가 그런 법을 만들었어?'

 새가 자유를 상징한다는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발코니 전등 속에 새가 살자 우리의 자유가 퍽 줄었다.
자다가 새들이 벌떡 놀라지 않게 전등 스위치를 켜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발코니 문을 열고 먼지를 털거나 빨래를 널지 못했다. 화분에 줄 물도 홱 끼얹지 못하고 살금살금 뿌려 주었다.
십 년 된 집고양이는 발코니에 나가서 일광욕을 할 수 없었다. 특히 해가 뜰 때와 질 때 발코니 출입이 엄금 되었다. 어미 새가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새 소리만 들어도 콧수염이 부르르 떨리고 엉덩이가 간질간질하지만, 기특하게도 고양이는 친어머니에게 배운 사냥 기술을 접어 두고, 양어머니의 뜻을 따라주었다.
 새끼 새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먹이를 먹었다. 어미 새가 하루 종일 바쁘게 둥지를 들락거렸다.
새끼 새 두 마리가 둥지 밖으로 빨간 입을 벌리고 쌕쌕쌕쌕 소리를 지르면, 어미 새가 와서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먹이를 다 준 어미 새가 다시 먹이를 구하러 날아가면, 새끼 새들은 찢어질 듯이 목청을 높이다가 둥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끼 새 한 마리가 둥지 입구에 날개가 끼어 들어가지 못하고 그만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질 때 풀잎 같은 작은 날개가 조금은 작동을 해서 다행히 어디가 부러지거나 다치지지는 않았지만, 둥지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미 새가 주는 먹이를 먹지 못해 살 수가 없을 터였다.
나와 남편은 새끼 새가 둥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했다. 그런데 새끼 새가 너무 빠르고 잘도 숨어서 도무지 잡을 수가 없었다.
내 키 만한 아레카야자 화분을 직 끄는 사이에, 벌써 바이올렛, 칼랑코에, 산세비에리아 화분 사이로 숨어버렸다.
해질녘부터 자정이 될 때까지 애를 썼지만, 아무리 해도 겁을 먹은 새끼 새는 잡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가 파르르 수염을 떨고 몸을 낮추고 엉덩이를 실룩였다.
 '그렇지, 그래 네가 한번 해봐라.'
고양이는 발코니에 내어 놓기가 무섭게 푸르르 푸르르 수염을 떨면서 자세를 낮추고 눈을 번뜩였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녀석 거기 있구나!) 어둠 속에서 새끼 새의 눈이 빛났다.
고양이가 새끼 새를 공격하기 전에 나는 얼른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고, 달싹 엉덩이를 받쳐서 집 안에 들였다.
놀란 새끼 새는 날쌘 남편의 손에 순식간에 잡혔다.
내가 사다리를 가져오고 남편이 사다리를 탔다.
그런데 어미 새는 이미 우리를 침입자로 판단하고, 둥지에 남은 한 마리의 새끼 새를 지키기 위해서 둥지 입구를 온몸으로 막고 있었다.
마음이 갑갑해지고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졌다.
말은 통하지 않았다.
이때 남편이 새끼 새의 머리를 어미의 가슴에 슬슬 요술램프처럼 문질렀다.
그것이 피와 살이 있는 생명체의 패스워드였다. 문지르는 것.
어미 새는 금세 엄호를 풀고 자식을 냉큼 받아들였다.
그리고 특유의 그 노란 가슴으로 재빨리 둥지 입구를 다시 틀어막았다.
찍찍찍찍- 새소리가 길게 들렸다.
새끼 새가 어미 새에게 지청구를 듣는 것 같았다.
이날 밤에 쫓겨날까봐 가슴을 졸인 건 새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새끼 새는 쫓겨나지 않았다.

 이로부터 얼마 후, 밖에서 갑자기 코를 타고 머리를 어지럽히는 냄새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파트에 살충제를 치나봐, 어떡하지!"
장난기가 근지러운 얼굴을 하고 남편이 말했다. "자기가 벌레야? 뭘 걱정해? 내 아내는 벌레다~"
새끼 새들이 살충제를 마실까봐 가을바람처럼 걱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사람이 독특한 벌레가 되고, 그들은 인간과는 다르게 생긴 독특한 사람이 되었다.
새와 살며 생활하기에 편리한 자유가 줄어든 만큼, 나는 새들의 가슴과 자연의 품 속에 번지듯 나를 새겨 넣고 있었다.
 작고 여리던 새들은 벌써 어른이 되어서 날아가고, 어느 틈엔가 나는 다시 새가 마실 물을 준비하고 새 가족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임정화   14-03-03 12:07
    
안녕하세요, 김혜숙 선생님.

수이리리라는, 이름도 낯선 새와 동거하신 체험담을 글로 쓰셨네요. 도시인들은 일평생 경험하기 힘든 멋진 동거를 하셨군요. 부럽습니다. 한갓 가전제품이나  무기물도 오래 함께 하다보면 정이 드는데, 생명을 가진 새들의 탄생과 성장을 곁에서 목격하시고, 또 그들에게 도움을 주려 애쓰신 흔적이 엿보여 참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제목의 독특한 벌레가 마무리에서 보니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군요. 새와 사람의 위치가 바뀌는 정황, 어떤 의미인지 대충은 알겠는데, 정확히 저런 생각을 하시게 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문단을 나누신 것 같은데, 제가 예로 댓글을 썼으니 비교하시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문장은 한 문장이 끝나면 행이 바뀌는데 제 댓글은 행이 바뀌지 않지요? 동일한 내용이나 시간, 공간, 인물 등이 나올 경우 한 문단에 쓰는데 그동안 그 문단 내의 문장들은 행을 바꾸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바뀌거나 공간이 확 바뀌거나 인물, 혹은 내용이 바뀔 때 문단을 나눠주게 됩니다. 이해가 쉬웠으면 좋겠어요.

첫 문단이 약간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1) 비가 오고 ~ 추워졌다. 2) 내가 사는 상파울루~ 틀었다. 3) 이번에 온 손님이 벌써 세 번째인데 역시 등이 검고 가슴이 노랬다. 로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임의대로 해본 것이니 선생님이 더 숙고하셔서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글인데 선생님의 따뜻하고 겸손한 마음씨가 글에서 느껴져 참 좋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가 되네요. 건강하시고 자주 뵙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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