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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이웃    
글쓴이 : 조월호    15-01-15 16:49    조회 : 5,263
 '자기 자식 키울때 보다 손주가 더 사랑스럽다' 는 말은 조부모가 되어보면 안다. '손주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는 말은 아이 돌보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다.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손자를 키워주고 또 그 이야기를 써서 책을 낸 할아버지가 있다. 자신의 자녀 4남매를 잘 키워 자식농사에 성공하고 은퇴한 가장이 50일 간격으로 태어난 외손자 둘을 키우며 겪은 일들을 쓴 책이다. 그 책이 나왔을때(2011년쯤) 이미 할아버지가 되어서 손자에 대한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아는 남편은 곧 그 책을 사왔다. 우리는 손자들을 키워준 것도 아니고 자주 만나 같이 놀아준 것 뿐이지만 저자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건 그 분이 나와 같은 지역에 살지도 모른다는 것과 책에 실린 몇장의 사진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동네 어디쯤 사시는 분일까 궁금했었다.
 
 2012년 봄, 작은딸이 출산했을때 근처에 있는 딸네집에 자주 가다보니 그 아파트에서 마주친 어떤분이 책 속 사진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분명치도 않으면서 실례하게 될까봐 묻지를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 무렵 할머니, 할아버지가 죽어서도 하늘나라에서 손주 생일때마다 축하금을 보내주고 생일 카드도 배달되는 보험 <손주사랑보험>이 나왔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는 보험, 그 보험이 '세대간 단절이 심화되는 세태에서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는 기사내용을 보면서 참 생각도 잘하고 상품도 잘 만들어내는 보험회사라고 무심히 생각했다. 요즘 아이들은 강아지는 가족에 포함시켜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게 생각나서 이런 보험이라도 들어둬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잠깐 했었다.
 
 지난 봄, 외손주에게 약간의 아토피 증세가 나타났을때 남편은 그 책에서 읽었던 '아토피에 효능있는 뱀딸기' 이야기를 기억해냈다. 동네 뒷 산으로 뱀딸기를 찾으러 갔지만 (그 산이 책에 나온 그 산인줄도 모르고) 별로 없다고 시골사는 형제들에게 부탁해놓고 그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또 그분과 마주치게 된다면 꼭 물어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 아이들을 데리고 뒷산에 산책하러 갔다가 운동하러 나온 그 분을 만난것이다! 이번엔 쫓아가서 인사를 했다. "잠깐만요 혹시 손자들 키운 얘기 써서 책으로 내신분 아니세요?" "어떻게 알았어요?" 그렇게 우리 가족은 공감하며 읽은책의 저자와 만나게 되고 대화도 해볼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인사를 나눈 남편이 책의 주인공 두 손자의 이름을 대며 안부를 묻자 그 분은 이름 기억하고 있음을 반가워 하시며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보험, 손주사랑보험이 그 책을 읽은 보험사에서 저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출시한 보험 상품인 것도 알려주셨다. 손주 키운 이야기로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이 처음이란다고 하셨다. 아이 돌보는 그 노고를 생각하면 키워주신 것만 해도 감동인데 그걸 써서 책으로 냈다는 것이 더 감동이었다. 손주 돌보는 조부모는 많지만 책으로 내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존경스러웠다. '우리 딸이 선생님과 같은 아파트에 산다'고 '언제 저자 사인받으러 가겠다'고 말씀드리니 그 분도 산길에서 독자 가족을 만난게 좋으셨는지 흔쾌히 허락하시며 "손주들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기가 살아 있다"고 덕담해주고 가셨다.
 
 며칠후 책을 들고 찾아갔다. 아파트 출입구 인터폰에 대고 "산에서 만난 사람인데요, 사인 받으러 왔습니다" 하니 문을 열어주셨다. 책 이야기랑 자녀들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은 이미 그 책외에도 두권의 저서가 더 있는 작가셨다. 그 자녀들은 정말 잘 키워서 고위공직자, 법조인, 학자, 기자로 대신 자랑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 분은 "언제라도 남편과 함께 차 마시러 오라"고 하셨고 나는 동네에서 만나면 인사나누고,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한 동네 주민이 된 것이 기뻤다.
 그러다 어느날 길을 가다가 이제 한동네 주민된 그 분을 만났다. 지난번에 불쑥 찾아간 것을 사과드리니 전화번호를 주셨다. 그래서 또 한번 찾아뵙고 그 분의 다른 책을 선물 받아왔다. '글쓰는 공부를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었더니 '따로 공부한 적은 없다'고 하시면서 "작가 김홍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쓰면 된다'고요. 쓰면 됩니다." 그 말 때문에 언젠가 들었던 김홍신님의 말이 기억났다. "사람은 평생에 세권의 책을 써야한다. 전문서적, 수필집, 자서전이다." 그 말을 들었을때 마음속에서 느낌표 하나가 떠올랐었다. 사람이라면 나같은 사람도 말씀하심인가 하고. 그 날부터 나는 김홍신님이 더 좋아졌다. 사람이 어떤 분야에 뛰어난 인물인 것도 존경스럽지만 다른사람의 꿈을 건드려 잠 깨울수 있고, 도전해볼수 있게, 함께 참여해볼 수 있게, 잠재력을 발견해 끌어 낼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야 말로 더 존경받을만 하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뒷산에서 그 선생님을 만난것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 전능자의 인도하심일지 누가 알겠는가? 겨울 방문은 번거로우실 것 같아 이겨울 추위가 지나면 다시 찾아뵙고 좋은 이야기 들으리라 생각하며 특별한 이웃으로 만나게 된 인연이 감사하다.

김순례   15-01-19 15:24
    
안녕하세요. 조월호 선생님

저자와의 만남에 대한 기쁨,
그리고 글을 쓰는 기쁨까지 조목조목 얘기를 들려주셨군요.
손주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우면 책까지 냈을까요?
뭔가를 향한 열망이 책을 내게 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그런 열망으로 글 쓰는 작업을 시작하셨겠죠?
다음 얘기들이 궁금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조월호   15-01-19 17:29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관심가지고 읽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셔서 힘이납니다. 계속 써봐야할지 늘 고민이 됩니다. 더 잘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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