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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습이 다시 그립다 (세번째 수정)    
글쓴이 : 임병민    17-03-02 09:35    조회 : 4,268
            그 모습이 다시 그립다


"민아, 일어나 봐."

아버지가 내 귓전에 입을 대고 작은 소리로 잠을 깨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구월이나 시월 새벽 대여섯시쯤이었던것 같다.

초록색 털실로 성글게 짠 스웨터를 주워 입고 밖으로 나왔지만 바깥은 칠흑같이 어둡고,

팔짱을 끼고 몸을 웅크릴 만큼 공기는 싸늘했다.

"가자. 지금가면 잘 들을 수 있을꺼다."

기역자 미군후레쉬 하나로 비춰진 산길을, 뭘 하려는지도 모른채,

나는 그저 묵묵히 아버지를 따라 산중턱까지 한참을 걸어 올랐다.

"됐다. 이쪽에 앉아 보자."

사물이 흐릿하게 인식될 정도로 동이 터 왔지만 주변은 온통 산안개로 자욱했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산중에 둘은 바위턱을 찾아 나란히 걸터 앉았다.

둘의 호흡이 조용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불쑥 말했다.

"저기다. 들렸지?"

무슨 소리가 났다는 말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나에게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저만치 가르키곤

긴장된 목소리로 거듭 말했다.

"들리지. 들리지. 잘 들어봐. 사각이는 소리. 저거, 송이가 솔갈비를 밀고 나오는 소리야."

아버지는 '들리지'를 다시 몇번 반복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기억해 놓은 소리의

위치들을 찾아 다녔다.

제법 넓은 범위였지만 찾아 나선 여기서도 저기서도 땅바닥에 소복한 솔잎만 대충 걷어내면

불쑥 치솟은 송이들이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산을 내려오며 아침 햇살에 환하게 밝아진 아버지의 모습을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보았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도 내 귀가 남보다 예민한건 아마도 그때 그 일 때문이지 싶다.

내 아버지, 그 모습이 다시 그립다. 


이영옥   17-03-03 00:09
    
임병민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임병민   17-03-03 09:3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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