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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지붕 두 가족    
글쓴이 : 신문주    21-05-05 10:16    조회 : 9,330

한 지붕 두 가족

                                                                                                                                                                                신문주 

     거리의 고양이들은 어디서 살까? 이제까지 길을 가며 스치거나 급식소에서 밥 주다 마주칠 뿐 길고양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밤을 보내는지 몰랐다. 우연히 어떤 아주머니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기까지는.

      작년 가을 어느 날 동네 산책로에서였다. 어머니와 함께 산책로 초입에 있는 공터를 지나고 있었다. 동트기 전이라 어스름한 나무 그늘에 그날따라 길고양이들이 여러 마리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가지고 있던 사료를 몇 움큼 그들 앞에 놓아 주었다. 그때였다.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건 좋지만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한 아주머니가 내게 한 말이었다. ‘나는 고양이들 때문에 골치가 아파요.’ 일 킬로미터 남짓 되는 산책로를 아주머니의 하소연을 들으며 걸었다. 그는 산책로 부근 오래된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지붕 위에서 밤새 뛰고 구르는 바람에 한 달째 밤잠을 설쳤다. 그들은 캣맘들이 준 비닐봉지에 담긴 사료를 지붕 위까지 날라 왔다. 비 올 때면 먹다 남은 사료와 비닐봉지 들이 하수관을 막을까 걱정을 했다. 어떨 때는 고양이들이 다락까지 들어와 용변을 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래도 얼마 전 새끼를 낳았을 때 밥을 한 상 잘 차려 주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데서 새끼를 낳아 오기도 해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했다. 가만히 들으시던 어머니께서 고양이들을 가만히 놔두세요. 해코지하면 집에 궂은일이 생길 수 있어요.’ 하셨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 그래서 꾹 참고 있어요. 얼른 다른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했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시 주님 맞을 집 청소(Making the House Ready for the Lord)‘의 끝부분이 떠올랐다.


그래도

저는 당신이 오시리라

믿어요, 주님. 당신은 제가

여우에게

참새에게, 길 잃은 강아지에게,

몸을 떨고 있는 바다거위에게 말을 걸 때,

제가

아침과 오후 내내 했듯

들어와, 들어와 하고 말할 때마다

사실은 당신에게 말하고 있음을 아실 거예요. (2006)


이 시의 배경은 그리스도교 전통 중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Advent)이다. 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신자들은 몸과 마음은 물론 집도 깨끗하게 준비한다. 이 시의 앞부분은 화자가 아무리 집안을 쓸고 닦아도 짐승들이 들어와 어수선해진 상황을 그린다. 부엌 싱크대 아래에는 쥐들이 새끼들을 수북이 낳아놓고, 처마 아래와 벽을 뚫고 다람쥐들이 들어와 머물고 있고, 너구리가 부엌에 들어와 찬장을 열고, 집 앞길 끝에서 여우가 호시탐탐 문을 노려보고 있다. 화자는 이처럼 뒤죽박죽이 된 집이지만 그래도주님이 오실 것을 믿는다. 그뿐만 아니라 이 동물들을 환영하는 것이 곧 주님을 맞아들이는 것이라고까지 한다. 이는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내게 해 준 것이다”(마태오 복음 2540)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연상시킨다. 추운 겨울 음식과 온기를 찾아 화자의 집에 들어 온 동물들도 확대해석하면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지붕 위에서 밤새 뛰고 구르는 고양이들이 아니더라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들은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나를 화나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 이들, 듣기 싫은 말과 무시하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 산책로 아주머니처럼 불편을 억지로 참을 것인가, 올리버 시의 화자처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마지못해 참는 단계를 넘어서 흔쾌히 불편함을 껴안을 수 있으려면 상대가 소중한 존재임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길을 가로막고 내 삶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도 나처럼 귀한 생명체이다. 요가에서 쓰는 인사말인 나마스테(Namaste)”내 안에 있는 신성(神性)이 그대 안에 있는 신성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뜻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기 쉽지만, 우리 안에는 신성이 머물고 있다. 영혼이 존재하는가,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는가 하는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나는 모든 생물 안에 영혼이 있으며 신은 초월자인 동시에 온갖 생물 안에 내재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동물이건 사람이건 만나는 모든 존재들을, 특히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나마스테의 마음으로 대할 것을 결심한다. 그새 계절이 두 번 바뀌었는데 산책로 아주머니와 고양이들이 아직도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아주머니와 고양이들, 투병 중이신 어머니와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두 손 모으며 고개 숙인다. “나마스테!”



노정애   21-05-14 17:44
    
신문주님 반갑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뒷부분은 좋은데 앞부분은 좀 정리가 되어야 할것 같아요.
'우연히 어떤 아주머니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기까지는'  이 부분은 빼셔도 되겠어요. 
'작년 가을 어느 날 동네 산책로에서였다. 어머니와 함께 산책로 초입에 있는 공터를 지나고 있었다.'
---> 지난 해 가을 어머니와 동네 산책로 초입에 있는 공터를 지나고 있을때다.
'그날따라' '그때였다'
빼셔도 좋겠어요.

그리고
 아주머니의 하소연 부분은
좀 더 하소연처럼 쓰시면 좋을것 같아요.
아주머니는 '그녀'로... 아님 '그분'

잘 고쳐지길 기대합니다.
신문주   21-05-18 10:58
    
노 선생님,

늘 귀한 조언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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