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년
엄영선
아침에 눈을 뜨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무슨일을 할까? 계획이 없다.
이제 노인이 되어 하던일 다 내려 놓으니 행동반경은 좁아지고 인간관계 줄어 들고 의무책임 벗어나니
하루의 생활이 무료해지고 머릿속은 이것저것 상념뿐으로 소일하게 된다
오늘날 인간수명 100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장수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젊어서 한국에서 살 때 사돈 할머니가 우리집 마실 오시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때 사돈의 나이는 70대이셨고 부유한 생활에 갖출건 다 갖춘 복 있는 분이셨다.
"사돈 나 왜 이렇게 오래 살지요? 이제 그만 살고 가는 날만 기다리는데 그 날이 빨리 오지 않아
사는게 지루하네요"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도 그럴것이 그 시절만해도 모든 문화가 옛날이라 지금같지 않아 늙으면 밥 먹고 잠 자는 일밖에 없으니
요즘 노인들하고는 그 세계가 달랐다. 요즘 이 격변해 가는 문화속에 노인들의 생활은 어떠한가
내가 노인이 되니 그것이 문제로 남는다. 먼저 노인이 되면 행복해야 한다.
요즘의 현실은 모든 삶의 가치관을 판이하게 바꾸어 놓고 있다. 그렇다 세월이 얼마나 변했나!
나는 농경사회에서 태어나 산업화시대를 거쳐 정보화시대로 지금은 디지털 21세기 우주시대를 달리고 있다. 옛날 일세기를 거쳐도 다 해내지 못하는 것들도 오늘날에는 10년, 5년에 섬광을 터뜨리고 있다.
농경시대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대이다.
이렇게 격변해 가는 시대에 인간 삶의 의식구조가 변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선 한 예로 자식과 부모사이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요즘 부모 자식 사이에는 세대적인 갭이 어쩔 수 없이 생긴다.
이제 효도란 말은 산업화란 단어와 함께 사라져 갔다.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간섭이다 집착으로 안다.
부모 자식 떨어져 살다보니 사랑의 유대도 소원해지고 젊은 자식들은 편안하게 사는 것이 우선주의로 되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간생활에 5복 받기를 원하며 살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6복 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하나 더 첨부 된 복은 부모가 늙으면 자식에게 부담주지 말고 빨리 세상 떠나는 것이 복이라고 한다.
이것이 요즘 돌아가는 추세이니 슬픈 일이다. 그러니 늙어서 자식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남으면 않되겠다.
부모 또한 이제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지혜롭게 현실을 잘 수용해 가며 현명하게 잘 따라가야 하겠다.
노인이 되면 인생을 더 사랑하게 된다. 이제 자식에 대한 의무나 책임을 다 벗었으니 나머지 생은 행복해야 한다. 행복! 행복이란 어떤 것인가! 행복이란 어떤 커다란 성취감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의 작은 일에서도 마음가짐에 따라서 차지할 수 있다.
행복이란 주관적이고 심리적이기 때문에 흔히들 컵에 담긴 빈잔의 물의 만족도를 말 한다,
그러니 긍정적인 사고와 욕심과 기대치를 낮추면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또한 행복의 비결은 관계에서 온다. 인간 관계가 좋지 않으면 불행해진다.
가족관계, 친구관계, 누구와의 관계로 행, 불행은 좌우 한다.
요즘 자식들이 부모를 학대하여 자살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그러니 자식만 바라 보고 매달리지 말고
마음을 터 놓고 의논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 놓는 것이 좋겠다.
늙어서는 은행에 저축하는 것 보다는 친구 찿아 투자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
함석헌님의 시 한 수 소개 하겠다.
친구 [함석헌]
그 사람 가졌느냐
세상 길 험난한 길 삶의 고뇌 엮어 가며
차마 아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그 사람 가졌느냐
인생의 소중한 일은 소통과 대화이다.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산다.
그런데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의 기쁨의 척도가 다르다.
얼굴이 다르듯이 그 사람의 느낌이 다 다르다.
대인관계에 칭찬을 아끼지 말고 만나서 불쾌한 사람은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
노인이 돈에 인색하게 굴면 추해지고 늙었다고 초라한 차림도 좋지 않다.
늙었다고 숫자적인 나이만 세지 말고 젊음의 느낌을 유지해야 한다.
삶의 규모와 진실한 생활로 소박하고 아름답게 늙어 가자.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유산은 좋은 기억, 좋은 습관, 좋은 인상이라 하였다.
우리 모두의 여생이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