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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불이 염소    
글쓴이 : 문경자    12-06-03 23:41    조회 : 4,146
                                            
 시집에서 키우는 염소는 새끼를 낳아 잘 자라고 있었다. 번식기가 이루어지는 계절은 가을 철인데 이 시기에는 21일을 주기로 발정이 일어난다. 임신 기간은 145~160일 정도이며 이듬해 봄에 출산하고 한배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는 털이 나 있고 눈이 떠 있으며, 태어난 새끼는 곧 바로 일어서서 어미의 젖을 빤다. 생후 1주일 동안에 나오는 젖인 초유는 새끼 염소에게 면역 항체를 공급하고 태변을 배출 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들의 집 지붕은 양철로 이어져 있고 낮은 담은 벽돌로 쌓아서 넘어지지 않게 시멘트로 단단하게 발라 배수와 통풍이 잘 되어 그들이 살아 가는데 별 지장이 없어 보였다. 싸리나무를 엮어서 만든 문은 무늬를 넣은 것처럼 그 집과 분위기에 맞게 만들어졌는데 시아버지의 솜씨가 한결 돋보였다.
봄이면 지붕 위에 호박 넝쿨이 올라가 그늘도 만들며 노란 호박꽃이 피고 지면 애호박이 푸른 호박 잎 뒤에 숨어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것이 여간 예쁜 것이 아니었다.
그 뿐만 아니라 가을이면 붉게 익은 물 고추를 말리기에 아주 적당한 곳이기도 하고 지붕이 낮아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거두어 들이기가 쉬웠다.
 염소들은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따라서 울기 때문에 자기네들끼리 웃는 소리 같기도 하고 서로 의사 소통을 하는 것 같았다.
 
염소의 울음소리에 새댁인 나도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고 친정으로 다시 돌아 가고픈 마음은 굴뚝 같지만 반겨줄 어머니도 안 계시니 아무리 생각을 해도 참는 길 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며 슬픔을 속으로 삼켰다. 목구멍이 찢어지는 듯 아프기도 하였다.
밖으로 나와 뛰어다니며 어미와 새끼들이 재롱을 뜨는 모습에 갓 시집온 새댁은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혼자 웃기도 하였다. 시집 식구들이 들에 나가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염소들은 나에게 많은 위로를 해주었다.
 염소 똥은 더럽기 보다는 귀여운 모양새다. 똥글똥글 한 것이 검정 콩알처럼, 아니면 환으로 만든 한약제와 닮아서일까?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먹는 정로환(正路丸)과 흡사해서 아이들이 그것과 닮았다고 하며 먹지 않겠다고 때를 쓰기도 하였다. 몸 속에 수분이 부족하면 대변이 건조해지고 딱딱하게 뭉치게 된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염소 똥처럼 된다.
염소는 성질이 매우 활발하고 행동이 조급하여 철이 없고 까부는 모양이 부뚜막에 앉아있는 고양이 새끼 같았다.
 사람이 경망스럽고 까불면 조상이 염소가 아닌가 하며 놀리기도 하고 큰 언쟁을 벌리기도 하였다. 동네 아저씨 한 분은 얼굴이 주먹만하고 뱁새눈인데다 아래턱에는 염소의 수염과 똑같아 염소 아저씨 라 불렀다.
 
봄이오면 염소를 아침 일찍 들로 데리고 나간다. 염소는 풀보다는 나뭇잎을 즐겨 먹으며 특수한 소화기관이 있다. 염소는 되새김 동물로서 먹이를 소화시키는 위가 4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집을 나서면 염소들은 높은 곳을 올라가 애를 먹이기도 하였다. 한번 고삐라도 풀리면 생 똥을 싸며 도망을 가서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들은 잡히지 않으려고 울어대고 까불기는 키를 까불어 움직이는 곡식알 같다. 염소를 얕보다가 엄청난 고생을 한적도 있었다. 새끼를 데리고 뛰어다니며 까부는 꼴이란 기생이 사또 앞에서 알랑방귀를 뀌는 것 보디 더하다. 그것을 보며 웃기도 하고 맹랑하다 칭찬 아닌 칭찬을 하였다.
 농사일이 바쁠 때는 들에 있는 염소를 까맣게 잊어 버리기도 하였다. 염소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아참! 염소가 들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남편과 같이 달빛이 뿌옇게 내리는 길을 걸으며 가던 때가 언제였는지! 정말 오랜만에 신혼의 기분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리 있나.
 염소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남편은 마음이 급한지 뛰어가고 있었다. 그곳은 더 뿌옇게 빛을 뿜고 있어 내 마음도 옛 님을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풀밭에 누워 있는 남편은 조금도 염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기색도 없고 또 떠나간 그 여자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는 가만히 그 옆에 앉아 무슨 말을 할까 기다리는데 얼굴을 똑 바로 하고는 오른손을 이마에 올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비밀이 있으면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한참을 하늘에다 눈을 두고 그것을 찾기라도 하듯이 아예 눈을 감고 있었다. 염소 같은 성질이 가슴에 확 박혀 꼬꾸라지고 싶은 심정을 누르고 그냥 하는 대로 지켜 보고 있어야 했던 순간을 지금도 생각하면 화병이 일어나곤 한다. 남편은 눈을 뜨고 미안한지 슬그머니 내 손을 잡는다.
 와 이래요. 염소 데리고 집으로 갑시더. 말이 꼬여서 잘 나오지도 않았다. 깊고 깊은 내 심정을 알길 없는 서방님. 너무 합니더. 빨리 집에나 가야지, 염소는 음메음메 하고 쫄랑거리며 불룩 나온 배를 흔들며 잘도 간다. 나는 새끼 염소를 몰고 처량하게 따라 가는 내 모습에 달님이 비웃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 맘을 저기에 두고 오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아무도 없는 마루에 달빛만 부서지고 있었다. 염소 집으로 데리고 가서 고삐를 단단하게 메어놓고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혼자 투덜거리며 마루에 올라 섰다. 속이 불편해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그냥 밤을 꼬박 세웠던 일도 있었다.
 
 언젠가 남편이 나를 보며 시어른 모신다고 고생이 많았다며 염소를 한 마리 한약방에서 다려 가지고 와서 먹으라고 하였다. 억지로 한 봉지를 따서 먹었다. 이젠 몸이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고 누워 있었다. 점점 배가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감당키 어려웠다. 쥐어 짜는 것처럼 아픈데 천장에서 염소가 고것 봐라 고소하다. 음매음매 울며 빤이 내려다 보는 것 같다.
흔히 사물탕(四物湯) 이라는 한약을 넣어서 달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평소에 염소가 잘 맞는 사람에게도 설사나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한약재를 넣을 때에는 반드시 한의사와 상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십 여분이 지나고 나니 배가 아파오기 시작하자 배를 움켜 쥐고 화장실을 향해 갔다. 순간 설사가 변기 가득 채워지고 눈물까지 나왔다.
 혹시나 그의 조상이 아닌가, 원래 여자에게 염소가 좋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으니 말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나 약품도 그 사람의 체질이나 현재의 건강 상태에 따라 맞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남이 먹는다고 함부로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수가 있음을 명시 해야 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것을 남편은 아깝다고 하며 하루에 한 봉지씩 먹는데 약이 오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대신해서 먹어 줄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 여겨졌다. 다 먹고 난 후 남편의 배가 뚱뚱 해졌다.
 
합천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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