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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 콩나물    
글쓴이 : 문경자    21-07-08 11:34    조회 : 5,501


, 콩나물

                                                    문경자

   콩농사를 잘 짓는 일도 수월하지는 않았다. 얼굴이 동그란 농부는 양지바른 밭에 콩을 심었다. 비도 내려주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주니 콩이 자라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논두렁 밭두렁 어디든지 심기만 하면 콩나물처럼 쑥쑥 자랐다. 다정한 무당벌레의 자태도 보고, 노랑나비도 날아다녔다. 논두렁을 지나가는 고씨네 한달 된 송아지도 보았다. 송아지가 지나가면 가슴이 철렁하였다. 혹시나 콩잎이나 줄기를 먹이로 알고, 부드러운 혀를 휘둘러 한입에 삼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송아지는 콩 꽃을 달고 있는 우리를 보고 웃으면서 지나갔다. 꿀을 따는 벌도 인사만 하고 날아갔다. 그런데 엄마소가 문제야. 주인장 말도 듣지않고 혀를 날름거리면서 우리에게 겁을 주었다. 소먹이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 속에 들어갔다고 생각해봐라. 송아지가 태어나는 몸인데 우리 같은 것은 콩새끼다 하고는 그냥 갈아 치울지도 모르지. 어느새 콩잎은 노랗게 익었다. 콩잎 장아찌를 담는다고 하니 가을인가 보다. 콩자루도 통통하다.

콩콩 콩 타작을 한다. 화가 난 옆집 강씨 부인은 아까부터 불만이 많다. 아무것도 모르는 콩을 도리깨로 막 두들긴다. 화가 난 주인을 만나면 산통이 다 깨진다. 내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매끈해야 콩 값을 제대로 받지. 얼굴이 찌그러지거나 깨지면은 진짜 주인이 무시한다. 깨진 콩은 5일장 구경하기는 이미 틀린 몸이다. 쇠죽을 끓이는데 소의 영양분으로 들어가 먹이가 되었다.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얼굴이 망가지지 않으려고 도리깨를 피하여 또르르 굴러도 보았다. , , 옆으로 움직여도 도리깨는 내 얼굴을 때리고 때렸다. 그 때 마침 주막집에서 막걸리를 먹고 돌아온 강씨가 도리깨를 잡았다. 술냄새도 풍겼다. 팔에 힘이 없었다. 강씨가 힘껏 도리깨로 때렸지만 온 몸이 간지러웠다. 우리는 너무 우스워 배가 아파 떼굴떼굴 굴러 그 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소마굿간이었다. 소가 움직여 밟아 버리면 우리는 산산 조각이 나겠지. 누워서 보니 소 등치가 앞 산만하네. 가을 바람아, 저 마당 끝에 서있는 모과나무 아래로 우리를 데려 다 줘. 보이지 않게. 우리는 그저 굴러 다니는 재주밖에 없다는 것을 너도 알고있지. 강씨 부인은 두 눈을 부릅뜨고 콩을 찾고 있어, 어서 도망을 가야 할 텐데.

강씨 부인은 튼실한 콩을 밤이 이슥해 질때까지 골랐다. 쪽박이 난 콩을 보고 욕도 아닌 욕을 한 마디 하는 거야. 그럴 때는 도리어 내가 미안 하거든. 건너 집에 사는 손씨 할머니는 갓 시집 온 며느리에게 콩고르는 일을 시켰지. 그때만해도 전기가 들어 오지도 않았지. 꾸벅꾸벅 졸고 있는 며느리모습을 보고 할머니는 웃고 있었지. 제사날이 다가오니 좋은 콩으로 콩나물도 길러야 했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일도 어려웠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주는 격이다. 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흘려 버리지만 헛일은 아니다. 아이가 자라나는 것처럼 콩나물도 잘 자랐다. 때로는 우물가에도 콩나물 시루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무명 보자기를 둘러쓰고 있는 것을 보기만 하여도 신기하다.  

 똘이 엄마는 자식들이 어렸을 때는 내가 키운 콩나물을 잘 먹었는데, 시대가 변하고 보니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 하고 푸념도 늘어 놓았다. 지금은 콩나물 키우는 공장도 있고, 상표를 부쳐 이름표 달고 얌전하게 앉아 있으면 저절로 팔린다고 하데. 서울에 살고있는 우리 며느리도 내가 주는 콩나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서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 우리가 기른 콩나물은 서울에 도착하기 전에 짓물러서 대가리가 다 떨어 진다고 하면서 그냥 갔다. 우리는 가난하게 살아서 그런지, 콩나물 한 주먹이 소고기 반근보다 더 값진기라. 콩나물은 언제 먹어도 물리지않고 술국으로 그만이다. 서울 아들네 집에 갔을 때 콩나물 사려하고 외치는 콩나물 장사 목소리도 참 정겹더라. 아줌마들은 바가지를 들고 나와 콩나물을 사고 서로 안부도 묻곤 하더라. 그때만 해도 공해를 일으키는 비닐 봉지도 없었다. 콩나물 국 한 솥이면 배부르게 먹고 또 먹고 후루룩 시원하게 들이 마셨다

반찬 투정하는 외아들을 키우는 양씨는 걱정이 많았다. 엄마는 정성을 드려서 콩나물국을 끓이면 콩나물 줄기가 질기다, 또 나물을 묻혀주면 마늘 파가 들어 갔다고 싫어하고, 비빔밥에 넣어 주면 길어서 싫다 하고 에미는 기가 막혔다. 콩나물이 얼마나 예쁘냐 곱슬이는 구수하면서도 야무지게 생겨서 인기가 대단하고, 일자로 쭉 뻗은 콩나물은 미끈하게 자라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이 좋아. 어디를 가던지 인기가 많았다. 콩나물은 날씬한 몸매에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수숫대가 아무리 키가 크고 알알이 익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해도 반겨 주는 이가 있더냐. 수숫대에 비하면 우리는 콩나물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고.   

할머니는 삶은 콩나물에 셋째 딸이 사준 깨소금, 막내 아들이 시골 방앗간에서 짜 보낸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나는 기름이 묻어 간지러웠다. 참깨의 고소한 향수가 좋았다. 할머니는 1인용 식탁에 맛있게 무친 콩나물을 갖다 놓고 하얀 쌀밥에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비는데 정말 간지러워 죽는 줄 알았다. 이젠 여기서 푹 쉬고, 다리도 쭉 펴고 잠을 청해보자. 콩나물 같은 고소함이 할머니의 입가에 묻어 있었다. 다리도 아프고, 관절도 아프니 콩나물은 힘이 들었다. 쿨쿨 잠이나 자자.

콩을 팔아서 생필품을 사고, 맛있는 사탕도 사 주시던 부모님 생각도 난다. 콩을 볶아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지금도 침을 고이게 한다. 콩 하나 나누어 먹어도 인심이 통하던 때는 집집마다 풍년이 들어 콩을 자루마다 담아서 재어 놓으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콩나물 기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추운 겨울에는 안방 차지를 하고 있으면 자다가 일어나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어야 한다. 물 흐르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기도 하였다. 구둘막이나 안방에서 기르는 콩나물 시루도 사라진지 오래다. 마루에 빙 둘러 앉아 콩나물을 다듬는 일도 한 폭의 그림처럼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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