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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춤을 춥니다    
글쓴이 : 봉혜선    23-08-22 09:15    조회 : 1,438

나는 춤을 춥니다

 

봉혜선

 

 17년 이어온 수영에 요가, 필라테스 까지 섭렵하며 운동 중독자에 꼭꼭 명단을 올리고 있었다물을 싫어한다는 점괘를 여봐란 듯이 깨려고 한 건 아닌데 수영을 오래 한 건 가까이 수영장이 있어서였다수영은 남편이 배우라고 결정해 주었고 스톱을 말하지 않아 내내 다녔던 종목이다. 수영 강사가 그만 배우라고 말해도 바꿀 종목이 없었다. 그러다 만난 벨리댄스다.

 어쩐지 옷 테가 남달라 보이는 동네 언니가 수영 그만하고 벨리(Belly dance)를 하라고 했다. 수영과 달리 배를 내놓고, 춤을 춘다!  6개월을 벼르다가 용기를 내었다. 수영복을 입지 않고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수영도 한다는 그 언니 옷을 빌어 입고 강습에 참석했다.

 꽝꽝 심장을 파고들 듯 울리는 정 박자의 리듬에 점령당한 첫 시간. 크게 틀어놓은 음악 리듬은 대학 때 다니던 디스코텍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서 타임머신을 탔다고 상상하게 했다. 홀린 듯 선생님에게 벨리복을 주문했다. 2개월 만에 시내에 벨리복을 사러 나갔다. 횡단보도로 내려설 때 헛디뎌 왼쪽 발목을 접질렀다. 부러지지 않아 병원에 오갈 때는 반 깁스를 풀고 운전했다. 반 깁스를 한 채 할 수 있는 일은 또 있다. 의자에 앉아 상체로만 하는 벨리댄스. 선생님과 회원들의 입에 발린 걱정과 염려와 유난스러워하는 시선 속에서도 꿋꿋했다. 타인의 시선 따위는 왜 신경에 거슬리지도 않았을까낯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회원들은 나를 어찌 생각했을까.

 숨만 잘 쉬어도 잘 사는 것이라 했다. 에어로빅은 오래 한 수영과 호흡이 달라 박자를 맞출 수가 없었다. 수영 숨은 두 박자인데 에어로빅은 한 박자 숨이라 물에서보다 오히려 숨이 더 찼다. 에어로빅에 도전했으나 숨이 차 따라갈 수가 없었다. 춤은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했다. 앞과 옆에 있는 거울로 나를 마주 쳐다보며 하는 벨리댄스는 여타 운동과도 다른 신세계였다. 거울로 보니 뒷자리 선 사람들은 다들 날씬한데 의욕만으로 눈치 없이 앞자리로 파고든 눈에 비친 내 배가 큰 북을 닮았다. 밥은커녕 무엇도 먹을 수 없었다. 수영 할 때는 운동 후 회원들과의 밥 모임이 일상이었다. 운동 후 갈증을 푸는 한잔 술로 잔뜩 쪼그라뜨린 배가 부풀어 늘 제자리걸음이고 전날 들이부은 맥주로 부풀어 올랐다 생각하려 해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거의 보름 간 강습이 끝나면 기력을 모아 누워 굶은 끝에 갈등에서 벗어났다. 시작한지 1년 반 만에 중급반에도 이름을 올렸다. 배꼽을 내놓고 추는 벨리댄스를 이제는 춘다고 말할 수 있다.

춤의 기본은 튼튼한 하체에서 나오니 동작은 크지 않되 오래 하면 여자로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허벅지 근육이 생긴다대학 때 유행이던 디스코텍에서 몇 번 추어본 막춤 경력이 다였으므로 춤에 대해서 자신할 수 없어 초급반을 벗어나지 않고 양쪽 반에 다녔다반복하거나 연습할 수 있는 생이거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한 번 뿐인 생을 밀고 가며 실수를 스승 삼아 번복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축복된 생의 모습이리라두 번째에야 겨우 할 줄 알게 되는 실수투성이 나에게는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초급반은 위안이며 필수다.

 배꼽을 드러내놓고 추는 벨리 댄스는 머리, 가슴, , 허리, 골반의 독립적인 움직임이 필수다. 가슴의 풍만함을 나타내기 위해 뽕이 들어간 탑(top)을 입고 큰 엉덩이를 강조하기 위해 긴 치마를 옆 부분에 찔러 넣거나 스카프를 둘러 엉덩이를 잘 보이게 하는 복장을 해야 한다왕 앞에서 추던 벨리 댄스는 자손을 이을 수 있다는다산 능력을 보여주는 몸 춤이다태양을 받들 듯 손바닥을 위로 행하게 하는 동작과 동전 모양의 골반 장식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복근이 동그래지는 이유도 마찬가지인데 아이를 잘 품을 수 있다는 걸 상징한다.

 잠시라도 배에 힘이 풀리면 당장 샘의 눈길이 닿는다춤의 기본은 튼튼한 하체에서 나오니 동작은 크지 않되 오래 하면 여자로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허벅지 근육이 생긴다대학 때 유행이던 디스코텍에서 몇 번 추어본 막춤 경력이 다였으므로 춤에 대해서 자신할 수 없어 초급반을 벗어나지 않고 양쪽 반에 다녔다반복하거나 연습할 수 있는 생이거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한 번 뿐인 생을 밀고 가며 실수를 스승 삼아 번복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축복된 생의 모습이리라두 번째에야 겨우 할 줄 알게 되는 실수투성이 나에게는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초급반은 위안이며 필수다.

 초·중급반이 격일제라 매일 춤을 추게 되었다. 15년이 넘어가니 들인 시간만 3,000시간이 넘는다. 양쪽에서 체력이 좋다느니 돈이 많다느니 동시에 놀려도 아침이면 그날의 감성에 맞는 복장의 모양과 색을 갖추느라 들리지 않았다. 한 달에도 두어 번씩 치마와 탑을 검색하고 주문하고 사러 다녀 손에 넣고도 끊임없이 옷 갈증에 시달렸다. 일상복은 일 년에 네 벌이면 족하다 여길 정도로 옷차림에는 무심했다. 그간 색이나 모양에나 외양을 꾸미는 것에 문외한이었고 외면했다. 외양보다는 내면의 중요성만을 고수해 온 나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여성성을 가진 세계로 밀어 넣은 건 내가 모르던 나다.

 모든 운동이, 움직임이 그렇듯 자신의 역량이 곧 자신의 세계다. 인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자유라고 명쾌한 답을 한 조르바는 춤춘다.  '그는 춤에다 몸을 맡기고, ~갑자기 자연의 법칙을 정복하고 날아가려는 듯이 ~어둠 속에 유성(流星)처럼 던져 버리고 싶어 안달을 부리는 영혼이 하나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은 행복에 젖어 빛나고 있었다. ~"이제야 살 것 같군. 피를 좀 뽑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정말 미치고 말았을 겁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래, 어쩌면 인생은 스스로 도취하는 멋들어진, 신명나는 춤 한 판이 아니겠나.

 운동으로 이루어 내는 삶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면 과장일까. 하나에 꽂히면 물불 가리지 못하는 이 편집증은 어떻게 생겼을까. 아무 것도 이루어 보지 못한 전업주부로서의 한인가. 무엇을 해도 잘 한다 소리를 들어보지 못하며 지내던 아내로서의 내가 스스로 한 유일한 결정이 거울 앞에서 홀로 추는 춤이다. 폭발할 것과 같은 음악 소리는 남편에게 한 번도 대들지 못한 내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했다외출을 극도로 막아선 남편에게 대들지 못해 혼자 있는 채인 내게 백 프로 우울증에 걸린다고 알려준 심심풀이 점괘는 해결책으로 크게 듣는 음악을 제시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음, '춤이라도 춰볼까' 라는 칼라링 가요 가사를 들으며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누굴까. 나는 나로 살기로 해본다. 매일 음악에 맞춰 춤추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독립적으로! 부드러움에 천착하고 매혹되었다. 벨리댄스로 인해 허기졌던 개인 욕구를 느끼게도 되었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살던 몸의 세계에 개안하였다. 오래 하는 힘이 미루기만 하던 꿈으로 스스로를 밀고 있는 걸 느끼고 있다.

 옆에 선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다. 고맙다. 무엇에도 고맙다. 내 일이 아닌 줄 알았던 아름다움, 자유. 나는 그것을 평범하고 흔한 춤에서 오래도록 찾아내고 있다인생이 아름다워지라고 춤을 춘다당신은요?

 <<선수필>> 202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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