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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되는 일상의 모습들    
글쓴이 : 김선봉    20-04-28 22:15    조회 : 4,876
   변화되는 일상의 모습들(최종 수정)-2020.04.28.hwp (96.0K) [0] DATE : 2020-04-28 22:15:38

변화되는 일상의 모습들

 

잠시만요. 잠깐 저와 함께 저 카메라로 사진 한 장 찍으시겠어요?”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젊은 여성이 내 앞을 가로막고 말한다. 아름다웠다. 아니, 젊어서 생기가 돌았다. 풋풋한 젊음의 향내가 향기롭기 그지없었다. ‘나하고 사진 찍자는 건가? 이놈의 인기는.’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말한다. “최근에 감기 걸리신 적은 없나요?”, ‘뭐지? 벌써 나와 키스를 하려고 준비하는 건가? 진도 나가기엔 너무 빠른데.’라고 생각했다. 난 없다고 말해주며 입냄새 제거용 가글을 찾았다. 그녀는 몇 가지를 더 묻고 서류를 작성해준다. 검진표였다. 그러고 보니 카메라는 열화상 카메라였다. 내 몸에서 나는 열을 감지하여 다양한 색깔로 시각화해 보여주는 카메라였다. 그런데 난 왜 그녀와 함께 사진 찍자는 걸로 들었던가. 아마도 환청이었나 보다. 보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별다른 제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무사통과한 듯 보였다. 안내선을 따라 용인세브란스병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왜 이 난리인가 싶어 주변을 유심히 살펴봤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출구 몇 개를 막고 한곳에서만 검사하고 있었다. 난 간단히 복용하던 약만 조제 받아 돌아올 수 있었다. 도로엔 차들이 드물었고, 거리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런 경우는 살아생전 처음이었다.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터라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어쩌면 꿈꾸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그야말로 텅 빈 도시가 된 기분이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두 달 전에 처방전을 받으러 용인세브란스병원에 갔던 낯선 경험이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모니터의 이곳저곳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화면의 해상도가 낮아 정확한 분별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자유로운 복장으로 짐작을 하면 각자의 생활공간에서 바로 달려온 모습이다. 누군 밥하다가, 누군 책보다가, 누군 커피 마시다가, 또 다른 누군가는 손자를 등에 업고서 바로 컴퓨터에 접속해 화상 수업에 참여한 것이다. 코로나가 불러온 색다른 풍경이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한국산문>의 평론반 강의를 컴퓨터의 화상 수업으로 올해 처음 참석한 날이었다. 마냥 신기했다. 많은 이들의 얼굴이 모니터 한 화면에 다 나오니 놀라웠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중동 지역에서 생활하는 회원도 있었다. 같은 시간대에 어떤 이는 워싱턴에서, 어떤 이는 하와이에서, 어떤 이는 아부다비의 뜨거운 사막에서 화상 수업으로 의사소통하는 장면이었다. 지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화상 수업의 장점이다. 그러나 직접 만나지 않으니 서먹서먹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람과의 직접적 만남을 자제한다. 전 지구촌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던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라앉으면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다. 칠 일 전에 난생처음 받아본 화상 수업의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오지 말고 저기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이야기하세요.” 의사는 이 미터가량 떨어져 벽과 붙어있는 의자를 턱으로 가리킨다. 또 마스크를 단단히 부여잡고 기분 나쁜 억양으로 말한다. 마치 내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자라도 되는 듯이. 시대가 시대인만큼 그러한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려면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의사는 그걸 안 지켰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같은 말이라도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효과가 나타난다. 가령 웃으면서 싫은 소리 하는 것과 화내며 하는 것과의 차이다. 진정 자신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병원 문을 안 열면 됐다. 더욱이 환자의 상태를 진료하려면 가까이에서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 가벼운 증상이라 처방전만 받고 나올 수 있었다. 삼 일 전에 동네 개인병원으로 갔을 때의 기억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키트를 요청한다. 우리에게 방역물품 지원을 바란다. 쏟아지는 각국 정상들의 SOS(조난통신신호)에 대통령은 전화외교를 펼치기 바쁘다. 우리에게 방역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의 방역방식이 모범적이라며 치켜세운다. 우리의 대응에 세계가 주목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방역의 투명한 공개가 있다. 그리고 상황에 대처하는 선도적 대응도 빼놓을 수 없다. 상황을 쉬쉬하며 비공개로 처리하다 화를 키운 것이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pandemic-팬데믹)으로 수많은 국가에 봉쇄령이 내려져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각국에 발이 묶였던 교민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들은 곧 특별기를 통해 속속 귀국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재외국민의 신변 보호에 가치를 두는 국가관이 있다. 적어도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타협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조치에 일부의 시민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국민으로 긍지를 갖는다. 그러나 일부의 사람들은 별다른 느낌을 못 받는다. 최근에 코로나로 벌어지는 해외와 국내의 크고 작은 변화들이다.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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