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판-심심한데 우리 결혼이나 할까
예쁘장한 한 여자가 들어선다. 얼굴엔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말한다. '아, 이 아저씨한테 어떻게 굴어야 퇴짜를 맞을까?' 겉과는 달리 속으론 환하게 웃는다. 이를 보던 젊은 남자의 의상은 단정하고 깔끔하다. 역시 환하게 웃는다. 허나 속으론 '아, 이거. 어떤 진상 짓을 해야 오늘로 끝나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두 젊은 남녀가 겉으론 웃으나 속으론 다른 생각한다. 선남선녀가 카페에 앉아 맞선을 본다. 치과의사라는 전문직 여성과 변호사라는 젊은 남성.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럼에도 서로 만났다. 맞선은 남녀가 결혼을 전제로 직접 만나는 만남이다. 왜 마음에도 없는 만남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
며칠 전, 하도 무료하던 차에 TV를 켜봤다. 마침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두 남녀가 맞선자리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주변의 권유로 맞선자리엔 참석했으나 결혼은 전 혀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못해 가족의 제안으로 끌려나온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의 저출산 문제와 겹쳐 씁쓸했다.
2015년 12월 10일 국민일보 1면과 3면에 <저출산 고령사회대책〉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집을 줄 테니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잘못 짚어도 한참이나 잘못 짚었다고 생각한다. 집이 없어서 결혼 안하고 아이를 안 낳는가? 현실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다.
정확한 처방은 제대로 된 진단에서 나온다. 올바른 진단은 원인이나 현상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진단할 때 서로간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기본이다. 허나 현재 우리사회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진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의사소통 없이 나온 판단은 오진일 확률이 높다.
여자는 결혼하면 어디서 살 거냐는 남자의 말에 대답을 한다. "글쎄요. 아파트도 하나 있고. 작년에 엄마가 생일날 사준 오피스텔도 하나 있긴 한데. 아, 어디가 마음에 드세요?" 극중에 여자가 결혼 안하는 건 살집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저출산 원인도 따로 있다.
이것을 우리사회는 심각히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파악한다. 그에 맞춰 대책을 내놓는다. 모두가 자유롭게 말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다. 모두들 조심조심 눈치보며 머뭇머뭇 거린다.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차단당한 셈이다. 머뭇거리며 말해도 대책은 없고 개선도 안된다.
진퇴양난이다. 왜들 결혼을 안 하는가? 결혼해도 왜 출산을 않는가? 우선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환경이 아니다. 저출산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흐름에 수수방관할 수 없다. 우리사회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안 낳으니 미래가 어둡다.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극중의 남자가 말한다. "정원도 좀 있고. 주차공간도 넉넉히 있고. 아, 내가 변호사라 그 정도 조건 가진 여성분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거든요." 스스로를 조건화 한다. 여성에게 속물로 보여서 맞선을 끝낼려는 의도다. 이러한 말의 배경에는 결혼을 조건과 연결시켰던 역사가 깊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어느 곳이나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전체적인 흐름이나 풍기는 느낌이다. 이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 사회에도 이런 분위기가 좌우한다. 사람이 대접받고, 존중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낳지 말라고 해도 아이를 낳는다. 뒤집어서 본다면 현재는 사람이 대우받거나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 귀한 대접을 받길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한다.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는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 구조적인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접근하니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상에 집이 없어서 아이를 안낳는다는 해석에 웃음만 나온다. 현실감각이 바닥수준이다.
요즘 시대에는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안한다. 그 원인에 대해선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사회분위기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미래가 위협받는다. 그러나 크게 신경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모르고 눈 뜬 체 잠든 나뭇꾼이 안타깝다. 오늘만 살아가는 사회엔 내일은 없고 또 다른 오늘만이 있을 뿐이다.
2015.12.15.오후에
최종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