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창작합평
  사랑하는 선생님 때문에    
글쓴이 : 박영희    25-09-09 14:36    조회 : 1,067

사랑하는 선생님 때문에

박영희

 

20252월에 우리 유치원을 졸업한 J군은 20239월에 우리 유치원의 3세 반인 유아반에 입학하였다. 유치원에는 열심히 다녔으나 유치원에서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J군은 아기들에게 채워주는 기저귀를 하고 다녔다. 선생님께 손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면 선생님이 화장실에 데려가서 젖은 기저귀를 갈아주고 유치원 생활을 하였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2024년에 4세 반인 유치반에 진급을 하여 윤 선생님이 담임을 맡게 되었다.

윤 선생님이 담임을 맡고 2개월이 지나자 J군은 한 두 마디 말을 하게 되었고 기저귀도 벗어 버리게 되었다. 이렇게 발전하게 된 것은 윤 선생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관심때문이었다. 18명으로 편성된 학급에 두 분의 교사가 지도하였기에 윤 선생님은 매일 같은 시간에 J군을 화장실에 데리고 다닌 끝에 기저귀를 벗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말도 하게 되었다.

내가 교실에 가서 유아들과 활동 하면서 “JK, 네가 말을 하게 된 것은 윤 선생님 때문이니? ” 하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였다. 자기에게 진심과 사랑으로 대하는 선생님에게는 마음의 문을 연 것이다. 이후로 같은 반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모든 활동에 즐겁게 참여하면서 졸업을 하였다. 윤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기저귀를 찬 채 졸업을 했을지도 모른다.

 

일생에 훌륭한 선생님을 한 분이라도 만나면 행운이고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유치원 초창기에 한국일보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미술대회 공모전에 많은 어린이의 작품을 출품한 것이 좋은 성적을 거두어 단체상으로 우승기를 탔고 최우수상으로 트로피를 받은 어린이들과 금상, 은상으로 메달을 받은 어린이들도 많았다. 원장님이 직접 지도하면서 실제로 트럭을 가까이에서 세밀하게 그리는 등 접근을 독특하게 하도록 지도하였던 것 같다. 어린이들에게는 상을 받은 것이 자극이 되어 실제로 미대에 진학한 친구들도 몇 명 있었다. 원장님인 남편의 리더십이 강력하여 분당으로 이사를 간 어린이들도 졸업할 때까지 2개월 정도를 어머니가 먼 거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졸업을 시켰다.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5학년까지 여자 선생님이 담임을 맡으셨다. 어머니가 사친회장이거나, 아버지가 학교나 학급에 후원을 많이 하는 동급생들은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어린 소견에도 부당하게 보였으나 어쩔 수 없이 차별당하며 상처를 받고 지냈다. 교사가 된 이후에 담임을 맡았을 때, 김영란 법이 생기기 전이었는데도 학부모님들의 촌지를 거북해하며 거절하였다. 어렸을 때, 선생님들의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고 힘들어하며 지냈던 터라 유치원을 운영하면서도 편애하지 않는 것을 교사들에게도 강조하였다.

 

5학년까지 담임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이었으나 6학년 때 남자 선생님이 처음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 몇 개월 지나자 6학년 전체 학생이 일제고사를 보게 되었다. 일제고사를 본 후 담임 선생님이 노트 앞장에 친필로 영희 네가 6학년 전체에서 1등을 하여 이 상을 준다.” 라는 글을 써서 상품으로 주셨다. 노트 한 권에 불과한 상품이었지만 일생을 두고 기억하는 귀중한 상품이 되었다.

이 때도 아버지가 학교에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친구가 같은 반이었다. 친구 아버지는 소풍 갈 때도 반 전체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곤 하며 그 친구의 백그라운드가 되어주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어쨌든 나는 일제고사로 선생님께 인정받는 계기가 되어 자신감도 생겼다. 그 이후에 담임 선생님의 서예지도를 받아 동아연필회사에서 주관하는 붓글씨 쓰기대회에 입상하여 입상작이 신문에 실리기도 하였다. 이 때 배운 붓글씨체를 토대로 유아들에게 궁서체 쓰기 지도를 하여 우리 유치원을 졸업한 유아들은 유명 사립초등학교에서도 최우수상을 받는 등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웅변지도를 해주셔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지도받은 웅변이 40여년간 유치원 어린이들의 웅변지도를 하는데 기초가 되었다. 이 웅변지도는 학부모님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유치원 연합회의 임원을 맡고 있었을 때, 잠실 체조 경기장에서 5000명이 모인 유아교육자 대회에서 웅변을 하게 되어 몰랐던 원장님들도 나를 알아보게 되어 다소 쑥스럽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담임 선생님은 과외비도 받지 않으시며 과외지도를 해주시어 그 지역에서 명문인 대전여중에도 몇 명이 합격하였다. 대전까지 기차통학을 해야 하므로 나는 아버지께서 청주로 전근할 계획이 있어서 옥천여중에 16개월 정도 다니다가 청주여중으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혼신을 다하여 지도해 주신 6학년 때 담임 이종화 선생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터에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20여 년이 흐른 어느 날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옥천으로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너무 반갑기도 하고 세월이 많이 흘러 쑥스럽기도 하였다. 그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찾아뵌 것이 잘했다싶다. 초등학교와 여중 시절 합하여 4년정도 살았던 곳이기에 그 때 아버지가 옥천 상고 교감선생님으로 근무하시어 살게 되었던 적산가옥인 관사도 찾아보았다.

당시 옥천상고 교장선생님은 가족이 옥천에 살지 않아서 우리가 관사에서 살았는데 커다란 다다미방이며 불을 때서 물을 데우는 욕조도 구조가 한옥과 달랐다. 어렸을 때 살았던 추억의 서린 집이기에 선생님을 찾아뵙는 길에 그 관사도 찾아보게 되었다. 우리가 살았을 때는 마루도 길고, 다다미방도 무척 컸는데 어린이 되어 가보니 어렸을 때의 기억보다는 다들 작았다.

 

또 한 분 기억나는 선생님은 청주여고 시절 영어 선생님이었던 민 선생님이시다. 서울에서 S대 영문과를 졸업하시고 초임으로 오신 분이었다. 친정아버지가 영어 선수학습을 조금 해준 관계로 그런대로 영어는 하는 편이었다. 영어 점수가 같은 학년에서 제일 잘 나오기도 하였다. 민 선생님께서 시험을 보고 채점을 한 후에 시험지를 모두 나누어 주고, 혹시 맞았는데 틀렸다고 한 것이 있으면 가져오라고 하였다. 나는 시험지를 검토해보고 이 문제는 제가 틀렸는데 맞았다고 해 주셨어요.’ 하였다.

그 후 여름방학이 되었는데 우리 청주여고를 졸업한 한 해 선배로 서울 명문 사립대인 Y대에 다니는 언니가 나를 제과점으로 불러내서 민 선생님이 나를 많이 칭찬하시던데... 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아마 그 선배 언니가 민 선생님을 좋아해서 탐색하려던 것 같았다. 민 선생님은 그저 순수하게 나를 인간적으로 칭찬한 것인데 선배 언니가 오해한 것 같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민 선생님은 서울의 모 공립중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계셔서 한 번 찾아 뵌 적이 있다.

 

내게 영향을 미친 두 분 선생님들은 어떤 것에도 좌지우지 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소질과 특성을 발견해주고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도를 아끼지 않은 분들이다. 그리고 기저귀를 벗어 버리게 하고 대화를 하도록 J군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지도한 윤 선생님도 J군에게는 평생을 기억하게 되는 선생님으로 남을 것이다. 유치원의 마지막 해를 윤 선생님과 같이 근무한 것을 행복해하며,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이렇게 오랜기간 나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는지 되돌아보며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특히 6학년 담임 선생님은 과외교습소도 아닌데 정규시간 이후에 학교에서 전과목 과외, 서예교습소, 웅변교습소를 무료로 개설해 지도해 주셨다. 지금은 작고하셨을 선생님의 명복을 빌면서 올해 우리 유치원을 졸업한 J군도 윤 선생님의 사랑을 간직하고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 윤 선생님을 그리워하길 바라며...

 


노정애   25-09-12 15:53
    
박영희님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계신 것은 인생을 꽃 피우는 밑거름이 되지요.
기억력도 좋으셔서 오래전 이야기를 아주 잘 쓰셨습니다.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
삶을 바른 방향으로 낳아갈 수 있게 되었네요.
좋은 스승이 참 많았습니다.
박영희   25-09-12 22:56
    
저희 친정어머니는 선생님이 털실로 장갑을 짜서 주셨답니다.
    선생님께 받은 사랑에서인지 밤늦도록 양말을 기워서 어려운 분들에게
    주셨습니다. 저도 어머니께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박영희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5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등단 전 합평에 통과한 작품 올리는 방법 웹지기 08-11 3434
공지 ★ 창작합평방 이용 안내 웹지기 02-05 92640
5 인연 (4) 박영희 09-09 2085
4 남 도우려다 (2) 박영희 09-09 2032
3 사랑을 믿는 다는 것 (2) 박영희 09-09 1927
2 사랑을 믿는다는 것 (2) 박영희 09-09 1379
1 사랑하는 선생님 때문에 (2) 박영희 09-09 1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