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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사랑    
글쓴이 : 김김연    25-10-14 16:26    조회 : 768

옛사랑

                                                                                                                  김김연

 

결혼하고 스무해쯤 되었을 때 형님 댁 조카 결혼식이 있어 고향에 갔다. 사촌 시누이를 만나 같은 동네에 살았던 오빠 친구 S의 안부를 물었더니 시누이가 그는 세상에 없는 사람 이라 말하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시누이는 그를 어찌 아느냐 둘이 어떤 사이 였나 물었으나 나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오빠를 안 것은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였다. 고등학교 입학한 오빠가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마당에는 탁구대. 평행봉. 역기. 아령 등 운동기구가 있어 친구들은 탁구도 치고 평행봉에 올라가서 팔 굽혀 펴기도 하며 묘기를 부려 댔다. 그 오빠들 가운데 S 오빠도 있었다 나는 방안에서 유리창으로 그 오빠를 훔쳐 보았다.성격이 서글 서글하여 우리집을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었다. 어느날 나 혼자 집에 있는데 그 오빠가 찾아 왔다. 나와 탁구 치자며 탁구 치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같이 치자고 했다.

 

세월이 흘러 나는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 오빠는 서울로 그 오빠는 부산으로 대학 진학을 했다. 오빠가 없는데도 그 오빠는 우리집을 찾아왔다. 괜스레 와서 우두커니 마루에 앉았다 가곤했다. 가끔 남동생들을 데리고 가서 올 때는 생선과 먹거리를 한 보따리씩 보내기도 하였다. 대학 2학년 때 그는 군 입대를 하고 제대 할 때 까지 휴가 때면 우리 집을 찾아왔다 나를 찾아오는 그 오빠가 부담스러워 망설이다 친구를 소개시켰다. 그러자 오빠는 불같이 화를 내고 가버렸다. 오빠에게 맞는 이 친구 저 친구를 떠올려 보았으나 마땅한 친구가 없었다. 맞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부지불식간에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대하고 오던 날 반가워서 오빠 하고 나가니 자기를 좋아해서 그러는 줄 알고 기뻐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날이후 영화관에도 같이 가고 교회에도 함께 다녔다.

그와 처음 본 영화는 노인과 바다였다. 산티아고는 경험이 풍부한 어부 이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해 자신감을 잃고 좌절감에 시달리다 어느 날 굉장한 크기의 물고기를 잡는다. 육지로 끌고 오기위해 물고기와 치열한 싸움을 벌리며 바다의 위엄과 고독을 이겨내며 포기하지 않고 상어떼의 습격에 뼈만 남은 물고기를 끌고 육지로 온다. 산티아고의 인내와 결단력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다. 극장을 나와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남망산 공원으로 산보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짜장면을 먹었다.

 

그해 봄 날 그의 어머니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당신 아들과 나를 결혼 시키자고 엄마에게 청혼했다. 엄마는 아버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고 형편이 어려워 안 된다고 말하며 엄마는 단호히 청혼을 거절했다.

며칠 후 은행에 저당 잡힌 집이 차압이 들어와 빈 몸으로 쫒겨나야 했다 친척집을 떠돌며 온갖 서러움을 받았다, 다행히 경매 받은 사람의 도움으로 석 달 후 작은 집을 마련하여 살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그와는 연락이 끊어졌다. 그리고 그해 늦가을 친구 집에 갔다 오면서 버스 정류장에 한복 입은 여자와 함께 서 있는 그를 보았다.어둠속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며 억장이 무너졌다. 나는 그가 수소문해서라도 나를 찾아 올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그는 나를 떠나버렸다. 10여년 동안 이어온 나와의 이야기 들을 그렇게 허망하게 끝내고 말았다. 잊는 데 세월만큼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약도 없었다 시나브로 그를 잊고 살았다. 4년 후 나는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아들 딸을 두고 행복하게 살았다.

시누이를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나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털어내고 다소 먹먹한 마음으로 높푸른 하늘을 바라 보았다. 젊은 날 순수하고 풋풋한 그의 얼굴과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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