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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버지    
글쓴이 : 김김연    25-10-14 16:38    조회 : 1,310

큰아버지

                                                                                                                   김김연

6월이 오면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가 있다 일곱 살이던 초여름 한길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에 밖으로 나왔다 얼굴에는 용수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사람들이 걸어 가고 있었다 어른과 아이들이 이 광경을 보기 위하여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나도 호기심으로 그들을 따라갔다 뒷산 중턱까지 올라가니 미리 파놓은 커다란 구덩이가 있었다.

죄수들이 자기 발로 그 구덩이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군인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까마귀 떼의 울음소리가 산을 뒤집을 듯 했다. 오금이 져려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온 나는 오한에 떨었고 자다가 오줌을 지렸고 너무 무서워 자다가 엄마를 부르며 소리 쳐 울었다. 어린것이 그곳이 어디라고 갔느냐고 아버지가 엄하게 꾸짖으셨다.

6.25가 일어 나기 전 고향의 한 극장에서 보도연맹 결성식이 있었다. 보도연맹이란 국민의 사상을 국가가 나서서 통제하는 목적으로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에게 사상을 전향시켜 보호 한다는 취지로 만든 단체이다. 참석한 사람에게 주소와 성명을 적게 하고 빨래비누 한 장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때는 물자가 귀한 시절인지라 비누 한 장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보도연맹 회원에 가입하였다.

진주여고 교장이셨던 큰아버지는 그해 삼월 통영여고로 전근을 오셨는데 때마침 보도연맹 결성식을 하는 바람에 통영의 인재라고 회장으로 추대 되었다 6.25가 일어나자 인민군이 쳐들어 오기 전 보도연맹 회원을 총살시켰다 큰아버지는 어디로 끌려갔는지 돌아오지 못했다. 한산도 앞바다에 수장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아버지는 큰아버지의 시체라도 찾겠다며 여름 내내 바닷가에 사셨다.

큰아버지가 사상범으로 몰려 돌아가시자 엄마는 오빠와 나라도 살리겠다고 술도가를 운영하는 아버지 친구 집으로 피신을 시켰다. 그 집 식구는 피난을 가고 없었고 오빠와 나는 공장안 작은 방에서 지냈다 엄마가 주먹밥을 만들어 오셨다 어느 날 밤 군함에서 함포사격이 있었다.

사방이 불빛으로 뻔쩍이고 포 쏘는 소리와 기관총 소리 때문에는 두려움으로 밤을 새웠다. 이튼날 엄마가 우리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우룻개라는 마을로 아버지 친구를 따라 피신을 했다 그곳엔 많은 사람이 피난을 와 있었다 마당에 가마니를 깔고 옷 입은 채로 잤다 밤사이 이슬이 내려 온몸이 축축하여 몹시 추웠다 새벽에는 닭울음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절구에 보리를 찧기도 했다. 부모를 떠나 천덕꾸러기가 되어 보리밥 한덩이씩 얻어 먹어도 오빠가 있어 힘이 되고 든든했다.

큰아버지는 학자이며 시인이셨다 러시아 소설가 막심 고리기어 작 동무. 번역 쇠메(큰아버지 호) 러시아 논문3편 잡문1편을 번역 하셨다. 개벽 65호에서 72호 까지 다섯 편을 게재 하시며 참새지에 시조 20편과 시조 자수에 관한 짧은 논문 1편을 발표 하셨다 참새지는 부산과 경남 지방에서 발간한 동인지라고 한다.(그리고 큰아버지가 직접 반지에 붓글씨로 시를 써서 책을 엮은 시집을 재기 차기 한다고 없애버려 나중에 아신 엄마에게 매 타작을 당했다. 그책을 가지고 있을 만한 사람에게 알아보아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형제애가 유별하셨던 큰아버지와 아버지였다 재력가인 아버지는 큰아버지를 많이 도왔다 아들이 없는 큰아버지에게 양자 간 오빠는 군대를 면제받았고 남동생은 특전사 군인이 되고 싶었지만 연좌제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2014년 국가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보도연맹 회원들을 사면 했고 큰아버지도 명예를 회복 하셨다. 60 여년 동안 바닷속에서 명예회복 되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6.25가 일어난지 73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남북의 분단속에 어린날에 보았던 참혹한 총살현장은 나의 뇌리에 남아있다. 남북의 대립과 긴장은 끝나지 않았다. 잊을만하면 나타나 나의 트라우마가 되고 있다. 6월이 오면 나는 습관처럼 그날의 악몽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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