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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살이    
글쓴이 : 최재선    14-06-27 16:30    조회 : 5,722

전세살이

 

  올해 초 전셋값이 예년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여 파죽지세와 같다. 수요는 넘치는데 나온 집이 없어 집 없는 사람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매매거래가 늘고 있지만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정부도 당장 전세공급량을 늘릴 뾰쪽한 묘수가 없어 전세난은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2012년을 기준으로 102.7%까지 이르러 절대공급 부족현상을 해소하였다. 그러나 국민이 살만한 집, 즉 질이 좋은 주거환경 척도에서 선진국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집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영원히 그 집에서 살 수 있을까. 그 집이 영원한 내 집일 수 일을까.

  우리 집 건너 산 언덕배기에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런데 해마다 까치가 찾아 와 집을 짓는다. 몇 해 동안 관찰한 한 결과 지난해에 지은 집을 그대로 사용하면 좋으련만 까치는 어렵고 힘들게 새집을 짓는다. 부리로 크고 작은 나뭇가지를 물어 와 정교하게 지은 까치집은 얼개가 초가와 비슷한 건축구조를 지녀 태풍에도 끄떡없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까치가 까치집을 낮게 지으면 태풍이 잦다."는 말이 있다. 까치는 대개 기상변화를 민감하게 예상하여 높은 곳에 집을 짓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태풍이 잦은 해는 미리 집을 낮게 지어 바람을 피하고 장마가 길어 비가 많이 오는 해는 집을 높은 곳에 지어 비 피해를 줄인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까치는 감나무에 고생 고생하여 집을 짓지만 감나무를 잠시 세 내어 살 뿐이다. 즉 감나무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우주에 몸담고 사는 생명치고 전세살이 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봄 날 정원에 피어나는 수많은 꽃은 해마다 그 자리에서 피고 지면서 터주막처럼 행세한다. 그러나 자신의 뿌리를 뻗을 땅을 잠시 세내어 벌떼와 나비를 부르고 있을 뿐이다. 서재 창에서 보면 바로 앞산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사철 내내 푸른 모습으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마을 어르신들 말씀에 따르면 적어도 500~600년 이상 된 소나무라고 한다. 책을 보다가 눈이 너무 피곤하면 소나무를 한참 쳐다본다. 그러면 눈이 맑아지고 정신이 청명해진다. 그런데 이 소나무 역시 넓은 산 능선 한 쪽을 세내어 뿌리를 뻗고 있을 뿐이다.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알람을 맞춰 일어나는 일이 별로 없다. 동이 트기 전에 새들이 찾아 와 자연스럽게 눈을 뜨게 해 주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잔디밭에 맺힌 이슬로 세수와 양치를 하고 밤새 젖은 날개를 털며 하루 여정을 준비한다. 동고비 떼는 오늘 묵방산 굴참나무 숲에서 혼례식이 있는지 은은한 하늘빛 한복을 입고 서둘러 길 떠났다. 곧 이어 산비둘기 떼 텃밭에 내려앉더니 땅 겨우 뚫고 올라온 콩 머리 낚아채어 하늘로 바삐 사라졌다. 이 새들 역시 온 하늘을 집삼아 날지만 허공을 세낸 만큼만 날개 짓 할뿐이다. 허공을 세내어 사는 것이 새 뿐이겠는가. 주목나무와 금목서 사이에 집을 짓고 사는 거미뿐만 아니라 밤이면 하늘에 뜬 달이나 별도 허공을 세내어 살고 있다.

  우리가 다니는 직장은 정년이 있기 때문에 영원히 다닐 수가 없다. 특히 정규직은 정년을 보장받아 정한 기간 동안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대개 1~2년간 계약을 맺고 일하기 때문에 신분상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똑같이 일하고도 보수나 복지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여하튼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돈이 많은 재벌가 후손이 아니고서는 직장에 잠시 세 들어 살고 있다. 단지 전세살이를 오래 하느냐 짧게 하느냐는 차이밖에 없다.

    천상병 시인은 <소릉조>라는 시에서 "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라고 하였다. 죽을 때에도 파촉 삼만리 가는 데까지 차비가 있어야 갈 수 있다면 돈이 없어 가난한 자신은 죽을 수도 없다는 의미이다. 이 시에서 가난은 인간을 깊이 있고 의미 있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인이 가난을 초월적이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경이감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꼈다.

  우리는 가난하면 거의 물질적 빈곤 상태를 떠올린다. 그러나 물질적 빈곤 못지않게 정서적 빈곤도 가난이다. 행복지수는 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풍요로움을 지표화한 통계수치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OECD 36개 나라 가운데 24번째이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히말라야 산 기슭에 자리한 인구 70만정도인 작은 나라 부탄이다. 부탄은 국민소득이 2,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90년대 이르러서야 TV를 보급할 정도로 비문명적인 나라이다. 그런데 국민 가운데 97%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통해 행복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로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이 순간에도 경제적 풍요로움을 쫓느라 쉴 사이 없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쫓아가서 붙잡은 것 다수가 영원히 내 것이 아니라 잠시 위탁받아 보관하거나 잠시 세 낸 것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로움을 추구한 만큼 정신적으로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삶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이다. 물질적인 것은 셋방살이에 불과하지만 정신적인 행복은 영원히 가질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밤을 하얗게 새고서 완성한 시 한 편은 내 자신을 부자로 만든다. 고전 한 권을 며칠 동안 읽고 나서 깨우친 지혜는 내 마음에 쌓인 쌀 곳간 같다. 너무 바쁜 시간 가운데 외롭고 힘들고 고독한 지인을 만나 차 한 잔 마시고 나면 가슴이 뜨거워져 푸지고 오지다.

 


임도순   14-06-30 15:22
    
안녕하세요, 이글에 대해 한 말씀 드립니다. OECD가 2011.10.12발표한 '국가별행복지수"에서 한국이 전체40개국중에서 26위입니다. OECD평균치 이하이죠, 한국,일본이 그 회원국이고, 중국이나 인도, 부탄은 회원국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글은 시적으로 표현기법이 참 수려합니다. 부담감없이 읽기에도 좋습니다. 아마 시쓰기 연습을 오래하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글쓰기가 수필과 접목된다면 더없이 훌륭한 재원이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료를 인용하시면서 정확성을 기해야하는 것은 중요한 사항입니다. 수필은 자료를 인용하면서 정당한 인과관계를 통해 주제를 견실하게 합니다. 주제이외의 하고 싶은 말을 화려하게 묘사하였다고 용납되는 것도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는 "시적감성"의 연장선을 "수필"로 보신 것은 아니시죠?

"창공을 나는 새"를 세입자적인 입장으로 본다면 글의 폭이 많이 협소할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자유를 억압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이글은 우리말을 갈고 닦은 시인이 수필을 그저 시처럼 아름답게 쓰려고만 하였습니다. 시와 마찬가지로 수필 또한 읽는이에게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감미로운 "시적 언어"의 형식보다는 날카로운 "자아성찰"의 내용으로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최재선   14-06-30 15:34
    
좋은 지적이십니다. 기쁜 마음으로 깊이 잘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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