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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1    
글쓴이 : 박주철    14-09-09 07:46    조회 : 6,086

  • 고향
  • 어릴 때 동심을 키우던 곳 이지요.
  • 마음의 한 자락에는 늘 이 고향이 자리 잡고 있어요.
  • 평소에는 생활에 묻혀 잊고 살지만 때가 되면 우리 생각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 언제쯤이 될지는 모릅니다.
  • 일을 하다보면 그때를 만난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 나는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라고 말합니다.
  • “안녕하세요? K이사입니다.”
  • 이렇게 전화통화로 시작됩니다.
  • "냉장고는 있나요?"
  • 소장님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조그만 이면지에 받아 적습니다.
  • 메모지가 비좁아 글 쓸 공간을 찾습니다.
  • "에 또 테레비는 작은 거군요"
  • 손바닥 크기의 메모지는 글씨로 가득합니다.
  • "감사합니다. 이사를 잘해 드릴께요."
  • 전화를 끊고는 클립에 물려있는 메모지를 힘차게 뚝 떼어 냅니다.
  • "자 이거 가져가"
  • 일을 하러 나가라는 말입니다.
  • 그때 클립에 물려있던 부분이 떨어지기도 하지요.
  • 전화번호라든가 주소처럼 중요한 부분이면 큰일이 납니다.
  • 바로 떼어 냈을 때야 떨어진 조각을 찾으면 되지만 이미 떼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받으면 어떻게 됩니까?.
  •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 "소장님 이건 무슨 글씨입니까?"
  • 소장님에게 메모지를 다시 넘깁니다.
  • "이리 줘 봐"
  • 돋보기를 찾으면서 메모지를 받아듭니다.
  • "잠실이잖아 이걸 못 읽어?"
  • 자신의 글씨를 읽었을 때입니다.
  • "어허 이게 뭐지?"
  • 자신의 글씨를 읽어내지 못하는 소장님 덕분에 책상머리는 고민으로 가득 찹니다.
  • 시간은 흘러가고 기다리던 화주로 부터 독촉전화가 옵니다.
  • 약속은 되어있고 화주는 기다리게 되어 있으니까요.
  • 짜증난 화주에게 쩔쩔맵니다.
  • 고객의 심기를 미리 불편하게 하고 일해 본적이 있으십니까?
  •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뽑아놓고 그 앞에서 살랑살랑 꼬리를 치는 기분일까요?
  • 작은 화물차 한대에 가재도구를 싣고 지방으로 가는 이사입니다.
  • 40대 초반의 남자가 혼자 기다리고 있습니다.
  • "무슨 일 있어요?"
  • 왜 늦게 왔는지 묻는 것입니다.
  • "사실은 이것 때문입니다."
  • 메모지를 보여 줍니다.
  • "이게 뭡니까?"
  • 보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지요.
  • "주소하고 전화번호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늦었어요."
  • 사람이 살다보면 항상 일은 생기고 지금 이일은 정확히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훌륭한 변명이지요.
  • 당신의 잘못도 아니고 나의 잘못도 아닌 메모지의 귀퉁이가 떨어진 사고로 이해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 이때 화주가 어떤 반응이라도 보인다면 성공입니다.
  • 화를 내도 좋습니다.
  • "미안합니다."
  • 서둘러 짐 하나를 짊어지고 나오면 일이 시작되고 그것은 묻혀 들어가죠.
  • 피식 웃어준다면 얼마나 좋습니까?
  • "하하하"
  • 같이 웃어주면 그만이니까요.
  • 이번에는 드물게 표정 없이 물끄러미 메모지를 살펴봅니다.
  •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엉거주춤 박스를 하나 집어 듭니다.
  • "자 시작합시다."
  • 김이 빠진 목소리로 작업 시작을 알립니다.
  • 2층상가건물의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3층 옥탑 방입니다.
  • 얼마 되지 않는 짐은 정성스레 포장이 되어 있지만 인부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 작은 것 들은 운반하기 좋을 만큼의 크기로 다시 묶고 흠집이 나기 쉬운 물품은 종이로 포장합니다.
  • 그 과정을 지켜보는 주인은 마음이 풀어지고 협조자가 됩니다.
  •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작은 짐들을 나르고 혼자서 운반할 수 없는 물품들만 남습니다.
  • 그때부터는 분위기가 역전되어 주인은 인부의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 "제가 여기를 이렇게 잡으면 사장님은 이렇게 잡고 따라 오십시오"
  • 라든가
  • "힘들면 미리 말씀하세요, 그냥 놓으면 부서집니다."
  • 물품 하나를 옮길 때마다 일일이 설명을 하지만 사고의 위험은 항상 따라 다닙니다.
  • 인부는 갈수록 예민해 지고 말도 거칠어지지만 주인은 초급 보조자가 되어 꼼짝없이 명령을 따릅니다.
  • 무거운 냉장고를 들고 따라오던 주인이 발을 헛디뎌 손을 놓아버립니다.
  • 가파른 계단에 떨어진 냉장고는 밑에 있는 인부를 사정없이 압박합니다.
  • "어이쿠"
  •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릅니다.
  •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인부이지만 어설픈 비명소리가 나오는 데까지는 어쩔 수 없습니다.
  • 냉장고도 어느 부분인가 찌그러졌을 테고 손을 놓아버린 화주도 걱정이 됩니다.
  • "괜잖으세요.?"
  • 먼저 화주를 안심시켜야 합니다.
  • "좀 쉬었다가 합시다."
  •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화주를 달래 가면서 일을 계속하는 위태로운 과정을 거쳐 운반이 끝납니다.
  • 화물자동차는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 수심이 가득 찬 화주는 자기 생각에 깊이 빠져있습니다.
  • '참 말이 없는 사람이군.'
  •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 "충청도로 가신다고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 어디죠?"
  • 라든가
  • "점심식사는 어디쯤서 할까요?"
  • 같은 질문에 진솔하고 자상하게 대답을 해주었으니까요.
  •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뭔가 말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고 표정을 살핍니다.
  • 심각한 화주의 수심 때문에 의무감은 사라집니다.
  • 그런 생각은 잠시 뿐이고 서로 생각에 잠깁니다.
  • 스쳐 지나가는 풍경도 긴 시간을 가다보면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 어제 오후 일을 끝내고 동료들과 마시던 술 생각이 납니다.
  • 동료는 여럿이고 그 중에는 일찍 집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문지방에 꿀 발라 놨냐?"
  • 이런 농담은 고전적이지요.
  • 심한 말도 있고 아주 원색적인 표현도 많다는 걸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서 술집으로 갑니다.
  • 공장이 많은 성수동 뒷골목은 퇴근시간이 지나면 썰렁 합니다.
  • 골목을 지나 조금 넓은 도로로 나가면 식당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 곱창과 곰장어로 어느 정도 유명한 곳이지요.
  • 음식을 잘 만들기보다 주변에 그렇게 식당이 모여 있는 곳이 없어서 그럴거예요.
  • 시간이 되면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 술꾼들로 가득 찬 홀에는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 정도로 시끄럽습니다.
  • 술 마신 사람들은 목소리가 커지나 봅니다.
  • 나와 동료들은 그런 집에 가지 않습니다.
  • 그렇다고 우리가 조용한 것은 아닙니다.
  • 다른 사람이 시끄러운 것은 용서할 수 없지만 우리가 시끄럽게 떠들고 마시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하거든요.
  • 골목에는 그런 조용한 집들이 있고 우리는 그런 집을 잘 알잖습니까.
  • 우리중의 누군가의 손을 거쳐서 이사를 한 분들이지요.
  • "안녕하세요?"
  • 조용한 방을 잡고 둘러앉습니다.
  • "오랜만이네 요즘 일 많아?"
  • "네 장사 잘 되세요?"
  • 인사라는 것이 본래 형식 적이잖습니까.
  • "박기사 화장실 수도꼭지가 션잖은데 이따 봐줘"
  • 이런 부탁 같지도 않고 명령 같지도 않은 작업지시는 기본입니다.
  • 박기사는 슬그머니 일어나 화장실로 사라집니다.
  • "할머니 고쳤어요, 잘될거예요."
  • "그래 고마워,"
  • 고마워하는 기색은 아니지만 말은 그렇게 합니다.
  • "영감탱이 그거 고쳐달라고 한지가 한 달이 넘어"
  •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걸고 넘어져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 메일 새벽에 만나서 저녁까지 같이 있으면서도 할 말은 많습니다.
  • 서로 한마디라도 더하고 싶어서 남의 말까지 가로채지만 집에 갈 때는 오늘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 1차가 끝나고 집에 갈 사람은 또 사라집니다.
  • 문지방에 꿀 발라 놓은 사람들이죠.
  • 입가심으로 생맥주라도 시원하게 한 잔해야 하는 사람들만 남습니다.
  • 생맥주에는 통닭안주가 최고입니다.
  • 이미 1차를 끝내고 나온 사람들이기에 안주에 손이 가지 않습니다.
  • "자 이제 내일을 위해서 그만 헤어집시다."
  • 누군가가 이 말을 꺼내기 전까지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 주인은 남은 통닭을 포장해서 줍니다.
  • 아이들이 아직 어린 박기사가 통닭을 가져갑니다.
  • 닭을 좋아하지 않는 집사람 때문에 한 번도 가져간 적이 없습니다.
  • 이유는 모르지만 안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 생각은 통닭에서 어느새 아내에게로 옮겨집니다.
  • 며칠 전 아내는 큰언니와 다투었습니다.
  • 뭔가 마음이 안 들었는지 언니에게 대든 것이지요.
  • 언니는 그런 동생을 좋은 말로 타이릅니다.
  • 아내는 언니의 그런 바다 같은 마음도 짜증이 납니다.
  • "언니는 마음이 너무 좋아서 큰일이야"
  • 옆에서 볼 때는 조금도 큰일이 아닙니다.
  • 왜 그랬는지 원인은 곧 밝혀집니다.
  • 막내아들이 화장실에서 만화책을 세탁기위에 놓았는데 세탁기 속으로 들어 갑니다.
  • 그 위에 다른 빨래가 덥히고 세탁기는 사정없이 돌아 풀어진 만화책으로 엉망진창이 됐을 때 언니에게서 전화가 온 거지요.
  • 언니는 아무 죄가 없죠.
  • 생각은 거기서 끝입니다. 화물차는 추풍령 고개를 넘어 섭니다.
  • 구비구비 고갯길 저쪽에는 듬성듬성 작은 마을들이 보입니다.
  • 화주는 울고 있습니다.
  • "사장님 무슨 일입니까?"
  • 당황한 나는 그렇게 질문을 합니다.
  • "다시 이 길을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 뭔가 심장치 않은 일이 잇습니다.
  • "암이랍니다. 수술조차도 안 되는..."
  • 감정이 북받쳐 올라 말을 맺지 못합니다.
  • "네... 저런..."
  • 짐작은 했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 "죽으러 가는 거지요"
  • "그렇군요, 식구들은 없나요?"
  • 처음부터 혼자인 것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직업상 질문 하지는 않습니다.
  • "예 자식은 다행히 없고 아내는 떠나보냈어요."
  • "몹쓸 병이 걸린 걸 알고 떠나간 건가요?"
  • "아닙니다. 집사람은 모르죠."
  • 자기의 죽음을 먼저 알고 신변 정리를 했다는 말입니다.
  • "그래도 마지막까지 힘을 합해서 이기려고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요?"
  • "끝을 알고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한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삶을 시작 해야죠"
  • 옳은 말이지만 현명한 행동이라고 찬성할 수는 없습니다.
  • "그래도 나중에 라도 아시게 된다면 정말 가슴 아플텐데요."
  • 이 괴로운 사나이 옆에 있어야 할 사랑했던 부인이 그 사실을 모르고 어디선가 다른 무엇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듭니다.
  • "산다는 것이 냉정 한 것이죠. 나는 그게 마음이 편합니다."
  • "그래도..."
  •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 이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리고 마지막 길을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그가 떠나온 곳에서는 이미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 저 멀리 보이는 어떤 마을인가는 그 사람을 키워준 고향입니다.
  • 그곳에서는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 아니면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 만약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이 사람을 그곳에 홀로 두고 와야 합니다.
  • 그렇게 된다면 그 후 내내 나는 그를 버리고 왔다는 자괴감에 빠질 것 같습니다.
  • 제발 누군가가 그를 따뜻하게 맟아 주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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